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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스님의 반야심경> 제4강 후기

최영미 2023.02.04 22:05 조회 수 : 93

첫 만남 후 3개월도 되지 않아 그와 결혼하게 된 것은, 극과 극인 두 유전자가 만나 후손을 생산해야 한다는, 즉 ‘생존’을 이어가야 한다는 이기적 목적을 위한 몸부림이었으리라. 그 목적은 달성했지만, 그와 나는 혹독한 댓가를 치러야 했다. 10년간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이 말을 반복했다. 

 

“당신이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어!!”

 

그의 앞에만 서면 성격이 무난하다 자신했던 나 스스로가 모멸을 겪어야 했다. 그도 마찬가지였겠지. 인간에겐 ‘각자의우주’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몰랐고, ’타인을 이해하고 출발한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나를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던져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마치 그런 건 당연히 할 수 있다는 듯이. 우리 각자에게 존재하는 생각의 지도, 유전자와 환경과 신경세포의 반복적인 연결에 의해 체득된 것들이 우리를 붙잡아 과거를 반복하게 하기 때문에, 상想이 떠오를 때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다른 방식으로볼 수 있기 전에는 “넌 도대체 왜?"가 우리 삶에서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반야심경 4강: 고苦>를 기대하며 버스를 탔다. 멍하니 가다보니 차가 지하차도로 들어간다. 다음 정류장은 ‘공군회관’이란다. 반대로 가는 버스를 탔다. 금요일 저녁, 도로가 막힌다. 카카오지도를 열어서 ‘수유너머’를 찾는다. 40분이면 갈 곳이 한시간 십오분 걸린단다. 난 상想을 지켜본다. 수유너머에서 멀어졌다. 시간이 더 걸린다. 답답하다. 왜? 빨리 갈 수도 있었으니까. 빨리 가서 뭐하게? 앉아서 강좌를 기다리지. 근데 반대로 오니 버스에 앉을 자리가 생기네! <반야심경>을 읽자. 

 

고통은 내게 습득된 인식으로 인해 생긴다. 고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잘 따라가다 보면, 떠오르는 것들을 관觀하다 보면 헛점을 발견한다. 모든 것을 없이無하여 저 기억의 자모음 속으로 던져넣음으로써 난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남편을 지켜본다. 그의 말, 행동, 습관을 본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싫다. 나와 동일해서 좋다. 근데 나와 같아서 싫기도 하다. 나와 달라서 맘에 드는 부분도 있다. 뭐지? 이 요란한 변화는? 내 장 속의 박테리아 때문일까?  내 과거의 경험, 유년기에 겪은, 아니면 엄마 뱃속에서 겪은 경험 때문일까? 

 

“좋고 싫음은 결국 허상인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관계’일 뿐이며, 순간순간의 관계에서 내가 어떻게 좋아하려고 노력하는가이다. 내가 아들을 위해 조건을 달지 않고 노력을 하듯이, 그렇게 연습을 하고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이다. 

 

“좋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순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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