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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마지막 후기~

성현 2014.08.20 13:28 조회 수 : 853

저는 랑시에르가 말하는 해방의 근거가 사뭇 신기했습니다. 이는 수업 때 강사님이 말했던 것처럼, 해방을 위한 실천의 근거가 이전의 철학자들이 제시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첫 시간 때부터 계속 강조했던 것처럼 랑시에르의 데모스는 사회학적 실체가 아닙니다. 고로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라고 해서 데모스일 수는 없으며, 생산수단으로부터의 자유와 굶어죽을 자유를 가진 프롤레타리아트라고 해서 데모스일 수는 없지요.

 

이전의 수많은 사상가들은 해방을 위해서 어떤 정치적 주체를 상정했고, 이러한 주체를 어떤 물질적 조건 위에 세워둠으로써 그들을 실체화했지요. 이러한 실체화의 문제점 중 하나는 이 실체들이 해방을 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체와 행위의 분리가 많은 이들에게 항상 문제였고, 이 괴리를 메꾸는 것이 이들의 중요한 과제였지요. 하지만 랑시에르는 이러한 이분법을 단박에 해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행위를 통해서만이 드러나는 것이 바로 데모스라는 정의가 그것이지요.

 

실체는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행위를 통해 구성하는 것이라는 랑시에르의 정의. 하지만 그저 행하라고 외치는 것만큼 공허한 것도 없겠지요. 아무튼 행위에는 근거가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근거 없이 하는 행동도 없겠거니와, 근거가 빈약한 행위는 결국 어떤 정당성도 얻지 못하는 폭력으로 귀결되겠지요. 랑시에르는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데모스의 행위는 항상 불평등과 그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셈법을 뒤흔드는 실천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의 근거를 평등전제로 정의하지요. 우리는 서로의 말이 통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평등하고, 이러한 평등 위에서 서로의 의지의 정도가 갈림으로써 불평등이 유지되거나 혹은 평등이 증명됩니다. 저는 랑시에르가 말하는 해방의 근거가 정말 독특하다고 느껴졌습니다. 평등전제는 어떤 실체가 아닙니다. 물론 인권선언과 같은 물질적인 것으로 존재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그 자체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데모스가 실천할 때 인권선언을 들고 옴으로써 자신들이 평등할 수 있다고 외칠 때만이 인권선언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지요.

 

하지마 그렇다고 해서 평등전제가 인권선언으로 환원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무지한 스승에서의처럼 평등전제는 말이 통한다는 사실로도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

 

데모스의 이러한 실천의 근거는 어떤 영역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실천은 프롤레타리아트에게만 속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시민에게만 속해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에는 영역이 없으며,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셈법을 뒤흔들 용기와 의지가 있는 자라면 누구나 평등전제를 입증함으로써 그 셈법을 뒤흔들 수 있지요.

 

예전에 연구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어떻게 하다가 국가와 자본에 의해서 주조되고 관리되게 되었을까를 얘기하는 것이 어려울까 아니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얘기하는 것이 어려울까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서로가 동의했던 것은 후자가 더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자는 이전의 자료들을 수집하여 그 기록들을 유기적으로 조직하면 될 일이지만, 후자는 자칫 잘못하면 공허한 주의주의로 빠지거나 혹은 필연적으로 혁명을 도래할 수밖에 없다고 외치는 교조주의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랑시에르는 이러한 두 개의 양극을 피해가며 이전의 사상가들과는 완전하게 다른 방식으로 도래할 정치적 실천의 근거를 정의했습니다. 이 근거를 증명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겠지요.

 

6주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랑시에르가 여러분의 삶에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연구실에서든 어디에서든 또 만나 뵀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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