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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영화워크숍 제1강

누혜 2017.07.11 19:20 조회 수 : 416

 

영화워크숍. 연구실에서 흔치 않은 주제인지라 본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혹했을 터. 그러나 직장인은 토요일이 바쁘다. 평일에 못다한 일들을 주말에 해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는 강정에 가기로 했고, 이번 주에는 어머니의 호출로 본가에 내려가고, 다음 주에는 지방 출장이 있고, 또 다음 주에는...;; 토요인을 F만 면할 정도로 겨우 마쳤는데 욕심내지 말아야지... 번뇌를 다스리며 마음을 접었건만 지난 주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다. 이대로라면 다음 주가 위험해! 강정을 포기하고 온종일 침대에서 어지럼증과 배탈 난 몸을 살살 달랬다. 그런데 저녁 무렵이 되자 몸이 근질근질 신호를 보냈다. 연구실에 나가볼까? 토요일은 뭐가 있었지? 그래, 내 유일한 특기, 일단 지르고 보는거야!

그렇게 즉흥적으로 참가하게 된 강좌에서 후기까지 쓰게 되었다. 역시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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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원피스 차림으로 재미나게 영화 이야기를 풀어주신 강사, 이수정 감독님 >

워크숍의 메인강사이자, 세간의 화제작 ‘시 읽는 시간’의 각본, 감독, 나레이션의 주인공 이수정감독님의, 그동안 몰랐던 것이 죄송스러우리만치 화려한 영화인생 이야기로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영화에 우호적이지 않던 그 시절, 한 문학소녀가 험궂은 영화판에서 열정의 다큐감독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담하게 들려주셨다.

이어 촬영기기의 역사에 대한 짧은 소개가 이어졌다. 그러나 내 머릿속엔 홈비디오, VHS, 8mm, 플로피디스크, 캠코더와 같은 단어만이 파편처럼 남아있다. 졸았거나, 휴대폰을 만지막거렸거나, 기계치여서가 아닐까 추측해본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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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가 빠지면 섭섭하지. 루이스 쟈네티의 ‘영화의 이해’. 그러나 감독님이 보여주신 건 위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주인의 30여년간 영화사랑이 고스란히 녹아든, 마치 고소한 냄새가 날 것만 같은, 표지마저 누렇게 변색된 아이였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영화에 관한 모든 궁금증이 해소될 것만 같은(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우리는 영화를 왜 보는가) 이 책은 지금까지도 학교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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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다른 책,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카메라 루시다’는 절판되고 우리는 동문선의 ‘밝은 방’이란 제목으로 만날 수 있다. 비록 번역에 대해서는 다소 안타깝지만(;), 오랜 기간 사진을 경험하고 분석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관점으로 사진에 관한 단상을 엮어냈다(꼭 출판사 소개글 같다). 그러나 자기소개 때도 말했듯 정작 내 머리에 남아있는 건 스투디움과 푼크툼 뿐. 어린 소녀였던 어머니의 사진부터 당대 가장 트렌디한 패션지에 이르기까지 어쩜 이런 사진에서 이런 푼크툼을 보아낼 수 있는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을 포착하고, 심지어 찍는 사람의 의도와도 무관하게 찍힌다는 것이 사진의 매력인 걸까. 이런 푼크툼의 위력 때문인지 바르트는 회화에도 영화에도 별 애정을 품지 못했던 듯하다. 사진보다 회화를 좋아하는 1인으로서 좀 거시기하지만, 이 책과 함께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수잔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도 함께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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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부디 잠시 가려졌던 영화에 대한 열정을 활활 태워주길 바라~!>

이어 본격적인 오리엔테이션, 오리엔테이션의 꽃, 공포의 ‘자기소개’시간이 돌아왔다. 내 차례 전까지는 긴장되고 내 차례는 기억이 안나고 내 차례가 지나면 흥미로운 시간. 나이도, 하는 일도, 관심사도 다른 스무명 넘는 사람들이 영상이라는 매체의 매력에 이끌려 같은 공간에 모였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고 감격스러웠다(원래 감격 잘하는 인간임). 더불어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혹은 굉장히 편향적임에도) 참가했다는 동지들(!)이 꽤 있어 위안이 되었다. 아름다운 보조(?)강사 김나래 감독님도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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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을 이용한 충한의 연구실 소개time~>

아마 설명이 끝나고는 처음오신 분들을 위해 연구실 투어도 했다지. 혹시 아직 연구실의 활동(프로그램), 이용방법을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은 주저없이 저에게 말걸어 주셔도 좋겠다.

