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미와 숭고>는 수유너머를 알게 된 후 신청한 첫 강좌입니다. 철학의 ㅊ자도 알지 못하는 문외한이 [판단력 비판]을 읽겠다고 덤벼들었으니 정말 철이 없었죠. 무식하면 용감다하는 오랜 격언이 맞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개강일은 다가왔고, 철철 넘치는 무지를 애써 모른척하며 뻔뻔한 발걸음으로 오프라인 강좌를 듣기 위해 수유너머를 찾았습니다.
김상현 선생님이 준비하신 1강은 [판단력 비판] 입문을 위한 목차 및 용어 설명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선창하셨죠. '여러분들 이미 아시겠지만'. 그러면 몇 몇 분들이 후창하셨습니다. 대답 대신 조용한 미소로 말입니다. 하지만 함께 웃지 못한 한 사람은 설명 하나하나와 초면이었던지라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받아쓰기에 급급했습니다. 종종 난생 처음 듣는 단어들의 향연 속에 정신을 놓을 뻔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귀를 부릅 열고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 덕분에 조금씩 [판단력 비판]의 표지를 넘기기 위한 첫 걸음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칸트의 책은 단순히 독일어로 쓰여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문장은 그만의 단어와 문법으로 직조되어 또 다른 세계를 이루고 있지요. 선생님께서는 1강을 통해 그 세계를 해석할 때 필요한 기초어 사전을 제공해주셨습니다. 특히 책에 등장하는 용어를 번역된 한글이 아닌 원문 그대로 보여주며 어원과 정확한 의미를 설명해주신 점이 좋았습니다. 한국어로 접했다면 자칫 잘못 이해할 뻔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주시고 과거와 현재의 번역까지 비교하여 알려주신 덕분에 가장 기초적인 지식부터 제대로 다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간혹 저의 사전지식 부족으로 몇몇 부연설명이 어렵게 다가올 때가 있었으나 이 경우 질문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 후 이어진 뒷풀이, 선생님께서 [판단력 비판]을 일종의 지도라 표현하셨습니다. 지도는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나타내는 도구일뿐이죠. 그 목적와 방향을 설정하는 건 사람의 몫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지식인들이 [판단력 비판]을 여러가지 목적으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지도를 쓰기 위해선 무엇보다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강좌를 통해 지도를 보게 되는 눈이 생기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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