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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흐름만 정리 했습니다.

*잘못된 내용 바로잡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기 작성자로 지목 되었을 때, 분량과 기한을 물었다. 이 두 가지는 일종의 제약이다. 우리는 제약을 억압으로 생각하지만 제약은 역설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후기를 작성한다는 것 자체 역시 하나의 제약적 조건이다. 적어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지시한다는 점에서 ‘마음대로 하세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는 편안하다(‘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다는 덜 편안하지만). 정신분석의 실재 또한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날것 그대로와 대면하는 상황을 우리는 견딜 수 없다. 오래전 만화책을 통해 접했으나 이제는 그에 대한 기억이 명료하지 않은 에반게리온,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면 그 결말은 실재를 연상하게 한다. 모든 것이 녹아내려 모든 타자와 하나가 된 상태, 그것이 진정 원하는 것이었냐는 질문. 막상 자유가 주어졌을 때 그것으로부터 도피했던 인간이 쾌락원칙을 넘어설 수 있을까.

 

  실재에 대한 열망

  바디우는 1998년에 20세기가 무엇이었는지 묻는다. 통상적 관점에서는 20세기를 소비에트적 세기(제 1차 세계 대전, 러시아 혁명, 소련의 붕괴), 전체주의적 세기(스탈린식 공산주의, 나치의 범죄), 자유주의적 세기(자본주의와 세계시장의 승리, 조정으로서의 세기)와 같은 식으로 나열하거나, 그 중 한 가지를 택하여 지배적인 관점으로 삼을 것이다. 하지만 바디우는 무엇이 일어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사유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무엇이 사유되지 않았냐는, 세기의 무의식에 관한 ‘문제 설정’을 함축하는 바, 그가 20세기를 ‘실재에 대한 열정’으로 표지화 하는 근거가 된다.

 

  실재, 물자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호와 의미의 네트워크(상징계)는 우리가 실재와의 직접적, 무매개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 장치의 역할을 한다. 철학은 오랫동안 그런 역할을 해왔다. 신학에서 기술적으로 신의 특성을 나열하든, ‘~하지 않음’이라는 상대적 열어놓음을 통해 신을 정의하든(부정신학), 신이라는 기표를 통해 실재와의 직접적 접촉을 차단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칸트의 비판철학 역시 이런 사고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물자체라는 개념을 상정함으로써 순수이성이 알 수 있는 범위의 한계를 설정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범주를 통해 현상계의 것만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사물 그 자체를 알 수 없다. 판단력 비판의 숭고 개념 또한 인간 인지능력의 포착 범위를 벗어나는 일종의 실재다. 따라서 우리가 실재와 맞닿는 순간은 기존 기호의 의미체계를 넘어서는 것, 필설로 형언(형용)할 수 없는 폭력의 순간이다. 바디우가 보기에 20세기가 그러했다.

 

  규제적 이념, 가라타니 고진

  바디우는 공산주의가 (칸트가 말한) 규제기능을 가진 이념이라고 한다. 공산주의는 규제적 원리로서 기능할 때 그 보편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적 이념이라는 것은 이성의 구성적 사용에 반대하는 원리이다. 간단히 말하면 전자는 현상계, 상징계(법칙, 질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후자는 그 한계 너머를 바라보며 한계 끝까지 도달하고자 하는 시도일 것이다. 공산주의를 규제적 원리 내에서 규정하고자 했던 이가 가라타니 고진이다(트랜스 크리틱의 부제 칸트와 마르크스). 그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공산주의를 ‘구성적 이념’으로 생각하는 것을 거부했다. 즉, 러시아 혁명이 실패로 끝난 것은 그것이 이성을 규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구성적으로 사용, 한계를 넘어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

 

  어소시에이션

  그렇다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 고진이 보기에 소비에트 체제의 문제점은 자본-네이션-국가의 고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전 지구화, 세계화와 같은 흐름(신자유주의적)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이 고리를 깨기 위해서는 자본과 국가 밖에서의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곧 어소시에이션이다. 여기에서 자본은 축적되지 않는다(마이클 린턴이 말한 LETS). 이와 같은 흐름이 성립하려면 윤리적 주체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논의와 대조적으로 지젝이 실재의 윤리를 주장하는 것이 맞다면 이성을 구성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구할 것이고 이는 다음 수업의 내용이 될 것이기에 간단한 의문점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물자체와 실재를 비슷하게 다뤘지만, 칸트의 물자체는 존재론적인 것인 반면, 라캉의 실재는 사실 상징계적 금지에 의해 생겨난 개념에 가깝지 않은가? 따라서 (상징계적 현실이 있기에 실재도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을 때) ‘공산주의’에 의해 표상되는 일련의 내용들은 대타자의 균열을 감추기 위해 제공되는 환상 아닌가. 지젝이 말하는 공산주의가 좀 더 명료해지면 어떤 식으로 환상을 가로지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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