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내용 십분의 일도 이해 못하면서 그저 배우는 게 좋아 해맑게 웃고 앉아 있는 거 아시면 얼마나 난감하실까 싶어 모르는 표정 교묘히 감추고 앉아 있었던 학생(?)입니다. 지방에서 운전에, 기차에, 지하철에, 택시에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숨 가쁘게 와서 듣는 것치곤 너무 모르는 거 아닌 가 자책도 하면서 6주를 보냈고요. 한마디로 무모했지요.
그런데 모든 공부가 그렇듯 허망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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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융은 들어봤지만 라캉을 공부한 건 정말 처음입니다. 대학까지 다닌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겠지만 그랬네요. 그래서 많이 어려웠습니다. 용어도 낯설고 개념은 모르겠고 라캉 공부하는 데 왜 소쉬르를 먼저 다루나 그것조차 의아했으니까요. 첫 강의를 들으며 정신분석이 언어의 구조와 그렇게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2주, 3주가 지나도, 라캉 이론을 적용한 쉬운 책을 읽어 보아도, 잠시뿐. 강의가 다 끝난 지금까지도 확실히 이해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여러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라캉이 주목했다는 “폭력을 어떻게 멈출 수 있는가?” 이미지의 세계를 건드려서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변화를 주려고 한 학자의 생각이 놀랍기도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생각이 탄생했는지-요건 마지막 강의에서 조금 맛보았지만-, 어떻게 폭력을 멈추게 하겠다는 건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케빈에 대하여>를 다루며 말씀하신, 한 가지를 금지함으로써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아버지의 법’ 이야기도 새롭고 흥미로웠고요. 칸트의 ‘선’은 고통이며 죽음 충동에 닿아 있다는 것도 더 깊이 캐고 싶어진 부분입니다.
여러 말을 했지만 제가 아직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아시고 웃음이 나실 것도 같습니다.ㅎ. 그래도 저는 행복에 들떠 있습니다. 이런 내용 조금이라도 접하게 돼 기쁘고, 알고 싶은 것이 더 많아졌고, 앞으로 찾아 읽게 될 책들은 또 얼마나 저를 설레게 할까 기대가 되니까요. 이런 마음이 무모한 여정의 동력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다음에 또 강의를 들으러 가게 된다면 그땐 꼭 미리 많이 공부하고 가야겠다 생각합니다.
강의를 하시면서도 중간 중간 수줍은 호기심을 숨기지 않으셨던 최원 선생님,
매번 편안하고, 재미있고(모르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좋은 강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나오면 꼭 사서 보겠습니다~
증오 없는 공포, 마키아적 시빌리테, 알튀세르...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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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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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스
이번 강의는 여건이 안맞어서 못들었습니다. 다음 강의는 계획하신 것이 있는지, 언제 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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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
중대 자캠에서 새학기에 이데올로기 세미나가 있을 예정입니다만 정확한 일정은 아직 없습니다. 수유너머에서도 라캉 세미나 11에 대한 세미나가 생길 수도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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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스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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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
저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즐겁게 강의 들었던 1인입니다 ^^
책이 매우 기대되어요! 좋은 강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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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리
저도 이해는 잘 하지 못했지만 라캉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라캉을 만나게 해준 최원 선생님께 저도 감사드려요. 강의든 세미나든 수유너머에서 라캉을 다시 만나보고 싶네요^^ 샘 책으로 라캉 강좌 여운을 만끽해야겠습니다. 책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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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
다들 너무 고맙습니다.^^
김외경 님, 지방에서 올라오셔서 들으셨던 거군요. 내용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강의였는데 매번 먼 곳에서 올라와 열심히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 드립니다. 라캉 자체가 워낙 어려운 글을 쓰는 걸로 악명이 높아서 김외경님이 힘들어 하신 것은 아마 많은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재미는 있으셨다니 다행이고요 앞으로 공부하시는 데에 도움이 되길 빕니다. 저도 더 쉽게 이해되도록 강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