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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광

안녕하세요 선생님, 조원광입니다^^ 글 남겨주신 걸 좀 늦게 봤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아마도 제가 남겨주신 의문에 대해 답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딱히 답을 기대하시진 않으시겠지요. 하지만 의견을 나누어보자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4강에 대해 남겨주신 메모와 아래 추가 메모에 대해 제 생각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지금 세상이 사람들이 각자 자유로운 삶과 행복을 추구한 결과라는 말씀에는 솔직히 동감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의 삶은 생존의 위협에 의해(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죽을지도 몰라!), 어디서 왔는지 애매하지만 그래야만 한다는 신념과 관습에 의해(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야지! 납득이 가지 않지만 어른이 하는 말은 일단 참고 들어보자), 객관성을 가장한 표준과 정상에 의해 (내 나이 쯤이면 이 정도 지위는 가져야지. 그러지 못하면 정말 부끄러울거야) 많은 부분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각자 스스로의 삶의 비전을 자유롭게 펼치고 있다면,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살률이 그토록 높을까요? 시장에서의 자유는 주어져 있지만, 자유롭다고 믿고 있는 이면에서 작동하는 미세한 권력이 있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하는 편입니다. 

두 번째로,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는 푸코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씀을 남겨주셨습니다. 푸코 책을 읽어본지 하도 오래되어서^^;; 푸코의 주장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으나, 일반적인 관점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설명, 그러니까 서로 다른 지시 사항 혹은 교육 사항들이 혼선을 일으켜 지배적인 규율에 반하는 저항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설명에 대해, 저는 정말 그렇기도 하다고 생각하며 동의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은 현상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푸코 역시 그와 비슷한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푸코는 권력의 총체적이며 일관된 전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오래된 군주제 권력 표상이 가진 한계라고 생각했지요. 대신 도처에 존재하는 권력 효과들이 접합하며 전체적인 효과를 일으킬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것들은 서로 삐걱거리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고 보는데, 그런 면에서 푸코의 기본 입장은 선생님의 생각과 크게 거리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푸코는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고 하는가? 규율에 처하면 그에 저항하는 신비한 반항 정신(?)이라도 생긴다는 말인가? 제 생각에 선생님의 의문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푸코 역시, 저항을 권력 외부에 존재하는 추상적인 어떤 것이라고 여긴 것은 아닙니다. 언급해주신 요시유키의 책은 보지 못했습니다만, 제가 본 푸코의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라는 언급은 [성의 역사] 제 1권 4장에 나옵니다. 거기서 푸코가 그런 말을 하는 까닭은, 권력의 관계적 속성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아시다시피, 푸코가 보기에 권력은 실체가 아니라 특정한 행사로 존재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그 행사 안에는 대상이 있지요. 반대자, 표적, 버팀목, 공략 대상이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그것들과 다른 것들이(시간표일 수도 있고, 건축 양식일 수도 있고, 그걸 무질서하다고 보는^^;; 걱정 많은 어르신일 수도 있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권력이라 부를 만한 현상이 관찰됩니다. 쉽게 말해, 뺀질거리는 수도사가 없다면 수도원의 시간표가 출현할 일이 없고, 세금이나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피하는 신민이 없다면 경찰이나 행정 체계가 소환될 일이 없겠지요. 그렇기에 저항 역시, 어떤 궁극적 정신이나 추상적 흐름으로 존재하기보다, 항상 구체적인 ‘여러 가지’ 저항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다른 것들과 만나면서 역시 무수한 방식의 ‘권력’이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규율’이란 이런 다양한 저항 지점을 제압하기 위해 17세기 무렵부터 유행한 하나의 노하우이자 전술일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는 말이 그렇게 무리한 주장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별적인 여러 행사에서 통제의 목표이자 교정의 대상이 늘 존재한다는 말일테니까요. 그게 없으면 권력이라는 현상도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오히려 그렇기에 저항은 완전히 권력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권력에 특유한 성격을 부여해주기까지 합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만약 선생님의 의문이 푸코가 마치 어떻게 해도 제압되지 않는 순수한 저항의 정신 같은 것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것이라면, 오히려 푸코는 그런 것을 계속해서 경계하려 했던 듯합니다. 반대로 푸코의 이런 주장은 권력에 대한 ‘진정하고 순수한’ 저항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좀 답답한 느낌이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푸코라면, 권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짜 가능하며 지향해야 할 바냐고 묻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 의견이 선생님 의문을 해결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선생님께서 고민을 진전시키시고 답을 찾으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좀 더 생각해보고,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이야기 나누시지요. 편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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