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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트라우마의 정치학, 인도적 위기의 흔적과 미래>를 주제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인도주의 활동에서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딜레마를 이야기 해주셨죠.

PTSD는 베트남전에 참전 한 미군 병사들이 호소한 스트레스에 붙여진 이름이고, 

요즘은 큰 사고을 겪고 나면 PTSD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로 정착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도주의 활동에서 PTSD는 여러가지 트러블을 야기했습니다.

 인도주의 활동가들에게 PTSD는 정치적인 박해를 겪은 사람들이 그들이 겪은 박해를 증명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얼마나 박해를 받아는지를 증명해야 난민지위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면에서 PTSD는 고마운 것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PTSD는 많은 것을 가려버리는 구실이 되기도 합니다. 난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한 가지 원인으로 환원해 버리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그가 떠돌이라는 지위 때문에 겪는 지속적인 폭력을 가려버리는 역할을 하게 되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양쪽 진영이 첨예하게 갈려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상대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생존난민을 지나치게 피해자로 정체화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사실 생존자는 생존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대단히 강인합니다. 그런데 PTSD가 부각되면서 난민의 모습은 후견을 필요로 하는 퇴행한 어린이로 형상화됩니다.

 

 

생존자를 피해자로 형상화하는 것은 인도주의 활동이 가장 빠지기 쉬운 트랩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생존자를 강인함으로만 표상하도록 하는 것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이겠지요.

 

 

PTSD를 활용하면 난민 지위를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세속적 이유를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후견이 필요한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지 않으면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케이스마다 다 다를 것 같아서 일반화해서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지난 시간에 내온 여성할례를 위해 소독된 실과 바늘을 요구한 현지 간호사의 사례가 떠오릅니다. 여성할례를 다양한 문화로 인정할 것이냐 아니면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폭력으로 볼 것이냐는 논쟁적입니다. 어떤 실천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요.

여성할례에 대해서 문화상대주의로 손쉽게 생각할 수도, 할례를 중요한 의례로 생각하는 이들 여성들을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여기는 것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일 겁니다.

  이때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요?

 

지호쌤이 말씀하신 것처럼 간호사의 요구를 들어주면 긴급구호가 간접적인 방식으로 여성할례에 참여한 것이 되고, 이는 많은 비난을 불러올 것이고 직접적으로는 후원금 감소와 같은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그러나 들어주지 않으면 많은 여성들이 감염으로 위태로워지겠지요. 비정치성을 표방하는 인도주의 실천은 언제나 정치적인 것에 엮여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실과 바늘을 주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실천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마주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저는 인도주의적 긴급 구호활동의 비정치성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정치적인 실천이 있을까요? 아무리 엮이지 않으려 해도 말이지요. 인도주의 실천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는 것은 거대정치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긴급한 구호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세속적 이유때문이지, 그것 자체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금과옥조는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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