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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공동체와 순환계 <심청전>

 

심청전의 전반부는 공동체의 능력과 무능력에 대한 텍스트라는 언급은 흥미로웠습니다. 능력과 무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는 심청의 가족이 절대적 결여가 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여분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결여에서 공동체는 능력을 발휘하고 여분의 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에서는 무능력을 보여줍니다. 공동체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재화는 공동체의 외부에서 증여가 아닌 교환의 영역에서 가능해집니다. 상인의 영역에서 여분이란 순환에 필요한 것을 초과한 부분이 아니라 그 자체가 유통의 대상이 되고 집적의 대상이 됩니다.

 

심청전-공동체의 능력---여분가능-십시일반, 공동체의 윤리---여분의 증여

                               무능력-여분초과->상인의 영역(공동체 외부)--여분의 교환(유통,집적)

 

이런 도식이 가능하다면,

심청전은 단순히 심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앞서 수업에서 언급된 대로 공동체의 능력과 무능력에 대한 텍스트가 되며 그저 동네사람들이라는 주변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들에 대한 자세한 사정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공동체의 능력치가 심청의 서서에 직접적인,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의 여분이 증여됨으로써 가능한 삶이 공동체의 능력을 넘어서 여분이 교환의 대상이 되면서 불가능하게 됩니다. 심청의 목숨으로 교환되는 엄청난 초과분 때문이지요.

 

공동체의 능력이 발휘된다는 것은 쉬워보지이만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심청전을 읽을 때 동냥에 대해서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불쌍한 자를 구제하는 방식이지만 그것은 단순히 시혜적이라기보다는 공동체의 역할이며, 그것에 합의한 구성원들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렇게 성장한 심청의 고운 심성으로 미루어 서로 믿고 의지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이런 공동체의 능력치를 발휘하는 장면을 자주 접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일단 여분에 대해서 어떤 합의를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교환가치의 효용을 인정한 사람들은 여분에 인색할 수 없고 여분을 증여한다는 합의에도 그것이 공동체의 능력치를 보여주기에는 아주 적은 양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의 태도가 결핍의 대상을 구걸로 보는지, 동냥으로 보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밥 한술의 여분에도 마음의 여유를 보이지 않고, 결핍의 대상을 공동체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일시적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축장과 잉여인간: 흥부전


  

심청은 공동체에 의해 순환계에 남을 수 있었지만 흥부는 (가족)공동체에서 쫓겨나 잉여인간이 됩니다. 공동체는 흥부라는 구성원에게 능력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동체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놀부가 흥부를 쫓아냅니다. 그 이유는 축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청전의 여분은 (공동체의 한계 이전에) 증여가 되지만 흥부전의 여분은 놀부에 의해 축장될 뿐입니다. 놀부는 가능한 최대치를 축장하려는 의지를 표상하고 반면 흥부는 그 욕망으로 순환계에서 쫓겨나는데 축장이 먹고사는 최소생존 문제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축장으로 인해 잉여물자가 발생할 때, 다른 쪽에서는 순환계에서 추방된 잉여인간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여분을 어떻게 나누고 써야하는가. 질문하게 됩니다. 큰 부자인 놀부에게 우리의 기준에게 여분은 심청이네 동네의 여분과는 차원이 달라보입니다. 그러나 그 양적, 질적 문제를 떠나서 여분은 다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심청이네 동네 사람들의 밥 한술은 한 결핍의 가족을 살라지만 노적을 헐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놀부는 절대 흥부를 도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여분을 어떻게 설정하고 나누고 있을까요. 나에게 여분이라는 것이 얼마나 있는지, 그것을 나눌 용기는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나중에 흥부와 놀부가 각각 박을 열어보았을 때, 흥부의 박에서는 순환에 필요한 물자가 나오고, 놀부의 박에서는 축장을 소모해서 없애버리는 소모적 성격이 강한 인간들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놀부의 (축장으로 이룬) 재산이 탕진되는 것입니다. 이는 이유있는 파괴, 긍정적인 파괴가 됩니다. 철학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면서도 서사에 있어서도 멋스러운 대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전의 원문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소모적인 인간들이 박에서 풀려와 탕진의 난장을 보여주는 대목을 상상했습니다.



 

4. 공동체와 돈 : 허생전

 

놀부와 허생은 적극적으로 축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축장의 스케일이 다릅니다. 놀부가 한 가족 안에서 하던 것을 허생은 한 나라 안에서 합니다. 다음으로 놀부는 축장의 원리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허생은 축장의 해를 알고 상업적인 방법으로 돈을 번 이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만듭니다. 그는 돈을 크게 벌기 위해 유통을 촉진시키지 않고 절단해야한다는 것을 알며 대대적 결핍을 만들어내며 적극적으로 축장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은화 50만냥을 바다에 버리기도 합니다.

 

허생의 초점은, 잉여물자라기보다는 잉여인간이며 이들과 함께 새로운 순환계를 구성하여 살아가는 것에 관심을 갖습니다. 도둑이나 유민처럼 순환계에서 배제된 이들에게 새로운 순환계에 정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기 때문입니다. 허생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돈을 통해 공동체의 허점을 지적하고 또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는 비범함에 대해서 큰 재미를 준 작품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뒤로 갈수록 부족합니다. 죄송....^^;;;; 피자를 주문한 상태....;;;;;)


경제적 여분과 공동체에 대해서 고전소설을 다시 읽을 수 있는 인상적인 수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주 쉬고 다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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