그리고 진짜로 본격적인 오리엔테이션으로 들어가, 함께 몇몇 클립을 보았다. 늘 그렇듯 은혜로운 유튜브에 경의를 표한다.

 

첫 번째는 지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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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Efnd0oTfoXI&feature=youtu.be

Dziga Vertov - The Man With The Movie Camera (1929)

영화의 혁명가라는 칭호를 가졌지만 내게는 생소했다(자랑은 아니다). ‘나는 눈이다. 나는 기계적인 눈이다.’ 라니 뭔가 광고 카피같기도 하고, 영화를 진실을 말하는 매체라고 정의할 때는 이게 다큐인가 탐사보도인가 싶기도 했으나 확실히 느낀 건 영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그는 시종일관 매우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 그 절박함이 어느 순간엔 숙연하거나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두 번째는 장 뤽 고다르의 “즐거운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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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vqNvA-W3CnI&feature=youtu.be

Jean Luc Godard - Le Gai Savoir(1969)

영화 무지랭이인 나에게도 낯설지 않은 위대한 이름, 고다르와 트뤼포. 그 고다르란 말이지. 게다가 제목에서 자연스럽게 니체의 동명 저작이 연상되면서 무언가 접점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떴...지만 현실은 영어자막을 해석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간단한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이유는 자막 때문이 아니라, 이 작품이 푸코의 ‘말과 사물’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세 번째, 샹탈 아커만 “내 마을을 날려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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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jx2RNzl-p3Q&feature=youtu.be

Chantal Akerman - Saute ma ville (1968)

이런 걸작들 가운데 내 시선을 잡아 끈 건 바로 이 작품이었다(사진 편집만 봐도 아시겠죠ㅋㅋ). (나에게만) 이름도 생소한 샹탈 아커만. 샹탈 무페, 샹탈 조페에 이어 좋아하는 샹탈이 한 명 더 늘었군. 그러나 그녀는 나같은 이의 단순한 선호의 대상으로 치부할 위인이 아니었다. 지금 봐도 신선한 이 작품은 본인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한 첫 작품으로, 당시 그녀 나이 18세였다고.

12분 가량의 모노드라마에서 그녀는 발랄하다. 시종일관 멜로디를 흥얼거리지만 그 곡조는 슬프고 때로 공포스럽기도 하다. 꽃을 들고 들어 온 아파트에서 급하게 저녁식사를 준비하지만 식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다. 문을 테이프로 틀어막아 스스로를 비좁은 아파트에 가둔 소녀의 모습을 배경으로 “스카치(?)”라는 외침이 반복된다. 구두약을 묻힌 솔로 그녀는 신발을 닦다가 이내 본인의 다리까지 닦아내거나 혹은 그을린다. 비닐 옷을 걸치고,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바닥을 비눗물 바다로 만들고는 청소를 시작한다. 사실 청소는 할 필요가 없었다. 청소를 하기 위해 집을 어지럽힌 것 뿐. 식사, 세족, 청소 모두가 통과의례인 듯 한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분위기는 전환된다. 분주한 만큼 불안해 보이는 그녀는 이제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만 비춰진다. 얼굴에 마요네즈같은 소스를 뿌리고는 만족한 듯 웃으며 춤을 춘다. 그리고 가스불을 켠 채 그 위에 엎드린다. 화면은 검게 변하고 몇 차례의 폭발음 뒤에 소녀의 콧노래는 다시 시작된다. 폭발음이 들리자 모든 수수께끼는 풀렸다. 그녀가 무엇을 향해 그리도 분주하게, 불안한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었는지, 왜 식사를 하고, 구두를 닦고, 청소를 해야 했는지.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그녀는 한시라도 바삐 탈출해야 했다. 그것도 완벽하게. 그래서 그녀는 자신과 자신에게 강요하는 공간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매우 짧은 시간동안 위트있게, 그리고 매혹적으로 표현해냈다. 멋지다. 틈틈이 다른 영화도 찾아보리라.

 

또 다른 작품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만;; 강사님은 다음 주까지 각자의 아이디어를 준비해오라는 숙제를 내 주시고... 첫시간은 그렇게 마무리(= 뒷풀이 시작). 뭘 해볼까나 즐거운 고민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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