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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하다보니 벌써 2월이고 강좌도 두 번밖에 남질 않았네요. ㅠ ㅠ

수강생들의 이런 아쉬운 마음을 눈치채셨는지...담주엔 뒤풀이가 있다고 합니다~~~ 므하하하핳...  

오늘은 지난 후기에 이어 '메시아주의'와 정치신학에 관한 강좌 내용을 소상히 쓰려고 합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예수는 정치범으로 십자가상에서 처형되었는데, 그의 죄목은 '유대인의 왕'이었습니다.

과연....예수는 '유대인의 왕'이었을까요?  

우리가 몰랐던 불편한 진실....이제부터 시작합니다. 두구두구둥~

사실 예수 자신이 스스로를 '유대인의 왕'이라고 주장한 적은 없었고 합니다.

단지 예수의 제자들을 비롯하여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이 그를 '유대인의 왕'으로서의 메시아로 생각하고(싶어했고!)

그가 '다윗왕조'를 복원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 민족적인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예수는 자신을 왕으로 세우려는 사람들의 요구를 분명히 거절했으며, 그들과 거리를 두려고까지 했다고 하네요. (요한복음 6장15절)

 

특히 'wooook' 하는 성질로 유명한 다혈질 제자 베드로가 예수야말로 유대인의 왕으로서의 메시아라는 기대에 부푼 고백을 했을 때

예수는 자신이 곧 죽을 운명임을 얘기하면서... 김칫국 마시고 있는 베드로에게 찬 물을 끼얹는데요... (처얼썩...)

엥??? 우리의 메시아가 곧 죽게 되다니이이이이???

어이상실한 멘붕직전의 베드로가 아니나 다를까 '욱'하며 예수에게 반발하자 예수는 온갖 구박과 비난을 베드로에게 쏟아붓지요.(마가복음 8장 33절)  

예수는 베드로에게 심지어 '사탄'이라고까지... 표현했다고 하네요...(알고보니 예수도 가끔 독한 말 하십니다...ㅠ ㅠ)

예수가 승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제자들은 이스라엘의 국가 회복이라는 민족적 열망을 놓아버리지 못했다고 합니다.(사도행전 1장6절)

여기서 우리는 예수와 그의 제자들 사이, 예수와 그를 따르던 사람들 사이에서 인식 상의 커다란 단절이 존재했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 자신이 생각했던 메시아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정말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여겼을까요? (참고로 예수가 살던 시대에는 예수 이외에도 자칭 혹은 타칭 '메시아들'이 존재하고 활동했었답니다.)

예수가 유대 종교자들에게 심문을 받고 고소를 당하여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는 과정이 요한복음에 상세히 나와있는데요...

본문을 잘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수 자신이 생각하는 메시아가 무엇인지 점점 그 윤곽이 드러나게 됩니다.

마가복음을 제외하고는 예수가 자신이 메시아인지 아닌지를 똑부러지게 밝힌 적이 없습니다. (답답해서 속터질 뻔 했어요...)

유대 지도자들과 대제사장이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지 말하라"고 했을 때도

"당신이 그렇게 말하였다"고 대답하고(마태복음 26장 64절)

로마의 총독 빌라도가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고 물어봤을 때도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 " 라며 빙빙둘러 알듯말듯한 대답을 합니다.(요한복음18장 36절)

이 세상에 속하지 않았다니.

그럼 저 세상에 속한 건가?

 

예수가 말한 '내 나라'에서의 통치는 군사력으로 통치하는 기존의 국가권력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차원의 통치, 

하나님의 통치, 곧 신정(神政)을 의미합니다.

즉, 예수는 자신이 '하나님의 나라'의 메시아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유대인의 왕으로서의 메시아가 아닌!!!)

하나님의 나라.

뭐...어디?????

여기서 혹시라도 헷갈리시면 안되는 것이 있어요.... 예수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혹시라도

어릴 적 주일학교 댕기면서 수없이 주입되었던, 교회다니고 착한 일하면 갈 수 있다는 천당이나 천국쯤으로 상상하시면 안되고요...(-    -)

저는 꼬마일 적에도 이건 쫌 아니다... 싶었거든요. 

