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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시네마 2 / 8장)

진희 2019.11.16 21:51 조회 수 : 137

8장 후기

"들뢰즈의 에티카"

 

안토니오니는 ‘피로’를 보여준다. 여기서 피로는 응축 능력의 상실, 감각운동(도식)이 와해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감각운동은 와해되어야 하는가. 들뢰즈는 ‘어떤 전달불가능한 것’, ‘사유할 수 없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일원론을 주장했던 들뢰즈는 우리가 기존의 문법에서는(이분법적이거나 대립적인 사유 방식) 아무것도 창조할 수 없고 만들어낼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그에게는 동일성과 재현의 논리, 기존의, 전통적 사유 방식을 해체하는 게 중요했고 그것을 현대 영화가 잘 보여준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가 본 현대영화는 그 0점, 제로점에서 무언가를 다시 창안하고 만들어내고 있었다. 안토니오니, 베네의 영화들이 그렇다. 안토니오니는 피로를 보여주었고, 베네는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는 무용한 몸짓, 불가능한 자세들을 보여주면서 어떤 전달 불가능한 것, 을 보여주려 했다. 이러한 지점들은 8장에서는 죽음, 어둠, 광기, 공포 등의 은유로 얘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점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발생적 가치를 가지며 새로운 신체를 구성하는 역량의 지점이다. 캐서비츠는 이야기, 줄거리, 행동, 공간까지 해체했던 인물이다.

 

영화의 목표는 지각과 행동으로 신체의 현전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형상이 아닌’, ‘아직은 행동이 아닌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다(p. 397). 8장에서 말하고 있는 영화들은 인간의 시선이 아니라 차라리 비인간적인 카메라의 시선에서 ‘결정할 수 없고’ ‘선택할 수 없는’ 실재를 보여주고 있다. 고전 영화들이 유기적이고 서사적이었다면 이제 현대 영화들은 단절적 이미지들을 보여주거나 비사유로서의 신체의 비-선택을 보여주고 있다.

 

들뢰즈는 이제 더 이상 사유의 내재성으로서 전체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바깥의 힘, 외부의 힘을 믿는다고 말한다. 그것을 현대영화가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테시네와 브누아 자코의 영화들이 그렇다. 여기서 더 나아가 들뢰즈는 이제 맥 라렌의 카메라 없는 영화, 또한 스크린도 필름도 없는 영화에 대해 말한다. 주인공의 신체 혹은 관객의 신체를 포함하여 모든 것이 스크린으로 사용될 수 있다(p. 418).

 

그리고 그는 이제 더 이상 민중people이 아니라 소수자the minor의 입장에서, 지배적인 언어 내에서 ‘이방의 언어’를 말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제 3세계 영화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갖는다. 도취나 위기를 통해 실재의 부분들/파편들로 실종된 민중을 다시 도래하게 할 집단적 언표들을 생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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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최 영화도 들뢰즈도 어려워서 감당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지만 선생님의 불친절한 강의를 통해 하나씩 개념이라도 정리할 수 있어 유익했다. 강의 시작때는 옮긴이 해제도 읽히지 않더니 이제 해제쯤은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복된 11월이다. 그러니까 들뢰즈가 이 책을 쓴 건 일상화된 파시즘으로 할리우드와 히틀러가 구현하는 대중예술의 신화(역자 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고 사유할 수 없는 것, 비사유로서의 현대영화를 분석하기 위한 에티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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