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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혹은 필로비오스-사랑할만한 삶이란 무엇인가] 강독 첫 번째 강좌 후기입니다. 
부제: 들어가긴 쉬워도 빠져나오긴 어려운 치명적인 그 이름, 니체여
 
여러분, 주말 잘 보내셨나요?

지난 금요일, 저는 아침부터 많이 긴장했습니다.
이름은 숱하게 들어봤지만 그 실체는 매우 알기 힘들었던 니체라는 인물을 소개받기로 했거든요.
무슨 옷을 입을지부터 시작해서 신경 쓰이는 것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하도 멋져서 어딜 가도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는 소문을 들어서인지 그와 대면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게다가 지난 겨울부터 부쩍 오른 군살들이 어찌나 존재감을 과시하던지…
아무튼 전 설레임 반, 도망치고 싶은 마음 반으로 그를 향해 달려 갔답니다.
그 날 밤은니체와 만나는 마음은 각자 다르겠지만, 한 공간에서 하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료(?)들이 있어 설레면서도 든든한 밤이었습니다. 
게다가 니체에게 가는 길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은 또 어찌나 재미지게 가르쳐 주시던지요.

그 밤에 있었던 일을 강좌 내용을 요약하는 방법으로 에둘러 전하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가 왜 지금 니체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번 강좌인 ‘필로비오스(philobios)’ 는 ‘삶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고 합니다.
고대 철학부터 근대까지 철학엔 진리, 본질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감각적인 것, 현세적인 것, 표면적인 것이 아니라
그 아래 심층을 보라고 요구했던 명령어들로 이루어진 질문들뿐이었습니다.
지혜를 사랑하라는 ‘필로소피아’가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소피아(지혜)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이었던 것이죠.
이러할 때 ‘삶에 지혜를 되돌려 주는 것’이 니체가 가진 문제의식이었다고 합니다.
니체는 언젠가 학문을 예술의 관점에서 보고, 예술을 삶의 관점에서 본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가’ ‘사랑할만한 삶은 무엇인가’ 가 그가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선악의 저편> ‘제1장 철학자들의 편견에 관하여’를 보면요,
철학자들이 자꾸 ‘진리 진리’하면서 막 낱낱이 파헤치려고 합니다.
그럴 때 진리의 기분은 어떨까요? ‘진리’도 진리 나름의 기분이 있을텐데,
참 별로일 것 같습니다.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진리’일까요?
‘도덕’이는요? 사실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진짜로 도덕적일까요?
이렇게 자꾸 근거에 근거를 따지고 들어가면 근거는 사라지고 맙니다.
진실이란 사실 무상하게 변하는 카오스입니다.
아침의 나와 오후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세계는 담론으로 이뤄져있습니다. 하지만 담론 안에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담론 안에 들어가는 순간 담론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것이 선판단(내가 생각하는 전제조건)이 됩니다.
철학자들이 해왔던 많은 것들은 이 선판단의 체계에 대한 것이었고,
그 체계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배제되고 쫓겨나는지, 어떤 것이 반복되는지를 이제부터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담론이든, 지평이든 이런 것에는 필연적으로 집단적 무지의 체계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평 밖에서 의미를 보려는 자력은 어디서나 존재합니다. 빛이 비치지 않는 곳, 어둠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곳을 보지 않는다면 집단적 무지 않에 갇힐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의 바깥을 보려는 시도들이야말로 진실에 다가가는 동력이 됩니다.
니체는 바로 이 ‘무지’가 왜 발생했는지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도덕’이 무엇인지, ‘도덕’왜 왜 필요했는지, 그 발생과 운용의 과정에 대해 생각한 것이지요.
 
 그럼 여기에서 계보학과 관점주의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계보학(genealogy)은 ‘그것이 정말로 그러한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론입니다.
비판의 방법이며 가치의 질문입니다.
 두 번째로 관점주의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합니다.
그래서 해가 뜨고 진다, 계절이 바뀐다는 말은 오류입니다.
그러나 농부에게는 그 오류가 오히려 맞습니다. 인간은 모두 각자가 세상이 잘 보이는 지점이 있는 것이고,
그 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은 각자의 진리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편으론 그렇죠.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이것이 니체의 질문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니체하면 떠오르는 ‘힘에의 의지’에 대해 조금만 이야기하고 긴 후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힘의 의지는 인간이나 생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문법에도 의지가 있습니다.
니체는 모든 것은 힘의 작용이며 동시에 힘에 작용하는 의지이다 라고 했고 그래서 ‘힘에의 이지’라고 합니다.
‘자유의지’에 대한 비판은 여러분 모두 잘 알고 계실겁니다. 그 반대급부인 ‘부자유의지’도 그만큼의 비판이 있지요.
자유, 부자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니체는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강한 의지’와 ‘약한 의지’ ‘긍정적 의지’와 ‘부정적 의지’입니다.
여기서 잠깐! ‘강한 의지’=’지배 계급’이라는 착각들을 많이 하시는데, 이건 틀리다고 합니다.
지배계급들이 갖는 것은 '큰 힘'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물리학에선 힘들 간의 차이, 즉 양적인 차이이 의해 물리적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힘의 질은 강하다는 능동적 성질이며 물리학에서는 이것이 방향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반대에는 반드시 반동이 있습니다.
강한 자는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자입니다.
반동(리액션)하는 자들은 본질적으로 약자입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안내자께서 갑자기 유지태를 언급하셔서 다들 놀라신 것 같은데… 올드보이를 떠올린 것은 저뿐인가요? ㅎㅎ)
이런 면에서 예술가들은 강자입니다. 관성으로부터 벗어나는 힘을 가진 사람들인 것이죠.
 
 니체라는 소문만 무성한 철학자의 무언가가 잡히려고 하는 순간, 우리 눈 앞엔 막차라는 함정이…(눈물이…)
하지만 우리에게 앞으로 일곱 번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 날의 아쉬움은 4월 7일 금요일 밤의 몫으로 남겨놓고자 합니다.
 
4월 7일 금요일 저녁 7시 반에 니체와의 두 번째 만남을 기대하겠습니다.
발제는
고명인 님(<선악의 저편>5장, 6장)
김진세, 조항준 님(<선악의 저편> 7장, 8장)께서 수고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박0원님, 아침님, 류0숙님, 이0형님, 한0혜님께서 준비해주실 간식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기겠습니다.
 
니체와의 첫만남이 어떠셨나요? 다음 시간엔 그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게 될 것 같아 조금 기대가 된답니다.
그럼, 여러분 4월 7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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