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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가타리 분열분석] 1강 후기

ㅎㅎ 2019.07.16 14:42 조회 수 : 87

1강(7월 5일) 늦은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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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업에서는 차이의 철학을 공부했다. 강의를 들어가며 효영선생님이 일상에서 타인과 차이를 느끼는 일상적인 상황을 예시로 들어 주셨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과도한 친절함으로 서둘러 차이를 극복하려 하거나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우리 간의 차이를 나 스스로에게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상황들이 있다. 그동안 나는 타인과 나의 차이, 사회와 나의 차이를 인지하는 순간 그 틈을 최대한 기워서 봉합시키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면서 지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일상적으로 수많은 차이를 겪었으나 차이라는 개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것은 처음이라 재미있었다.

‘우리는 차이의 철학을 순진하게 차이를 앞세워 그것을 긍정하는 사유라고 쉽게 이해해버릴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차이의 철학 쪽으로 사유의 구도를 전환시킨다는 것이 어떤 지평에 위치하는가에 있다.’

차이를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것으로, 생성으로서 사유한다는 것, 들뢰즈는 동일성의 지평에서 떠나 사유하기로 결심한 것이라는 문장을 읽자 그 사상을 즉시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존재를 바라보는 고개를 다른 각도로 확 비튼 것처럼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내 일상에는 차이를 봉합하기 위한 피곤한 바느질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겠다. 이 반짇고리를 던져버려도 되는 걸까 하고 조금 신이 났고 들뢰즈의 철학이 궁금해졌다.

들뢰즈는 존재는 일의적(univoque)라는 오랜 명제로부터 자신의 논의를 시작한다. 그리고 13세기의 신학자 둔스 스코투스부터 스피노자, 니체를 거쳐 일의성의 역사적 단계들을 위치한 사상가들을 통해 차이의 개념을 검토하고 있다. 세 사상가의 논의를 따라오면서, 존재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둔스 스코투스의 형이상학에서 개별성과 개체성에 대한 논의를 들을 때는 영원불변하는 유전자의 존재와 그 유전자가 발현된 개체의 관계가 연상되었다. 자연선택의 단위를 유전자로 볼 것인지 개체로 볼 것인지에 대해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결국 인간의 본질이라는 하나의 대상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이라는 점에서 일의성의 논의도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지막에 ‘범주에 도전하는 도형들’(Mimi Marinucci, 2018:73) 예시가 재미있었다. ‘음영이 있거나 없는 도형들, 둥글거나 각진 도형들 중 어떤 것이 나머지 것과 다른가를 결정하는 기준은 불충분하게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 만약 음영을 기준으로 도형 D가 취업의 기회를 박탈장한다면. 음영이라는 기준이 인위적인 사회의 구성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런 불안정한 도형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으며 이러한 인식은 대안적 범주의 구성을 요청한다. 불충분하게 결정된 범주들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다중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원성을 다중성과 맞바꾸면서 대안의 범위를 확장하자는 요구이다.’

이원성을 다중성으로 맞바꾼다는 말, 차이란 언제나 고정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그것은 어떤 차이를 감지하는 이에 의해서 인정과 승인을 요구하는 목소리 속에서 형성되고 조건화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차이를 감지하는 이는 어떤 사람일까? 그 사람은 어떻게 차이를 감지하게 되고 그 작은 감지의 순간이 인정과 승인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일까?

얼마 전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변방연극제 참가작 ‘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을 봤다. 작가 겸 배우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쓰신 김원영 변호사님이었다. 이 작품은, 장애라는 차이에 대한 차별 때문에 취업에서 배제되는 것은 금지될 수 있으나, 사랑 및 우정이라는 영역에서는 과연 어떨까, 그때에도 차별이 금지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라는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법률을 만들어낸다.

차이를 감지하는 능력이란 상상력의 다른 말이 아닐까. 연극을 보기 전에는 당연하다는 말로 묶였던 생각의 덩어리가 쪼개지고 나누어진다. 이전에는 미처, 차마,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을 상상하고 감지하는 순간이다. 들뢰즈가 말한 생성으로의 차이를 사유한다는 것이 이런 순간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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