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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7강] 마지막 후기

손현숙 2021.08.24 00:31 조회 수 : 226

차라투스트라 7강 마지막후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강독 강좌가 끝났다.

이년여에 걸친 나의 니체읽기가 한시즌 정도를 마감한 셈이다.

처음 수유너머에 입문했을 때 니체를 많이 공부하셨던 분들이 왜 나는 니체를 떠나지 못하는가~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아쉬움과 두려움 이제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이제 삶의 전선으로 나아가야한다. 더 많은 용기를 가지고

 

이수정샘의 제안으로 천막 농성장에서 첫날 니체를 돌아가면서 읽고 얘기나눌 때 먼저 니체를 읽기 시작한 노동자 한분이 날보며 껄껄 웃으시며 고소해하셨었다. 이웃사랑, 연민, 동정, 적과 친구 등등 이해되지 않는 가치의 개념들에 대해서 갸우뚱하고 이게 대체 뭔소리지... 하는 나의 말과 표정을 보면서 몇 주전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던것 같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가치의 개념들, 그사이의 간극을 재숙쌤의 설명이 빠르게 메워주셨다. 소중한 인연의 탄생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나도 모르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 나는 공부하면서 송곳같은 질문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분들이 참 부럽기도 했었는데 동료들의 질문과 답들속에서 ,나는 다시 생각해볼 수있었고 새롭게 내 인생의 다른 질문거리들을 찾을 수 있었다. 공부하면서 머리도 아팠고 눈도 이전보다 더 침침해 졌지만, 다양한 분들과 함께 고민거리들을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았던 것이 제일 큰 보람인 것 같다.

읽어낼 수 있고 사유할 수 있고 또 살아가는 속에서 내 자신과 주변의 환경과 관계들을 잘 정리하고 솎아낼 수 있는 지혜와 삶의 기술들을 얻을 수 있어서 기뻤다. 삶의 기쁨과 고통의 양면과 공존을 이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니체는 확실히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된다. 그게 가장 큰 강점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몇개월 전에 나는 니체의 책을 비롯해 몇권의 책들과 시집한권을 주문했다. 책이 도착한 날 기다렸던 이산하 시집 [악의 평범성]의 첫장을 넘겼는데 헉~

첫 시에 니체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이 무슨일.. 아~ 여기서도 니체를 만나다니, 머리가 아주 쭈뼛 서버렸다. 그런데 마지막 시인의 말에는 같이 주문했던 단테의 신곡-지옥편의 "여기 들어오는자 희망을 버려라" 라는 구절로 마무리되어있었다. 이런 우연과 연관성이라니... 약간 소름도 돋았다.

 

<지옥의 묵시록> 중에서...

 

정신착란 증세로 10년동안 식물인간처럼 살았지만

마지막에는 신 없이도 죽을 수 있었던 니체는

어느 추운 겨울날 아침 토리노의 골목을 산책하다가

늙은 마부의 모질고 잔인한 채찍질에도

비명없이 꼼짝도 않는 말의 목을 끌어안고 울었다.

 

나는 저렇게 표면이 심연인 듯 울어본적이 없었다.

                            이산하 시집 [악의 평범성] 중에서....

 

마지막 강독시간의 주제는 역시 아모르 파티다.

 

단테의 신곡에는 신화와실화속의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수많은 군상들의 운명의 면면을 읽어나가는 데 머리가 아플지경이었다. 내가 왜 이 책을 읽어본다고 했을까 하면서 후회막급이었다. 그냥 느끼지도 못하고 읽어 내려가는 수준이었지만 그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처한 다양한 운명의 실타래들을 어떻게 풀면서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 것으로도 도움이라면 도움일 듯하다. 우리는 어쩌면 아모르파티 이말을 완성시키기위해 공부하면서 달려온 것이다. 수천수만의 운명들 중에서 나의 운명은 나의 것 한가지밖에 없을테니까.

 

음악하는 선배님들이 자주 하는말이 있다. 사물을 잘 바라보는것.. 그안에서 본질도 발견하고 아름다움도 발견해서 예술로 만들어 내는 것... 사진작가 김영갑님의 책 중에 "아름다움은 발견하는자의 몫"이라는 말이 있다. 거기엔 운명의 필연적 세계와 긍정이 들어 있는듯 하다. 내 운명을 자꾸 들여다보는 연습...

내 삶에 놓여져있는 필연적인 세계인 운명을 나는 긍정하고 사랑하며 아름답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창조의 의지를 높여 나가는것이리라. 그것은 바로 고귀한 존재인 나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위의 시에서처럼 표면이 심연일 수 있으려면, 나의 운명이 뭔지 파악하고 알아나가야 할 것이고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다. 매 순간일 수는 없겠지만 기쁨과 고통의 양면을 같이 인식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습관과 힘을 길러 나가야겠다.

삶이여 오라! 내가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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