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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새로운 감응들의 발명] 3강 후기

노랭이 2022.10.28 18:20 조회 수 : 46

수업 후기

 

최근 점점 사고도 하지 않고 글도 쓰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보니 이미 나는 외부의 자극에 무뎌진 통나무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감응’을 일으킬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뒤늦게 3강에 참여하게 되었다.

 

<여왕의 변신> 역시 통나무 인간은 동화 스토리 자체와 다시쓰기라는 서술 방식의 측면에서만 접근했다. <식인귀의 아내>가 주변부 인물을 중심 인물로 끌어오는 방식이 효과적인가 하는 것. <신데렐로>의 신데렐라가 남자로 바뀌면서 동화 자체의 성격이 로맨스 소설화 되어 가져오는 효과 같은 것들이다. 아니면 정말 식인귀의 아내가 이야기의 메인 갈등 해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든가 하는 감상. 이야기를 읽고 느끼는 감상이야 맞고 틀리고가 없다지만 수업에 참여하신 분들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상당히 문학과는 동떨어진 독후감상이긴하다.

 

그래서 수업을 듣고 동화의 기능과 역사 측면에서 <여왕의 변신> 속 이야기를 거시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부터도 새로웠다. 동화가 생각보다 기능의 측면이 강한 문학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접근 자체가 달라졌다. 이야기가 어떤 기능을 하길 바랐다는 건 그만큼 이야기에 담기는 의도가 많아진다는 뜻이고 의도가 많을수록 걸죽한 상징들도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런 상징을 함께 수업에서 짚고, 동화를 구조화하고 나니 놓친 것들이 보였다. 안경점에 가서 시력교정용 렌즈 도수를 갑자기 한껏 높인 기분이었다. 눈은 또렷해졌지만 오히려 너무 높아진 도수에 어질한 기분마저 들었다. 다시 쓴 동화 속 글자 사이사이에 가려진 의도가 강렬해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수업을 듣고 문학 자체보다도 이 작가가 동화를 다시쓰기 했다는 시도에 더 감응했다. 수업 전에는 크게 와닿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어렸을 때의 작가는 분명 그 동화들을 즐겁게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도 모르게 동화 속 숨겨진 의도들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공주는 착해야 하며, 남을 도와야 하며, 괴롭힘을 당해도 참고 참고 참아야 왕자라는 복이 온다고. 나와 비슷했을 어린 작가가 자라서 그 동화를 찢어버리게 된 것이다. 동화를 학습하던 아이가 사유하는 어른으로 성장한 것. 동화는 다시 써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일까?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동화를 찢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일까? 나는 아직 얼마나 어린이로 남아있는 것일까를 돌아보게 되었던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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