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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제2강 간단후기

오나의고양이 2022.10.19 15:33 조회 수 : 95

밥상을 마주한 장면에서다.
“아빠. 이게 떡국이야? 무슨 떡이야?”
“‘떡국 떡’이지”
“그럼 이 국은 ‘떡국 떡’국이네?”
“그럼 내 국은 ‘떡국 떡국 떡’국이로구나.”
“떡국떡국떡국떡 국”
“떡국떡국떡국떡국떡 국”
“떡국떡국떡국떡국떡국떡 국”
 주거니 받거니 부녀가 떡국떡국하며 갈깔댄다.

떡국 속에 들어 있는 떡을 설명하기가 이 아빠에게는 어려운가?
떡국 속의 떡은 우리가 밥 짓는 쌀을 물에 불려 간 후 반죽하여 익히고 긴 모양으로 뽑고  ‘가래떡’이라고 한다. 식혔다가 단단해졌을 때 얇게 썰어 여러 재료로 맛을 낸 국물에 넣어 함께 끓여 먹는다.
잠시 아이 아빠의 입장이 되어 보자면, 그는 밥도 몇 번 지어본 적 없고 떡국은 커녕 떡에 대한 상식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떡은 만드는 주원료에 따라 찹쌀인 경우 찰떡이라 하고 대표적으로 인절미가 있으며,
송편, 가래떡, 절편은 멥쌀이 주원료이고 메떡 중 송편은 더운 물로 반죽한다는 가정주부의 기본 상식을
익힐 기회도 의지도 필요도 없었을 터다.
그가 가래떡을 인식하는 방법은 오로지 시각과 후각으로부터 시작하며, 미각의 경험을 통해 여정은 끝난다.
가래떡이 거기에 있었고, 소임을 다한 후 지금은 그의 뱃속에 있다.

‘자기’를 안다는 것도 비슷한 일일지 모른다.
떡국 속의 가래떡이란 놈의 진면목을 알지 못해도 떡국을 맛있게 배불리 먹을 수는 있듯이
자기의 본래면목을 알아채지 못해도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돈도 벌 수 있고, 집도 살 수 있고, 자식도 낳아 키울 수 있다.
그렇지만 ‘떡국 떡’의 실체를 탐구하고 똑바로 설명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것처럼
‘나’를 알고 싶고, ‘나’를 알아가는 방법을 알고 싶고, 그 과정이 실패할 것인지 아닌지 겪어보고 싶은 사람도 있다.
“앎의 대상이 되는 즉시 ‘불가능’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성복 : <불가능 시론試論> 중)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중
갸우뚱 하다가도 어느 순간 ‘알게’ 되면서 곧 모르게 되고,
모르다가도 곧 ‘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다 된 것 같은데 도대체 ‘깜깜한’ 곳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분명 쉬운 표현으로 풀어주시는데 내 머리는 쉴 틈 없이 바쁘다.
또 수강중에 그토록 머리가 바쁜데 가슴이 동시에 뛰는 건 무슨 까닭인지.
‘나’는 누구인가 질문의 여정 어딘가에
혹시 문학이라는 숨겨진 통로가 있는건 아닌가 찾는 중이라서다.

돌이켜보니 ‘떡국떡국떡국떡국떡’으로 끓인 국을 창조한 그 아빠는 
어쩌면 시인일수도 있겠다.

202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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