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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현산 평론가 선생님 애도하기

 

   #. 사물의 관찰

  ‘근대적 발명이라고 생각되는 승강기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가진다. 깊은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기 위한 원시적인 형태에서 시작해, BC 20년경 아르키메데스는 밧줄과 도르래로 구성된 승강기를 최초로 고안했다고 전해진다. (…)’

  하나의 대상에 향한 관찰은 그것에 대해 아는 모든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사물이 무엇인가란 질문은, 어떻게 해서 이 사물이 현재의 그 사물로서 구성되었는지에 도달하게 되고, 그러한 사물의 일반적 개념(지식)까지 도달하는 관찰이 끝나는, 변형되는 지점에서 미지의 시쓰기가 시작되는 것 같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는 사마리아 여인의 엘리베이터와 나를 지상으로부터 길어 올리는 호텔 엘리베이터, 사건.

 

  #. 무의식 혹은 공백

 “장자(莊子)> 제7편인 「응제왕(應帝王)」 끝부분에는 중앙의 신인 ‘혼돈(混沌)’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남해의 신인 숙(?)과 북해의 신인 홀(忽)이 어느 날 혼돈의 땅에서 혼돈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두 신은 혼돈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고 싶었다. 마침 혼돈의 몸에 구멍이 하나도 없다는 걸 그들은 알아챘다. 사람들은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혼돈만은 이 구멍들이 없으니 엄청 힘들 거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리하여 숙과 홀은 날마다 하나씩 혼돈의 몸에 일곱 개의 구멍을 뚫어주기로 결정했다. 정성을 들여 구멍을 내다보니 어느덧 이레째가 되었다. 혼돈에게도 다른 이들처럼 일곱 구멍이 생겼다. 혼돈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레째가 되는 바로 그날, 그러니까 몸에 일곱 번째 구멍이 뚫린 날 혼돈은 그만 죽고 말았다.” 『장자』, 김달진 역;문학동네;1999.

 의식이 바깥이 무의식인 것처럼 의미의 바깥은 공백의 시간이고, 그곳은 로크가 거부했던 불가능한 언어의 프로그램*이 가능한 장소이며, 미지의 시쓰기가 도달, 돌파하고자 하는 장소라면, 그것은 정말 가능한 것일까?

 이 지점에서 선생님은 ‘되기’라는 것, 연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이 매개를 제안한다. ‘되기’는 “마침내 바라보이는 것들에 대한 이해력을 상실”하는 순간이며, 未知-다시 새롭게 발음될 이름들이 도래하는 순간이다.

 이때 타자는 마치 사소하게 여긴 말실수가 무의식을 드러내는 것처럼, 계속해서 도약하는 언어들을 통해 드러난다.

 

  #. 돌파

 관찰-되기-돌파는 개념적으로 순서 지은 것처럼 순차적인 시쓰기 방법론이 아니라, 사건화가 시작했을 때 일어나는 동시적인 운동인 것 같다.

 

  #.                                                                                                                                                                                                                                        미래

 우리가 주어진 언어의 한계 혹은 조건 안에서 사물을 느끼는 것이라면, 새로운 언어를 발명하는 일은, 그러한 인식 조건 속에서 구성된 ‘나’로부터 어떤 나 자신을 탈주시키는 일이 될 것이며, 이것이 내가 시도하고자 하는 가장 윤리적인 행위이다.

 

 

@@@ 감기 조심하세요 :)

 

* 『보르헤스 전집2. 픽션들』(민음사, 황병하 옮김) 186p에 있는 "17세기에 로크는 각 사물, 각 돌, 각 새, 각 나뭇가지가 고유한 이름을 가질 수 있는 하나의 불가능한 언어를 가정했다(거부했다).를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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