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후기가 늦어서 죄송합니다..........또한 제가 발제를 맡았던 수업 내용에 대한 내용의 후기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벤야민을 공부하면서 들었던 저만의 생각을 조금 정리해보았습니다.(내용을 정리하고 이해하기에는 벤야민의 책이 저에게 너무 버거워서........ㅠㅠ)
제가 이번 발터 벤야민의 [독일 비애극의 원천] 강독 강좌를 들으면서 항상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듣고 있는 부분은 벤야민의 역사 철학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것이 처음으로 등장했던 「인식비판적 서론」이 저에겐 특히 흥미로웠는데, 이때의 내용이 다시 떠올리게 된 시점은 '멜랑콜리'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지난 7월 17일 강의가 끝나고, 그 다음 날에 진행된 7월 18일 프로이트 기획 세미나의 쪽글을 쓰던 중이었습니다.
프로이트 기획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을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아기의 성욕'을 설명해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유아기의 기억상실'에 주목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억은 애매모호하고 단편적인 회상, 간헐적으로 표현 가능한 느낌과 감정이라는 형태로 우리의 정신에 깊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을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따라 일련의 서사로 구성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유년기의 기억상실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벤야민이 이야기하는 모자이크와 같은 사유의 파편이었습니다. 즉 전체성을 사유하기 위해서는 학문을 예술로 인식하여 사고해야 하며, 전체성의 인식내용은 개별 대상들을 통해 온전히 입증해나가야 한다는 벤야민의 인식론이 프로이트가 말하는 유년기의 기억상실과 유사한 지점이 있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벤야민의 저작 선집 중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를 뒤져보았습니다.
벤야민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서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휙 지나간다. 과거는 인식 가능한 순간에 인식되지 않으면 영영 다시 볼 수 없게 사라지는 섬광 같은 이미지로서만 붙잡을 수 있다.", "과거를 역사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것이 '원래 어떠했는가'를 인식하는 일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위험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치는 어떤 기억을 붙잡는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볼 때, 벤야민은 우리는 과거를 스케치한다고, 과거의 사건 및 경험들의 느낌을 인식할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 않은 것인지.........
이렇게 두 사람의 논의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이 역사를 인식하는 방식,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극단의 시대: 20세기의 역사]의 개관에서 "한 사람의 노(老)역사가만이 과거를 자신의 영구적인 현재의 일부로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나이 이상의 막대한 수의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적 배경이나 인생행로와 무관하게 동일한 중심적 경험을 겪었다. 이 경험은 어느 정도는 같은 방식으로 우리 모두에게 흔적을 남겼다."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에 비추어 볼 때, 역사적 사건 및 경험에 대한 기억도 벤야민의 논의에 따르면 단편적인 스케치의 이미지와 느낌으로 우리의 정신에 흔적을 남기고, 프로이트 논의에 따르면 일상생활을 영위할 때에는 억압 또는 망각되었다가 특정 외부 사건과 경험으로 인해 다시 회귀하거나 변형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제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서 그냥 던지듯이 써버렸네요.........ㅠㅠ
제 공부부족을 탓하면서.......어쩔 수 없이 '벤야민의 역사 철학적 관점'은 어떤 내용일지........이를 좀 더 깊이 이해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죄송하게도 이상의 의문만을 후기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꼭 기회가 된다면, 벤야민의 역사철학을 기준으로 그의 저작들을 살펴보고 싶네요.......ㅎㅅㅎ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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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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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
헉! 처음하는 일이라 방금 댓글 쓰다 날렸네요. 아까브리...
맞아요, 기가 막힌 탁월한 통찰력입니다. 후기 사상으로 갈수록 프로이트와의 공명 부분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벤야민에게 유년기에 대한 기억은 역사의 대상 또는 문제입니다. 개인사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으로는 >베를린의 유년시절<이라는 책이고요, 우리가 역사라 부르는 문제의 접근은 >파사주(아케이트) 프로젝트<에서 기획되지요. 이때 프로이트의 개인주체적 정신분석학은 집단의 역사로 이전됩니다.
또 글을 날릴까 겁이 나 빨리 서두르게 되네...
ㅎㅎ 아우... 재밌는 글 잘 던져주었네요^^ 저도 기형님 처럼 두 사람의 글 사이에서 묘하게 공명하는 부분도 있고, 불일치하는 부분도 있어서 재밌단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럼 다음 시간에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