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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자본의 힘 관계가 형식적 포섭에서부터 실질적 포섭, 그리고 기계적 포섭까지 변천해온 과정을 짚어볼 수 있었다.

초기 자본주의, 산업혁명 이전의 노동자들이 기계에 종속되지 않고 자기 손으로 무엇이든 만들었던 걸 옛 그림으로 보며, 오늘날에도 이런 노동을 되살려 사는 두물머리의 어떤 친구들이 생각났다. 나무를 깎아 숟가락도 만들고 바구니도 만들어 시장에서 팔기도 하고, 자신이 농사지은 마늘, 토마토 등으로 페스토를 만들어 구매자에게 택배로 부쳐주기도 하는 등..필요한 다른 물건과 교환하며 사는 친구들..

강의안에 인용된 18세기 영국의 풍자화가 윌리엄 호가스 William Hogarth 의 동판화 <맥주거리 Beer Street>를 보면, 사람들은 배불리 먹고 마시며 책도 읽고, 예술활동도 하는 걸로 표현된다. 이 시기의 노동은 노동자가 각자 알아서 완수하는 방식이어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리듬이나 생활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한다. 

beer street_s.JPG

우리는 일하기 위해 사는가, 즐겁게 놀기 위해 일하는가, 죽어라 일만 하다 나이 들고 병들어 죽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보면, 산업혁명 이전의 도시 풍경은 과장되었을지언정  이상적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생활은 한바탕 일하고 한바탕 노는 것의 반복이었다... 화폐적 유인책도 별로 소용이 없었는데, 사람들은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는 노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물을 짓다가 쉬며 한가로이 맥주를 마시는 노동자의 삶은 산업혁명과 더불어 끝난다. 그 이후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다들 알 것이다. 필요노동시간과 잉여노동시간 사이의 줄다리기. 산업혁명 초기 하루 노동시간은 15시간 이상 되기도 했다. 심지어 집에 보내주지도 않고 가로 막대에 빨래처럼 걸처져 잠들었던 모습을 보며 기계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 노동자의 운명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 정보화, AI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자본의 발전과 함께 얼마나 소외되어 왔는지...씁쓸함이 밀려온다.

자본은 언제나 기술혁신 그 자체가 아니라, 노동 자체를 겨냥한 계급투쟁을 끊임없이 벌여왔던 것이다.

그런 자본에 포획된 인간, 자본에 포섭된 노동...이제 인간(노동자)은 존재를 잃고, 정보화시대 디지털 노동에 자발적으로 접속, 자본에 기계적으로 포섭되고 있다.  그렇게 우리의 무의식은 자본에 잠식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감각을 다르게 구성하는 실천을 가장 가까운 것으로부터 해나가야겠다. 도시에서 학교 선생으로 20년 재직하다가 글쓰고 농사짓고 싶어 제주로 귀촌,  구좌읍에서 로즈마리, 당근, 콜라비, 감귤 등을 키우는 마리님이 생각난다. 나는 몇년 째 로즈마리액을 구매해 주변에 선물도 하고 섬유 페브리즈나 공기 정화용으로 쓴다. 그때마다 자연농 생산자 분들께 고마운 마음이다. 자본의 감각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되찾아야 할 감각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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