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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어떻게 써야하나 생각하다 직접 체험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공유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실천합니다. 사실 재숙샘을 직접 만나면  보고 느낀 것을 나누려고 했는데 좀 일찍 글로써 공유합니다.  철저하게 제 관점에서 경험한 소감문이란 걸 감안하시고 친구에게 말하듯 두서없이 적겠습니다. 

지금까지 70여 나라를 여행했었습니다. 몇몇 나라는 가고 또 갔으니 나름 세상구경을 많이 했습니다. 작년 2022년 6월에 쿠바를 30일, 뉴욕을  45일 여행했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는 별다른 흥미나 끌림이 없지만 뉴욕은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어요. 세계의 수도라 불리는 그곳이 막연히 궁금했었습니다. 체 게바라의 나라, 살사의 본고장 쿠바는 꼭 가야하는 숙제와 같은 나라였습니다.

쿠바 아바나(havana) 국제공항에 내리면 시내까지 택시를 타든 버스를  타야합니다. 제 여행 철칙 중에 하나가 철저하게 “현지인처럼”이라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비는 직접 내고도 믿기지 않았던 우리돈2원이었습니다. 2달러가 아닌 2원입니다.  그러면 택시비는 얼마가 되어야 적당할까요? 버스비 대비 많이 받아야 2달러면 충분할 거 같은데 40달러입니다.  대중이 이용하는 버스는 국가가 운영하기에 가능하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공항에서 10여분 걸어 나가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가보니, 일부 사람들은 정류장 부스안에서 또 일부는 정류장팬말 아래에 줄을 서 있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팬말쪽에 서있는 사람들 끝에 줄을 섰습니다. 그래야 버스에 빨리 오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부스안에 있는 사람들이 저한테 큰소리로 뭐가 뭐라 외쳐 되기 시작해 무슨 반응이라도 보여야 했습니다. 그 외치는 말은 울띠모(ultimo)였습니다. 울띠모는 마지막이란 뜻인 스페인어입니다. 그러니까 "네가 제일 마지막이니 거기 서 있으면 안된다"는 거였습니다. 이유인 즉 부스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울띠모가 있고 그에 맞게 버스탈 순서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네, 쿠바에서는 줄을 잘 서야합니다. 울띠모의 나라가 쿠바입니다. 어디서든 줄이 서 있다면 반드시 '울띠모가 어디냐'고 먼저 물어보고 나의 차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 날 아침, 호스텔 2층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는 광경이 가관이었습니다. 200여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허름한 관공소 건물앞에서 먼저 줄을 서려고 서로 다투는 소리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호스텔 주인에게 물어보니 오늘이 닭을 배급하는 날이라 그렇다는 겁니다. 쿠바에서 일용할 양식은 국가에서 거의 공짜로 배급합니다. 빵, 우유, 치즈, 감자...... 등등 생필품은 국가가 책임지고 공급합니다. 병원이 공짜인 몇 안되는 나라가 쿠바입니다. 이 모든 것에는 울띠모의 법칙이 있습니다. 네, 배급수첩 같은 명부를 소지하고 줄을 서야 합니다. 자본주의 나라에서 태어나 자유롭게 여행하는 제 눈에 비친 쿠바는 정말 별천지였습니다.

쿠바의 일반 근로자 한달 월급이 궁금해서 몇몇 현지인한테 물어보았습니다. 지금껏 제가 경험한 나라의 최저치를 감안해 최소 200달러는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20달러였습니다. 이는 뉴욕 맨하튼 평범한 식당에서 점심 한끼도 해결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참고로 미국은 주별로 최저임금이 다른데, 뉴욕의 최저 임금이 대략 20달러입니다. 뉴욕에서 1시간 일하면 아바나에서 한달 일하는 금액이 됩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온 제 머리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사회주의체제 안에서는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국가에서 먹고사는 기본생활을 어느정도 감당하고, 시장을 적절하게 통제한다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욕지하철을 탈 때마다 지하철요금 3달러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지저분하고 더럽기도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현지사람들의 무임승차가 많아서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제 여행철칙은 철저하게 '현지인처럼'이거든요. ㅎㅎ 개찰구를 뛰어 넘어가든지, 아래로 기어 들어가든지 어떡하든 무임승차를 하고픈 충동이 컸습니다. 네, 뉴욕에는 지하철요금 3달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길거리의 걸인들은 왜 또 그렇게 많은지, 그들은 쓰레기통을 뒤져 끼니를 해결합니다. 의료비 때문에 간단한 치과치료를 받기위해 멕시코까지 간다고 합니다. 자본주의경제의 수도에서 가지지 못한 자들의 실체는 여행자의 눈에도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사회주의 쿠바에서도 자본주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쿠바에 간다면 두루마리 화장지를 챙겨가야 합니다. 호텔을 제외한 일반 숙소에서는 화장지를 비치하지 않습니다. 식당을 포함에 다른 장소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돈 주고 사 써라는 것입니다. 

쿠바에 가서는 미리 챙겨간 달러나 유로화를 반드시 암시장에서 환전을 해야 합니다. 환전상이 그렇게 많은 도시는 아바나가 처음이었습니다. 나라에서 공시하는 환율과 실제 시장에서 이뤄지는 환율과의 차이가 무려 4배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공시환율이 1달러당 25쿠바 페소 였는데, 암시장에서 105페소에 바꿨습니다. 달러나 유로를 챙겨가지 않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현금을 뽑으면 1달러당 25쿠바 페소로 계산됩니다. 종종 이를 모르고 달러를 준비했더라도 은행에서 환전한 여행자들은 엄청난 손해를 봅니다.

