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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비애극의 원천 후기

은선 2014.07.31 14:53 조회 수 : 934

독일비애극의 원천 한 주 늦은 후기를 써봅니다

스승없는 공부만큼 무서운게 없다더니 역시 선생님이 계시니 든든합니다. 



벤야민의 비애극


비애극이라.

왜 비극이 아니라 비애극인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어 가므로 슬슬 이해가 되고 있습니다.(정말??)


벤야민은 독일 문학의 근대성을 '비애극'에서 찾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로테스크하고 부족하기도 하지만 "슬픔을 위한 , 슬퍼하는 자를 위한 즉 울려고 맘먹은 자들을 한대 툭 쳐서 울려주는 그런 극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대상이, 관객이, 특권적 주체의 자리에 주어지는 겁니다. 마치 매너리즘, 바로크 건축이 한 시점을 배려해서 디자인 했듯이 말입니다. 

17세기의 명장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이라는 작품도 그렇지요! 

이렇게 대상을 특정 위치에 놓았던 것은 비단 미술이나 건축 뿐만이 아니라 

문학에서도 징후가 있었다는 점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그렇다면 


멜랑콜리는 대체 무엇일까요? 

멜랑콜리아는 뒤러의 작품인데 엄밀하게 때지면 멜랑콜리아는 후기 르네상스 작품입니다.

초기 르네상스의 특징은 균형과 대칭, 조화를 중시합니다. 그러나 후기 르네상스나 바로크 혹은 매너리즘시기에서는 

일부러 괴기함을 창조하기도 합니다. 벤야민은 이 르네상스 시기의 작품이 바로크 전신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마치 그리스 후기에서 헬레니즘 시기를 보는 듯 하지요. 헬레니즘 시기에는 알렉산더대왕의 제국의 건설과

함께 인간사의 찌들은 면들과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함께 시너지를 빚어내며(지금인가?) 잘생기고 균형미의 극치를 이룬 황금비율의 검투사나 여신이 아니라 일그러진 형태들이나 소수자들 과 약자들( 장애인들, 매 맞는 노예)을 조각상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밀로의 비너스는 후기 헬레니즘때 이러한 혼란한 스타일을 정리하고자 잠시 나타난 고전 반동의 경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극문학에서는 어떻게,  비애극과 멜랑콜리는 어떻게 연결될까!


벤야민은 루터 , 칼뱅을 끌어들여 르네상스의 우울을 설명합니다. 


" 바로크의 위대한 독일 극작가들은 루터주의작들이었다." 수십년간의 반종교개혁적인 복고시기에 가톨릭이 자신의 원칙이 지니고 있는 모든 힘을 모아 세속적인 삶 속으로 침투해 들어갔다면, 애초부터 루터교는 일상에 이율배반적인 임장을 취하고 있었다. 루터교가 선행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은 그것이 가르친 시민적 삶의 엄격한 윤리성과 대조된다. 루터교는 선행을 통해 특별하고도 영적인 기적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부인하고 영혼을 믿음의 은총에 의존하게 하고 세속적인 국가 영역을 종교적으로 볼 때 단지 부차적이며 시민적 덕을 입증해야 할 삶의 시험장으로 만든다. 이로써 그것은 일반 사람들에게 의무에 대한 엄격한 순종심을 주입시켰지만 위대한 인물들의 마음속에는 우울함을 심어놓았다" 


루터교를 더 잘 알면 이해가 쉬울텐데 어쨌든 교회가 권선징악이면 편할텐데, 

시민적 삶으로는 엄격히 살라 하면서 선행은 알아서 해라 했다는 말인가요? 

텍스트로만 보면 그런내용인데, 루터교리 논문을 한번 봤는데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ㅜ 


-> 어쨌든 시민적 삶의 규율과 선의 실천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이로써 루터마저도 삶이 공허해 진거죠. 


그래서 바로크 시대의 우울은 시작됩니다. 

