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에서는 2강 후기에서 광호의 질문이기도 했던 현상학으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비롯하여, 메를로퐁티 현상학만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아닐까 생각되는 지각과 신체의 선재성(?)에 대해 배워보았습니다.
먼저, 철학의 한 분과로도, 독립된 학문으로도, 또는 사회학에서 질적 방법론으로도(이 지점에서 우리의 강사님 비분강개!!!) 분류되는 현상학으로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로 가볍게 몸을 풀어보았는데요. 현상학적 접근은 체험을 기술한다는 점에서 사회학 연구의 한 방법으로도, 객관적 수치로 접근이 불가능한 예술이나 스포츠 영역에서도 여전히 유의미 하다는 것이었죠^^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서, 후설은 능동적인 구성적 현상학 이후 생활세계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수동적인 발생적 현상학으로 입장을 바꿉니다. 그러면서도 초월적 주관을 포기하지 못하고 2차 환원이란 것을 고안합니다. 그러나 메를로퐁티는 생활세계를 인정하는 한 완전한 환원이 불가능하고, 초월적 주관 역시 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오히려 ‘세계’에 주목합니다. 이 때 세계란 나의 체험/경험들의 상호작용(경험적 주관)이고, 우리가 세계와 관계맺는 지점들을 기술하는 것이 바로 환원이라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쯤에서 강의 제목인 지각의 현상학 중 지각이란 개념이 드디어 등장하는데요, 메를로퐁티에 의하면, 지각이란 인식과의 대비 속에서 세계와 근본적인 만나는 것이라는데 이게 좀 애매했죠;; 그래서 메를로퐁티는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지각체험의 형과 지(꼴과 배경)의 구조를 빌려와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얼룩의 모양을 인식하는 것은 배경과의 대비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예시를 덧붙이면서요.
사실 현상학자라고 불린다 하더라도 후설, 레비나스, 메를로퐁티가 정의하는 환원과 현상학은 각기 조금씩 차이를 가집니다. 환원을 통해, 즉 선입견을 제거함으로써, 후설은 순수의식(초월적 주관)에 이르고자 하였고, 레비나스는 세계 밖의 절대적 타자를 보고자 했으며, 메를로퐁티는 반대로 우리가 세계 안의 존재임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현상학도, 환원도 학자들마다 다른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초월론적 환원, 유물론적 환원, 공무원적 환원;;) 혹시 선입견을 제거하고자 하는 환원이 도리어 초월론, 유물론, 공무원이라는 선입견이 개입된 기술이 될 위험성을 내포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요? 선입견의 개념을 제가 잘못 파악하고 있는 걸까요;;
다시 돌아와서,, 메를로퐁티는 세계-내-존재에 이르기 위한 방법론으로 세계 안에서의 삶을 우리의 ‘신체‘와 결부시켰고, 우리는 여기서 메를로퐁티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목격하게 됩니다. 즉, 데카르트, 칸트, 후설이 공고히 지켜오던 현상의 주체는 먼저 (사고를 통한)의식이 있고, 다음에야 (감각을 통한)지각을 한다는 것이었지만 메를로퐁티는 (지각을 통한) 감각이 선재하고나서 (사고에 의한)의식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칙이 먼저 있다는 ‘객관적 사고’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지요. 그리고 이 때 필연적으로 지각으로 인해 의식에 포섭되지 않는 층위가 발생하는데 이 지각의 층위를 ’신체‘라 명명한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강사님은 이 ‘신체’라는 개념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body'와는 다르며, 살아가고 있는 차원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문득 ‘스피노자’가 떠올랐습니다. 스피노자 역시 정신은 신체 변용의 관념을 지각하는 한에서만 자신을 인식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신체’와 ‘이 신체’가 다르다고 하지만, 실제 작동기제를 생각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싶었어요. 스피노자는 신체로 감각이 들어오고, 메를로퐁티는 신체로 현상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현상학은 우리에게 다양한 영감을 줍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의심을 품었을 주제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첫시간에 강사님이 말했듯이 후설이 현상학을 하게 된 동기 역시 본질에 대해 누구보다 명징하게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뒷풀이 시간에도 잠깐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현상학이 최근들어 그다지 핫하지 않게 된 원인에는 비록 초보단계라고는 하지만 뇌과학을 위시하여 과거에 비해 우리의 신체와 뇌가 어떻게 지각하고 인지하는지에 대해 보다 명확히 판별이 가능해졌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현상학을 3년간 공부하신 강사님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그럼 남은 두 시간도 즐겁게 공부해 보아요^^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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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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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우와아아~~레알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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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누나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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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lyonion
누혜님! 좋은 후기 써 주셔서 감사해요 ^^
누혜님 후기를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 두 가지만 소개해 보면요 ^^
사회학에서의 연구방법으로 응용된다든지 예술이나 스포츠에서의 활용 등,
현상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질문이 과연 실용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나 하는 의문이^^
또,
환원을 행하는 자 자체가 선입견 덩어리로서,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다면 갖고 있는 선입견의 내용 아닌가, 하는 생각이 ^^
음.. 다시 말해, 완전한 환원의 불가능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환원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제거되어야 할 운명’에 놓여 있는 선입견들이 다를뿐, 여전히 주체의 선입견은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
이따 수업 때 뵈요, 누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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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형
선입견을 꼭 제가해야하나여? 갸도 있을이유가 있어 있을텐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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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lyonion
만일 선입견이 없다면 일상 생활이 좀 힘들 것도 같아요
행동에도 습관이 있는 것처럼,
사유에도 습관이 있을거고,
보통 이를 선입견이라고 부르죠
지하철을 탈 때나 음식점을 이용할 때를 보면,
어쩌면 습관이 있기에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편안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사유의 습관인 선입견도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겠죠.
이 점을, 치형님이 말씀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음..생각해보면,
우리가 늘,
자신의 선입견을 의식하거나 들여다보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럴 필요도 없구요
그럼 언제 자신의 선입견을 들여다 보게 될까, 생각해 보면,
낯선 것과 마주칠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인 듯 해요
이때 우리는 기존의 자신의 견해나 습관을 되돌아보게 되죠
그래야지만,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고
또 새로운 상황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켜갈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다보면 또 어느덧 그것이 ‘선입견’이란 이름의 습관이 되어버리겠지만요^^
암튼,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무 때나 혹은 늘 자신의 선입견을 의식하고 제거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낯선 것과 마주칠 때,
그 낯선 것을 제대로 보고 사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견해(선입견)을 반성해보라는 뜻에서 ‘제거’를 요청하는 것 같다는 말을...^^
그래서 현상학의 환원을 반성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고요..
에궁~~좀 길어졌는데요,
암튼, 제 생각은 그렇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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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줄겁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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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님~ 후기가 늦어 죄송합니다.
그새 유나님의 후기가 먼저 올라왔군요;;
일주일은 왜이리 후딱 지나가는지ㅜㅜ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