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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워크샵:미지의 시쓰기]     미지를 향한 노크 : 시 쓰기와 시 내놓기

 

            "나에게 시는 말 저편에 있는 말을 

            지금 이 시간의 말 속으로 끌어당기는 계기이다"                                              황현산 <잘 표현된 불행> 중에서

 

 

시를 쓴다는 것, 밑천 드러나는 일

 

워크샵 첫 시간 솔선하고 수범해야 함을 알지만 끝내 A조를 자원하지 못한 비겁함

써두었다는 몇 편 중에서 한편만 얻었으면, 훔쳤으면 하는 불순함

허세의 발연기로 만든 천근 돌덩이를 12부 출력해 넣은 가방 무거운 날의 자괴감

 

시를 쓰기 위한 낯선 밤, 날선 밤

 

첫 줄의  두려움 때문에 외면하던 흰 종이를 앞에 둔 밤들

한 줄 시작할 수 없는 나의 투명한 뇌 그 해맑음을 탁한 잔으로 채운 여러 밤

성서 같은 강의록, 필사의 시 그 감동이 내 시로는 도무지 옮아 오지 않는 무서운 밤

 

시를 내놓는다는 것은 비수면내시경

 

전자 내시경이 식도부터 대장까지 샅샅이 모니터에, 그 모니터를 나도 봐야 한다는 사실

깨끗한 한 줄이 없는 온통 시술 대상의 시행들, 잘라도 잘라도 새로 돋는 용종들

역류하는 과잉의 감정들이 모니터에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시를 빙자한 신파극

 

계속 써야 하는 시

 

파르르 눈밑 떨리는 신인의 테이블, 칼자루를 넘기고 얼어버린 식탁

내성이 생기지 않는 금요일 저녁의 민감한 테이블에서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송승환 선생님

마음 써서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송승환 시인의 친구라고 자랑하고 다닙니다.

혹시 어린 학생이 물어보면 그렇다고 해 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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