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를 읽고 강좌를 들으면서 '아, 정말 오랜만에 내가 생각이란걸 하는구나' 라고 느낍니다. 일상에서 항상 반복되는 생각들 속에 살다가 오랜만에 새로운 생각들을 접하게 되니 마치 그간 꽉 막혔던 막힌 혈이 뚫리는 듯 반짝반짝하네요. 철학책은 생전 처음 읽는거라 처음 차라투스트라를 읽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강좌를 거듭하다보면 나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는 여전히 많이 어렵네요. 그러나 이게 무슨뜻일까 잠깐씩 멈춰가며 생각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오히려 일상을 벗어난 휴식같이 느껴집니다. 가끔 차라투스트라가 저와 생각이 통한다고 느껴질때는 전율도 느껴지네요. 아주 예전의 사람인데 어쩜 지금의 나와 생각이 통하는걸까 싶어 놀랍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이해가 깊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챕터에서 저에게 감명 깊었던 부분을 적어봅니다.
- 위대한 영혼들에게는 아직도 자유로운 삶이 활짝 열려 있다. 참으로, 적게 소유한 자는 그만큼 덜 집착한다. 소박한 가난을 찬양하라!
- 그대의 말 없는 자존심은 언제나 그들의 취향에 거슬린다. 그러므로 그대가 헛될 만큼 겸손하면, 그들은 기뻐 날뛸 것이다.
- 인식하는 자가 진리의 물속으로 뛰어들기를 꺼리는 것은 진리가 더러워서가 아니라 얕아서이다.
- 다른 사람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우리가 자신의 어떤 점을 기꺼이 믿고 싶은가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벗에 대한 우리의 동경은 우리 자신을 폭로하는 밀고자다.
- 그대는 그대의 벗 앞에서 어떠한 옷도 걸치지 않으려 하는가? 벗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대의 벗에게 영광이란말인가? 하지만 그 때문에 그대의 벗은 그대를 악마에게 넘겨주고 싶을 것이다!
- 그대의 벗에 대한 동정은 단단한 껍질 속에 숨겨두어야 한다. 껍질로 그대의 이 하나쯤은 부러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야 그대의 동정이 섬세하고 감미로운 것이 될 것이다.
- 가치를 평가할 줄 모르는 민족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민족이 자신을 보존하려면 이웃 민족이 평가하는 방식대로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1.
"차라투스트라가 저와 생각이 통한다고 느껴질때는 전율도 느껴지네요.
아주 예전의 사람인데 어쩜 지금의 나와 생각이 통하는걸까 싶어 놀랍습니다."
니체는 이런 전율을 스피노자에게 느낍니다. 수업 중에 소개했던 것처럼요~~!! ㅎㅎ
[오버베크에게 보내는 편지. 1881.7.30.] 스피노자, 니체의 유령
“나는 정말 놀랐고 완전히 매혹되고 말았다. 나는 선구자, 그것도 진정한 선구자를 만났다.
나는 스피노자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 그의 전체적 경향은 나와 같았고 몇가지 점에서 나는 그에게서 나를 발견했다.
[...] 설령 서로 차이가 크다고 인정되어도 그 차이들은 주로 시대와 문화,
그리고 학문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의 고독은 친구를 갖게 되었다.”
2.
차라투스트라는 "이웃에게 등돌려, 유령을 사랑하라"고 하지요.
이웃이 가까운 거리-같은 시대-함께 하는 존재라면, 유령은 먼곳에-미래의-보이지 않는 존재지요.
이웃이 나의 시대성(시대적 가치)을 강화시키는 나의 또다른 자아라면,
유령은 나의 비시대성(비시대적 가치)을 깨우는 타자이며, 그런 의미에서 위버멘쉬적 존재입니다.
참된 친구란, 현재의 나를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넘어서게 하는 존재일 것입니다.
"미래가, 그리고 더없이 멀리에 있는 것이(*비시대적인 것) 네가 오늘 존재하는 이유가 되기를 바란다.
너는 너의 벗 속에 있는 위버멘쉬(*비시대적인 존재)를 너희의 존재이유로서 사랑해야 한다." [차라투스트라1부.이웃사랑]
3.
"차라투스트라를 읽고 강좌를 들으면서 '아, 정말 오랜만에 내가 생각이란걸 하는구나' 라고 느낍니다.
일상에서 항상 반복되는 생각들 속에 살다가 오랜만에 새로운 생각들을 접하게 되니,
마치 그간 꽉 막혔던 막힌 혈이 뚫리는 듯 반짝반짝하네요."
사실 우리는 익숙해진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지요. 생각없이 습관으로 처리해버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것이든 빨리 습관으로 만들어버리려고 합니다.
생각은 우리 신체를 긴장하게 하고 감각에 고통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신체가 생각없는 습관으로 채워질 때, 자아는 고정되고 사유의 이동은 점점 힘들어지는 게 아닐까요?
[차라투스트라] 읽기가 가영님의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연습이 되기를,
[차라투스트라]를 읽는 동안, 낯설고 이상한 생각들이 뇌세포 사이를 어지럽게 돌아다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