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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을 주제로 세미나를 시작한 것이 제 기억으로는 2021년 초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무슨 소리인지 거의 알아 듣지 못했지만,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응affect 덕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매혹일 수도 있고 호기심일 수도 있고...affect라는 어휘를 몰랐을 때 저는 ‘복잡한 마음mixed feeling’이라고 표현했었더라구요. 여전히 스피노자식으로 우연적 조건에 따라 좌우되는 수동적이고 예속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신유물론자로 언급되는 브라이도티나 그로츠의 글을 읽으면 괜히 생성의 에너지가 생기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언젠가는 내재적인 이성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이성적 인도에 따라 자기 보존을 잘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복습을 겸해서 신유물론의 ‘물질’의 특성 다섯 가지를 나열해 보자면,

1) 능동성 (능동성은 물질의 실재 자체이며...잠재성은 능동성의 지대로 자연의 진정한 ‘본질’이다)

2) 횡단성 (수렴되지 않고, 소통되지 않는 방향성을 가로지르는 불균형한 또 다른 선들의 중첩을 의미한다. 이분법을 비껴가면서 그것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무능력하게 만든다. 이분법을 죽이지 않고 그것을 표면에서 확장시키면서 이분법을 n분 하되, 거기서 이분법을 빼는 것(n-1)이다)

3) 관계성 (물질-담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물질화mattering과정은 관계항 없는 관계들이 안정화되면서 관계항들을 비롯해서 그 관계로부터 창발되는 새로운 관계들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4) 우발성 (인과성에 앞서는 횡단성은 필연적인 관계를 처음부터 내장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우발성이 관건적이다. 클리나멘clinamen의 선, 양식화된 물질들의 응고를 관통하는 우발성이 횡단성과 관계성의 저수지다)

5) 사건성 (하나의 사건은 따라서 둘 이상의 흐름들이 교차하는 특이점이다. 다시 말해 사건들이란 선재하는 사물의 우연적인 속성들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이미 운동 속에 있는 물체적인 흐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교차인 것이다)

여기에 ‘수행성’이 특성으로 더 들어갈 수 있다고 하셨죠. 정말 유연하고 흥분시키는 좋은 개념을 다 모아놓은 듯 합니다.

지난 시간에 선생님이 크리스토퍼 갬블(Christopher N. Gamble), 조수아 하난(Joshua S. Hanan)이 쓴 책, <<Figures of Entanglement: Diffractive Readings of Barad, New Materialism, and Rhetorical Theory and Criticism>(2021) 언급하셨는데, 당시 책 제목을 자세하게 듣지 못하고, 어떻게 신유물론과 ‘수사학’이 연결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드렸는데요. 들뢰즈의 언어학에 대한 통찰을 미처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드린 질문이었더라구요.

D & G는 촘스키 할아버지의 문법성이나 언어능력competence에 반해, 언어라는 것이 의미작용이나 소통이나 정보전달이 아니라, 명령이라는 점, 언표 énoncé/statement와 의미론적, 화용론적인 내용, 언표행위의 집합적 배치 속에, 사회적 장에서의 모든 미시정치에 접속시켜 주는 추상기계라는 점, 언어란 동질적 체계로 보편성과 표준적인 언어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방언, 속어, 은어, 특수어의 경연만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하죠(<천 개의 고원>, 서문과 4장). 그런 의미에서 위의 책에서 시도되었을 담론 분석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해서 지난 밤, 단톡방에 파일을 대거 올려봤습니다. 신유물론 강의가 끝날 즈음까지 한 편이라도 제대로 읽어보기를 희망합니다.

현재의 저의 수준은 학문적으로 도움받을 정도는 못되고 (푸코와 들뢰즈의 언표 énoncé, 언표행위의 멋진 개념을 현실적 담론 분석에 적용이 어렵습니다) 이상한 소리같지만 마치 종교처럼 버티는 힘을 얻습니다. 얼마전에도 길냥이밥을 준다고 한 남성의 육두문자 공세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괴물의 사유>를 읽다가 사르르 풀렸습니다. 윤리학이 역량의 증감과 관련된 문제인 한, 문제가 되는 것은 변용이 아니라 정동(감응)이기 때문이라고... 감응은 기분이나 감정과는 확연히 다른 내포를 갖는 "신진대사, 지각의 빠름과 느림, 작용과 반작용이 서로 맞물려 세계안에 개체를 구성한다"(179)는 내용이었는데 인간적 감정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지점에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박준영 선생님이 열심히 번역해주시는 글들을 제대로 소화시키지도 못하고 있지만, 올해도 수유너머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들뢰즈 후예들의 목소리에 더듬더듬 다가가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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