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변하지 않는 본질(아트만)이 없다니...삶의 의미와 ‘참나’를 찾아 우리의 어깨에 스스로 올려놓은 어떤 무거움을 벗어던지게 하는 말이다. 지향해야 하는 그 무엇, 마침내 찾아야 할 그 무엇이 따로 없음에서 오는 존재의 가벼움이 반갑다. 정해진 본질로서의 ‘참나’나 따로 있는 불성을 찾고자 하는 것은 연기적 조건 속에서 오로지 변화하는 흐름만 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일 것이다.
부처는 연기법을 깨달은 자이고 모든 연기적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조건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불성이라는 것이 참 명쾌했다. 언제나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관성을 벗어나는 능력은 불성이 드러나는 역량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높고 어려운 해탈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미분적 해탈’을 감행하는 작용능력으로서 나의 역량(puissance)을 키우기. 그것이 곧 수행일 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결심은 실패와 함께 따라나오는 것이니 ‘그럼에도 한번 더’ 해보는 결심을 마뜩찮아 할 필요가 없다는 가벼움으로 시작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불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대답불가능할 것 같은 무거운 물음에서 시작하여 강좌의 마무리에서 도달한 곳은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바로 연결된 현실주제였다. 인간 중심적, 유기체 중심적 통념과는 달리 더 진화된 존재자인 식물과 지구의 ‘무정설법’을 알아 듣지 못하는 우리 인간들이 초래하고 있는 지구적인 기후위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렵다. 그럼에도 가능한 종이컵을 쓰지 않겠다는 결심, 휴지를 적게 쓰겠다는 결심, 잔반을 남기지 않겠다는 사소한 결심들이 다 적절한 작용능력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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