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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기억하며 읽는 여름

 

핀란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 시르카 리이사 콘티넨 (Sirkka-Liisa Konttinen)의 사진을 좋아합니다. 어떤 작가인지는 모르지만 1948년 태어나 여전히 활발하게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는 것 같아 저는 번역기를 돌려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봤어요. 정장을 입은 두 여성이 파도와 함께 크게 웃는 모습의 사진인데요. 노트북 바탕화면에 깔아놓았습니다. 흑백사진으로 본 두 여성은 파도에 맞서는 게 아니라 파도와 함께 있다는 제 느낌은 어쩌면 자유인의 모습이 바로 저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앤 섹스턴의 시집 《밤엔 더 용감하지》를 다 읽지 못했어요. 반 정도 읽었는데 고통의 깊고 얕음이 없지만 그의 시에는 깊은 슬픔과 어쩔 수 없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나희덕 선생님 수업을 사무실에서 들었답니다. 일이 늦어 퇴근하고 집에서 듣기엔 시간이 없었거든요. 나희덕 선생님 목소리로 한 편 한 편 시를 읽고 설명을 해주실 때마다 울컥했던 건 아마도, 어쩌면, 그날의 제 일과 맞닿아 있어서 그랬는지도 몰라요. 

"시가 아니었으면 아무 것도 아니었을 거예요."라고 가끔 말하는데 앤 섹스턴도 그러하지 않았을까요? 죽음과 같은 삶을 살았고, 침묵 속에 지워진 그의 삶은 시로 생존해 있네요. 나의 이야기를 통해 수많은 여자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여기 우리는 과연 달라졌을까, 질문해 봅니다. 

나희덕 선생님께서 "글을 쓰는 모든 여자는 생존자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일부러 시를 단정하고 정형화된 호흡으로 쓴 시를  읽어주셨어요. 저는 시를 귀로 눈으로 읽으면서 어쩌면 시인은 자신을 붙잡기 위해 어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그렇게 쓰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내면이 부서지고, 피로 쓴, 전복하는 작업들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제 기억이 맞는 지는 모르겠어요.

[여성의 목소리는 어떻게 정치적 목소리를 갖게 되는가?] 강의를 들으면서 저는 씩씩했다기 보다는 약간 차분했던 것 같습니다. '정치적'이라는 말은 이 세상 어떤 것에도 정치가 들어간다는 말과 같을까요. 우영우 아버지가 말했듯이 말이에요. 시를 함께 읽어서 좋았습니다. 한 편 한 편 소중한 시였습니다. 온라인으로 듣기엔 아쉬웠는데...참. 너무 좋은 강의고 계속 함께 듣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앤 섹스턴과 실비아 플라스처럼 우정도 함께 하면서, 시르카 리이사 콘티넨 사진 속 자유로운 두 여자의 웃음처럼, 뚜벅뚜벅 건강하게 반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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