교회 안다닌 죄로다가 지옥불에 떨어진 가족들이 통구이 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내려다 봐야하는 끔찍한 그곳이 천당이라니요... 아놔....진짜...

어쨌든...

 

예수가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자신의 사역을 시작할 때 했던 첫 마디에도 하나님의 나라가 언급되어 있잖아요?

"회개하라.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왔다."(마태복음 4장 17절)    

                ***참고: 여기서 '회개'는 죄를 고백한다는 의미보다는 회심(回心), 즉 마음이나 생각을 돌이키다(메타노이아 ),

                      아니면 '인식의 전환' 쯤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구현을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전제된다는(?!)얘기겠죠?

그렇다면 도대체 예수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어디에 있고 어떻게 구현되는 것일까요?

 

예수가 자기 동네 고향땅에서 안식일에 유대교 회당에 들어가 쫑알쫑알 성경구절을 읽고 난 다음에,

격분한 유대 사람들에게 질질 끌려나가서 벼랑 끝에서 패대기쳐져 죽을 뻔 한 일이 있었자나요... ?

그 때 예수가 회당에서 읽어내려간 본문은 구약의 '희년 사상'이 표현된  본문을 예수 자신에게 적용한 것인데요...

아주 의미심장한 부분이라고 손기태 선생님께서 힘 팍팍 주어 강조하셨어요. 

               ***참고: 희년제도는 7년마다 돌아오는 안식년이 일곱번 째 되는 해에 빚을 싸아......아아악 다 탕감해주는 원더풀한 제도예요. (빚 탕감 받으려면 장수해야 할 듯...^  ^)

"야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니, 주 하나님의 영이 나에게 임하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상한 마음을 싸매어 주고, 포로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갇힌 사람에게 석방을 선언하고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언하고 모든 슬퍼하는 자들을 위로하게 하셨다. "(이사야서 61장 1~2절)

그리고는 이 말씀이 방금 '이루어졌다'고 예수는 선언합니다.

즉, 예수 자신이 메시아(야훼가 기름부은 자)이며,  

하나님의 나라가 어떠한 모습으로 구현되어야 하는지 그 지향하는 바를 분명하게 언급하고,

이 말씀이 이루어졌다고 말함으로써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했다는 걸 선포한 셈이죠.

이쯤되면 유대인들이 눈 튀어나오도록 격분할 만 하네요. ㅎㅎㅎ

이 사건 이후로 예수가 자기 동네에는 얼씬도 안했다는 후담이 전해집니다.

 

예수는 당시 유대인들의 민족적 열망에 대해서 비판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열망에 의해 정당화되는 율법적 차별과 배제에 과감히 반기를 들었것이죠.

심지어 예수는 이스라엘의 회복을 상징하는 예루살렘 성전도 곧 무너질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유대인들의 심기를 건드리다 못해 콧털을 화아악 잡아 뽑습니다.

유대의 모든 가치관과 종교질서 전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충격적인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는 예수.

이 쯤되면 왜 예수가 유대 종교지도자들로부터 강한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밉상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실 듯합니다.

예수의 메시아주의는 유대사회가 추구했던 메시아적 이상에 대립하거나 벗어났으며, 이것은 유대사회로부터 커다란 반발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유대지도층 뿐만 아니라 군중들도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요구했던 것은...

그가 한 사회의 지배적인 열망을 거부한 것에 대한 대중적인 분노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네요.

예수운동은 기존의 지배질서로부터 벗어난 소수적인 흐름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예수가 율법 자체를 없애거나 거부할 것을 주장한 적은 없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것이 삶을 억압하고 메마르게 만드는 수단으로 변질된다면 율법 본연의 취지에 어긋난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특히 율법이 불치병자, 장애인, 세리, 창녀들을 죄인으로 규정하는 차별의 근거로 작용할 때는 더더욱 문제시되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율법주의자들에 대한 예수의 저항은 다름아닌 율법이 유대인들의 특권의식, 선민사상에 의해 공고해지면서

성전을 중심으로 하는 유대 종교권력의 지배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하나님의 나라.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의 나라는 지상의 특정한 국가도 아니며 , 내세의 혹은 영적인 의미만을 가진 국가도 아닌,

그것은 바로 신의 통치가 실현되는 나라이며, 신적이고 절대적인 윤리가 요구되는 나라입니다.

