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자료 :: 강좌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전각워크샵] 후기.. 선과 글자

hector 2019.01.14 14:54 조회 수 : 159

1: 한자는 글자 자체가 예쁘다.
그래서, 어려서 부터 한자에 관심이 많았다.
어릴 때 신문은 한자 투성이였다. 신문에 나오는 한자를 물어보면서 한자를 배웠다.
어느 날 한자도 아름답지만 선이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었다.

아래는 초서로 쓴 한자이다. 한때.. 초서를 읽기 위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공부를 할 때는 조금 알 거 같았는 데, 조금만 지나면 머리속이 하얗게 되었다.
지금은 거의 다 잊어버렸다.

회소자서첩.jpg

 

이 글씨는 회소가 쓴 글씨이다. 난 이 글자를 못 읽는다. 종이위에 먹이 묻어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 글씨를 보면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실제로 본 글씨는 회소의 글씨를 따라 쓴 글씨였는 데.. 그런 것을 '임모'라고 물렀던 거 같다.
처움에 보고 담장에 붇은 담장이 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보는 듯한 느낌.
글자도 예쁠 수 있지만, 선도 예쁠 수 있다.
위 글씨를 보면서 선이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2: 다음 글자를 읽을 수 있겠는가?

쉬빙.png

이 글자는 한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자가 아니라 알파벳을 쓴 것이다.
한자 획를 쓰는 것 처럼 알파벳을 썻다.
Xu Bing이라고 쓴 것이다.

알파벳을 읽기 위해서는 다음 그림을 참고해 보고 다시 읽어보면 읽을 수 있다.

쉬빙_알파벳.png

맨 처음 그림이 Xu Bing으로 읽히는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Xu bing은 중국 서예가이다. 그는 서예 필법으로 알파벳을 썼다.
인터넷에서 Xu bing 을 검색하면 그가 만든 작품을 볼 수 있다.
내가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거 보다, 직접 보는 게 훨씬 낫다.

3:  아래 그림은 PCB 패턴이다.
PCB는 PRINTED CIRCUIT BOARD(인쇄 회로 기판)의 약자이다.
노트북이나 핸드폰 case를 열어보면 PCB가 들어있다.
board-chip-circuit-electric-electronic-pcb.jpg

PCB를 보면 그림 처럼 선들이 연결되어 있다.
이 선을 통해 전자가 이동하고, 이동된 전자를  신호로 인식하고, 정보가 만들어 진다. 
이 PCB를 보면 CPU 모듈이 들어가는 자리가, 중앙에서 약간 좌측 위에 있다.
정보는 이 자리로 모이고, 또 여기에서 정보는 신호가 되고 전자의 움직임으로 변하여 주변장치로 이동한다.
지방에서 중앙 도시로 연결되는 도로망처럼도 보이고, 뇌 속의 신경망을 보는 것도 같다.

과거 일하다가 피곤해 지면, PCB 패턴을 보고 상상하면서 놀았다.
이 선들과 선이 구브러지고 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전자가 되어 여행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전원이 들어가면, 어디가 온도가 올라가서 따뜻해지고, 어디는 차가와지는지 대충 느낌이 온다.

4: 전서가 아름다운 것은 선이 아름다운 것인가? 아니면 글자 자체가 아름다운가. 
글자 자체가 아름답다면, 우리는 전서로 한자만을  써야한다.
선이 아름답다면, 우리는 아름 다운 선을 그려야 한다. 전서 형식으로 말이다.
한자가 아니더라도, 알파벳이던 회로도이던 아름다운 선을 그리면 아름다움이 나올 것이다.

우리는 전각을 할 때, 한자를 써야하는가? 아니면 아름다운 선을 그려야 하는가.
난 이 문제에 대해, 세상사람들에게 답을 들려줄 만한 식견은 없다.
직접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보고 싶은 희망이 있을 뿐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6 철학, 개념의 성좌 3강 후기 [1] sprezzatura 2023.04.25 85
665 [불*미 2강 후기] 이상, 윤동주, 백석, 김광균, 고정희, 김진완 태준건 2023.04.22 88
664 철학,개념의 성좌 2강 후기 (2) [1] 장정아 2023.04.18 89
663 [불교를 미학하다 1강 후기] 조지훈, 그리고 박목월 [2] 태준건 2023.04.15 93
662 [철학, 개념의 성좌] 2강 후기 [1] file 생강 2023.04.14 87
661 불교를 미학하다 - 1강 후기 모든 2023.04.14 113
660 철학 - 개념의 성좌 제 1강 쪽글 [1] 초보(신정수) 2023.04.08 86
659 [다시,자본_후기] 7강 자본주의 운명과 노동의 종말 [3] 드넓은 2023.03.04 110
658 [다시, 자본 후기] 7강 자본주의 운명과 노동의 종말 [2] Siri 2023.03.04 82
657 <정화스님의 반야심경> 제 6강 후기_공空의 깨달음과 지금 여기의 삶 [2] 최영미 2023.02.22 117
656 정화스님 반야심경 5강 후기 민선정 2023.02.17 80
655 [정화스님의 반야심경] 5강 후기 김은진(2) 2023.02.17 101
654 [들뢰즈의 영원회귀] 간단후기 오나의고양이 2023.02.17 238
653 [들뢰즈와 영원회귀] 4강 후기입니다. 태준건 2023.02.16 126
652 [정화스님의 반야심경] 5강 후기 : 중생인 부처, 부처인 중생 file 유택 2023.02.16 115
651 사건의 윤리학과 이터널션샤인(들뢰즈와 영원회귀 4강후기) 안영갑 2023.02.15 80
650 [선불교를 철학하다] 5강 후기 노은석 2023.02.15 52
649 [다시,자본_후기] 5강 정보자본주의와 고용없는 착취 [2] file punctum 2023.02.14 73
648 들뢰즈와 영원회귀 4강 후기와 질문 윤춘근 2023.02.14 70
647 들뢰즈와 영원회귀 4주차 후기 싸미 2023.02.12 8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