멜랑콜리아라는 것은 바닥을 칠 정도로 아주 우울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고지현샘께선 충분히 애도할 시간이 없을 때, 애도하거나 슬퍼하지 못할때 멜랑콜리아가 된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마치 밀양에 계신 이계삼 선생님이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적어도 일주일은 학교를 모두 휴강하고, 

회사와 가게는 휴업하고 충분히 슬퍼하자고 말했던게 생각합니다. "잠시 멈춰서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36102.html


"그러므로 세월호 앞에서 우리는 멈춰서야 한다. 학교는 교육을 잠시 멈추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일주일이라도 방학을 주자. 기업도 일손을 멈추자. 시장도 잠시 멈춰서자. 둘러앉을 공간이 있다면 어디서든 우리는 토론해야 한다. ‘나라가 망했다. 사회가 붕괴했다. 나는 기댈 데가 없다. 망한 나라에서,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러나 그의 말대로 우리가 잠시 멈췄다면 지금처럼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 투쟁을 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고, 

유병언을 빙자한 썩어 문드러진 시체 대신에 진실을 찾았을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계속 멜랑콜리를 지향하는 듯 합니다. 


헴릿이나 좀 현명한 사람들은 이때도 루터교회가 가르쳐주는 선과 - 삶의 혐오가 부딪혔던 것을 감지했던 모양입니다. 하얀은 

헴릿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밑의 후기에 썼던데, 저는 햄릿을 루터파 교리와 부딪히는 삶을 감지한 바로크 인물들 중 하나로 파악했습니다.


멜랑콜리와 슬픔의 감정에 대해 

잠시 대량 인용해보겠습니다.


"당시 부흥하고 있었으며 정신적으로 풍부함을 지닌 사람들의 삶의 혐오와 대조를 이루고 있었던 도덕, 즉 '작은 일에 대한 충실', 

'정직한 삶'과 같은 것에 몰두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도덕을 빼놓고는 달리 찾아질 수 없었다.왜냐하면 깊이 생각하는 자들은 

자신이 불완전하고 거짓된 행동의 폐허더미라는 현존속에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현존하는 것 모두가 그렇게 진행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삶은 공포에 휩싸인다. 삶은 죽음에 대한 생각에 앞서 경악한다. 


비애란 마음의 기본적인 태도인데, 그 속에서 감정은 공허한 세계를 마스크처럼 굳은 모습으로 되살려내어 이 공허한 세계를 바라보는 것에서 불가사의한 만족을 얻으려 한다.  감정은 그 어떤 선험적 대상과 결합되어 있으며, 이 대상의 서술이 가 감정의 현상학이다.

비극의 이론에 대한 대응물로서 파악될 수 있도록 모습을 드러내는 비애의 이론은 따라서 오직 멜랑콜리적인 인간의 시선 아래 

드러나는 세계의 묘사 속에서만 펼쳐진다. 왜냐하면 감정은 그것이 아무리 자아에게 애매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할지라도 운동성이 있는 반사적 태도로서 구체적을 구조지어진 세계에 대답하기 때문이다. "  209-210p


여기서 감정은 또 무엇일까요?

: 운동성이 있는태도는 의도의 위계 안에서 자신에게 적절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감정이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단시 감정이 이 위계 안에서 최고의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특징짓는 것은 놀랄만한 집요함이며 이 집요함은 비애감과 사랑에만 고유하다고 합니다 (210p)

여기서 슬픔은 중요한데요 

슬픔은 자신의 의도를 특별하게 상승시키고 지속적으로 침잠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건한 가정생활의 제약으로부터 탈출하는 일이 그렇듯, 국가대사극의 화려함에 대한 열렬한 관심도 장중함에 끌리는심원한 명상의 경향에 기인합니다. 바로크 시기 언어에서 찬란히 드러나 있는 슬픔과 과시의 친화성은 그 근원 가운데 하나가 여기서 찾아질 수 있습니다. 침잠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연대기적 세계사의 거대 상황들은 일종의 유희로서 신뢰하만한 해독이 있는 의미를 위해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그 끊임없는 반복으로 인해 멜랑콜리적 삶이 혐오가 절망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촉진하는 일종의 유희로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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