죄를 지으면 눈을 뽑고,  손이 죄를 지으면 손을 자르고,  왼 뺨을 때리면 오른 뺨도 들이대고,

겉옷을 달라하면 속옷까지 벗어줘야하고...(@ @이것 만큼은 상대가 바라지 않을 듯...) 등등.

과격하고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완전 무리한 요구 일색이네요.

그러나...

예수의 윤리는 모든 신앙적 윤리들의 기본 전제이자 출발점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나라가 요구하는 신적, 절대적 윤리는 또한 언제나 추구되어야할 그 무엇이기도 하다며 손기태 샘의 눈이 별처럼 빛나기 시작했어요.(*    *)

(저는 이 순간 히에로파니를 경험했다는....ㅎㅎ 믿거나 말거나)

하나님 나라의 윤리는 그 자체로 실현불가능하면서도 또한 언제나 실행되어야하는 이율배반적 측면을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토록 숭고한 예수의 실천적 사유인 하나님 나라 개념을 지들 맘대로 이용해먹는 작자들이 줄줄이 소세지 마냥 역사에 그 뻔뻔한 낯짝들을 들이밀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강의실 분의기는 초롱초롱 진지진지.

먼저,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후의 기독교 제국들. 

그들은 스스로를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된 국가라고 간주하며 메시아의 평화를 '로마의 평화'로 둔갑시켰고요...

아....이제 하나님 나라의 신학이 '제국의 신학'으로 전락(???)해 버리게 되는 건가요... 그런건가요...ㅠ ㅠ

로마가 건네 준 바통을 이어받은 다음 주자는 근대 이후 서구 기독교 국가들 되시겠습니다.. 

그들은 라틴 아메리카를 정복할 때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어가고 있음을 확신했다고 하고요...

다음으로...이성의 끝이 유토피아가 아닌 아우슈비츠라는 역설을 보여준 히틀러가 그 정점을 찍는데요...

히틀러의 제3제국 역시 자신들 스스로를 인류 구원의 역사적 사명을 가진 하나님의 나라로 자처합니다.

(저는 '역사적 사명' 이런 거 너무 싫어요... 요즘 대한민국에도 자신이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났다고 하는 착각속에서 그네 타시는 분이 계셔요...무셔워요...)

신앙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로 건너온 청교도들도 질세라 늦을세라 그 뒤를 이어 나갑니다.

그들은 우상숭배(?)를 하던 미개한(?) 종족인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한다는 신념에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지요.

오늘날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 또한  십자군의 거룩한 전쟁이라는 명분 운운 하고 있고요...

 

낯두꺼운 제국들이 들쑤셔놓은 뇌의 정화를 위해 다시금 예수시대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하나님 나라의 시제는 '이미' 라는 완료시제와 '아직'이라는 미완료 시제만을 갖는다고 하는데요...

즉, 메시아의 도래로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시작되었지만 '완료'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나라는 미래에 실현될 나라가 아니라, 언제나 진행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지요.(여기 현재 진행형 하나 추가요!!!)

"하나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아라 여기에 있다 저기에 있다 하고 말 할 수도 없다.

보아라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가운데 있다."(누가복음 17장 21절)

언제나 있지만 항상 작동하는 방식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현재진행형'일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살아있는 운동력으로 존재하는,

소유하거나 일반화되지 않는 성질의 나라.

 

메시아 주의의 시간관에 대한 내용은 바울에 대한 강좌 때 아마 다시 등장할 겁니다.

메시아에 대한 바울의 시각은 매우 독특하다며 궁금증을 유발시켜 다음 시간 예고까지 은근슬쩍 해주시는 손기태 샘의 센스.

아감벤이 얘기했던 '근접성'의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수강생 중 한 분께서 언급하셨어요.

바울은 '하나님의 나라'라는 표현을 자제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도 궁금하시죠?

저도 다음 시간이 더더욱 궁금해지네요.

그럼 수강생 여러분, 월요일 밤에 뵈어요. 강좌에 늦으시걸랑 뒤풀이라도 꼬옥 오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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