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왕들
1. 왕들은 어떤 존재이며,
금박을 입힌 가짜들이 스스로를 귀족으로 부르는 상류 사회로부터 달아나는 자. 자신이 으뜸가는 자가 아니라 으뜸가는 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 그래서 자신보다 더 높은 인간을 찾으러 떠난 자.
**굳이 왕을 두 명 등장시키고, 오른편 왕과 왼편 왕을 나눈 이유가 뭘까?
왼편 왕보다 오른편 왕의 말이 더 강하다. 왼편 왕은 ‘바른 예절’을 말하고, 오른편 왕에게 ‘고질병이 또 도졌구나’하고 말한다. 늙은 왕들이 아직까지 오랫동안 젖어있던 ‘가치’들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였을까?
2. 어떤 점에서 군중보다 우월하며,
그렇기에 자신이 ‘유일한 덕’이라 말하는 천민보다, 으뜸가는 척을 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으뜸간다고 여기는 다른 왕보다, 역겨움을 모르는 자들보다 우월하다. 그들은 ‘새로운 전쟁을 일으킬 수단으로서 평화를 사랑해야 한다’는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1부 ‘전쟁과 전사에 대하여’/2부 ‘천민에 대하여’) 니체를 읽으면 세상 사람들은 뭘 모르는 사람, 지난 가치에 젖어 새로운 가치를 배척하고, 주어진 삶이 최고라 여기는 소시민으로 여겨진다. 차라투스트라에 동일시하면서 그런 대목을 읽을 때면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도 ‘보통 사람’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차라투스트라에게 인간은 극복되어야할 것이고, 인간이 자기를 극복하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라면, 초인이 되지 못한 인간들의 삶은 무엇일까?
3. 어떤 점에서 위버멘쉬-되기에 한계가 있나? (= 왕들은 차라투스트라와 어떻게 유사하며, 어떻게 다른가?)
그들은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조상’들과 연결시킨다. 피로 물들어야 하는 검이 벽에 걸린 현실을 한탄하며, 전쟁이 있던 ‘조상의 시대’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그들은 전쟁이 아니라 “애타게 평화를 그리워하며”,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이들은 창조하는 자가 되지 못하고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
4-4. 거머리
1. 거머리두뇌 연구자는 어떤 존재이며,
지적인 양심을 지닌 자. 어설프게 알기보다는 아무것도 모르기를 택하는 자. 다른 사람의 판단에 움직여 ‘현자’로 불리기보단 자기 힘에 의지해 ‘바보’가 되길 택하는 자.
2. 어떤 점에서 군중보다 우월하며,
(2부 이름 높은 현자들에 대하여) 거머리두뇌 연구자는 정직하다. 자신의 정직함이 끝나는 곳에서 장님이 된다. 시력이 약하고 정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군중, 군중과 군중의 미신에 봉사하는 ‘이름 높은 현자’들과 다르다. 거머리두뇌 연구자는 한 뼘의 땅에서 거머리의 바다까지 속속들이 파고 들려고 하며, 자신의 피를 양분삼아 자신의 지식을 키운다.
3. 어떤 점에서 위버멘쉬-되기에 한계가 있나? (= 거머리두뇌 연구자는 차라투스트라와 어떻게 유사하며, 어떻게 다른가?)
그러나 거머리두뇌 연구자는 한 뼘의 영토밖에 얻지 못한 자이다. 그는 장님의 맹목성을 얻었지만, 그의 탐색과 모색은 태양의 힘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한 뼘의 늪이 자신의 영토라 말하지만, 그 영토가 차라투스트라의 영토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자신의 영토를 만들지만, 그 영토가 어디에 놓여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밟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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