거꾸로 쿠바페소를 들고 은행에 가서 같은 환율로 25페소당 1달러로 환전하면 좋겠죠? 이론상으로 암시장에서 달러로 페소를 살때 4배, 산 페소를 들고 은행에서 달러를 사면 또 4배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돈이 돈을 버는 지극히 간단하고 쉬운 자본주의의 본성에 딱 맞아 떨어집니다. 실제 제 중국친구가 여권과 쿠바페소를 들고 은행에 가서 달러환전을 시도했었습니다. 은행에서 돌아온 답변은 '지금은 달러가 없다'는 거짓말였습니다.    

쿠바의 모든 은행은 국가소유입니다. 국가에 한번 들어간 달러는 나오지 않습니다. 아바나 시내를 걷다 보면 외국에서 들여온 생필품을 파는 상점이 많습니다. 물론 국가가 운영하는 가게입니다. 저도 어떤 상품들이 있나 궁금해서 줄을 서 들어가서 파스타와 올리브 오일을 샀습니다. 이런 상점에서는 페소가 아닌 달러결제만 된다는 것을 들어 알았기에, 계산할 때 달러와 여권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살 수 가 없었습니다. 신용카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그곳은 비자나 마스터카드표시가 있는 신용카드로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외산물건은 살수는 있으나, 달러를 써라는 얘기입니다.

아바나 시외를 운행하는 장거리 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용카드로만 버스표를 예매할 수 있고 달러나 유로화 결제만 가능합니다. 시외버스 정류장에서도 신용카드만 받습니다. 버스결제는 난이도가 조금 더 높았습니다. 제가 가지고 간 컴퓨터나 현지 유심칩을 꽃은 핸드폰으로는 예매싸이트에 접근불가였습니다. 시외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기에 몇일을 연구해 본 결과 쿠바경유  IP로는 접속이 안되고VPN을 이용해 접속하니 연결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외화벌이 인 것이죠. 외국에서 달러나 유로화로 결제한 금액이 국가로 바로 들어가니깐요.      

쿠바에서는 몸을 파는 그녀들은 합법적인 노동자로 보였습니다. 아바나 호스텔에 바람둥이 이태리남자가 한 명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가끔씩 밤에 외출해 쿠바여인과 하룻밤을 보냅니다. 다녀와서는 어메이징한 쿠바여인이라며 찬양합니다. 기쁨의 대가를 물어보니 25달러였습니다. 아바나 길거리 어디든 외국인 남자가 모여드는 곳에선 여인들이 대놓고 몸을 팔려고 날뜁니다. 경찰든 누가든 관여하지 않고 관심 자체가 없습니다. 잠깐 몸을 대면 한달 월급을 벌 수 있다는데, 누가 그 유혹을 견디며 견디지 못한 자들에게 돌을 던질까요? 그게 또 국가가 필요한 달러를 벌어들인다면 더 말이 되는거에요.  

현시점에 진정한 사회주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다녀본 나라는 그랬습니다. 자본주의로 물든 지구촌에서 처음에는 사회주의국가를 지향하고 그렇게 출발했더라도, 조금씩 자본주의 색체로 변화.변질되고 있습니다. 어디가 됐든 사회주의나라에서도 자본주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지려고 안달입니다. 쿠바도 그렇습니다. 쿠바에서는 관광업이 국가를 지탱하는 제1의 산업입니다. 외국인이 달러를 가지고 들어와 써야 국가가 그 달러로 필요한 물자를 외국에서 들여옵니다.

앞에선 말한 택시비 40달러가 이해가 됩니다. 작년 한해 쿠바를 탈출해 미국으로 밀입국한 쿠바인이 10만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저한테는 놀랄만한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쿠바를 경험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탈출민들은 뉴욕을 꿈꿉니다. 한달치 월급인 시간당 20달러의 꿈을 꾸고 실현하고 싶은 겁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나누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모두가 잘 살거나 모두가 잘 살지 못하는 사회가 공평하고 정의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접근방법은 달라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했을 겁니다. 만약 그 기준이 행복이라면, 제가 만났었고 스쳐지난 사람들의 표정에서 행복을 더 많이 읽은 곳은 뉴욕이 아니라 아바나였습니다. 쿠바가 놓인 특수성을 감안하더라고 지금의 쿠바사람들보다는 이전의 쿠바사람들이 더 행복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침투해 오는 것과 반비례해 더 행복했을 겁니다.  

마무리하면서 내 마음속의 안식처, 내 영혼을 두고 온 서부티베트를 떠올려옵니다. 내일이라도 외국인에게 국경이 개방된다면, 만사 제쳐 두고 갈 겁니다. 2002년 그 곳에서 보낸 한 달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버려 제 삶의 나침반이자 등불이 되었습니다. 티베트인의 모습에서 행복이란 단어는 어쩜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말 그들은 행복이란 단어를 모를 겁니다. 그들의 삶에는 불행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고, 아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내 가족 내 이웃을 넘어, 나 같은 이방인에게 자신들이 가장 소중한 것을 나눌 수 있는 그 마음과 미소를 소중히 간직합니다.    

그곳엔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없었습니다. 굳이 뭔가 있다고 말하라면 티베트 종교주의가 있습니다.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화된 중국에 강제편입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의 티베트를 생각하면 마음이 쓰려옵니다. 부디 내 마음의 샹그릴라 티베트가 하루빨리 본래의 모습을 되찾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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