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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와 가속주의

                                                        2021.10.20 김혜영

과학은 늘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어떤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야’ 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하는 친구는 외계인의 존재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의 바이블은 1974년 UFO 외계인을 만나 인류의 실제 탄생 진실을 알게 되었다 주장한 프랑스인의 책이었다.

인류가 신이 죽었다고 단언한 이래 외계인을 우상화한 사람들의 출몰을 내 눈으로 목도하자니 당황했지만, 신의 존재 확률보다는 외계인이 존재할 확률이 더 높을 것 같기도 한 지금은 과학의 세상이 맞다.

과학 기술은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이고, 인류를 창조했던 외계문명의 수준에 이르면 복제기술로 인간은 죽지 않고 영생할 것이란다. 최첨단 기계 시스템의 구축으로 인간은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 또한 예언되었다.

나는 당시 이 친구를 신천지와 다를 바 없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얼빠진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바이블은 성경의 모든 씬을 빌어와 내가 행한 일이다 고백하는 엄청난 구라의 향연이었다. 성경이 소설이라 생각하는 무신론자인 나로선 당연한 감상일지 모른다. 

또한 친구는 돈을 버는 일에 관심은 없고 외계인을 기다리며 명상과 소수자 운동에 참여했는데, 일다운 일은 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늘 예술가라 칭했다. 자기 스스로를 먹여살리지도 못하면서 영생과 무노동을 바라다니 평범한 나로선 양심불량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태평함이 이해가 안됐다.

지난주 가속주의 수업을 듣던 중에 불현듯 이 친구가 생각났다. 과학의 맹신이 신앙화 되면 사이비 집단이 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해왔던 나는 누가 사이비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현재 시스템에 예속된 삶을 거부하고 과학의 발전을 인류 영생과 노동 해방으로 목표한 무한 긍정의 바람이, 과연 철저히 자본주의 기계의 부분으로 사는 나에게 비웃음을 살 이유가 충분한가? 어쩌면 과학을 내가 아는 만큼만 합리적이라 미리 재단하고 그 프레임 밖의 세상을 사이비라 생각해온 나 또한 급진적 가속주의 사유자들에게는 어리석은 잉여가치 사이비 부산물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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