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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일정에 적혀있는 작가들 중 랭보, 말라르메, 페르난두 페소아는 한참 시를 좋아하며 시집을 구입하던 어떤 때 사두었던 책이다. 예전에 사두고 읽지 못한채 그대로 꽂혀있던 랭보, 줄을 그어가며 읽었는데, 이렇게 내가 열심히 읽었는지 이번에 알았던 말라르메.

페르난두 페소아의 ‘페르난두 페소아-페소아와 페소아들’은 매우 인상깊게 읽어 따로 꽂아두었던 것 같다. 두 권의 시집 역시 좋지만, ‘불안’이라는 책은 읽다 결국 다 읽지 못했다. 

어쨋든, 첫시간 랭보, 보들레르, 말라르메, 그리고 현대성. 

랭보와 현대. 다른 문학을 발명하라….흠…다른 문학이라. 새로운. 다른. 발명. 

문학. 그냥 읽으면 되는거 아닌가. 그러면 되는거 아닌가 싶지만 작년 송승환 선생님의 시 워크샵때 꽤 섬세하게 그 사람에게 맞는 텍스트, 그 상황에 맞는 텍스트들, 그리고 이 수업이 아니었음 접하지 못했을 책들을 소개받았는데. 쟁여두고 그 땐 못읽었다가 시간이 지나 문득 혼자 펼쳐 읽으면서 읽게된 그 책들이 참 좋았다. 나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소설, 특히 한국소설은 익숙하지 않고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상하게 한국시는 많이 읽으면서 외국시는 감응도 잘 오지 않고 읽히지 않았다. 나는 그 탓을 번역으로 돌렸었다. 랭보도 쉽지 않아서 차근차근 시집을 읽어가면서 다가가며 그 매력을 이번에 알아가고 있다.

어쨋든. 랭보. ‘절대적으로 현대적이어야 한다. 다른 문학을 발명하라.’ 라는 이런식의 선언들은 이제 내겐 사실 진부하지만 고민끝에 그 이상을 보고싶은 마음이 동해 강의를 신청했다. 

첫시간엔 보들레르, 말라르메, 랭보 등의 시인을 비교하며 현대성, 그리고 이들이 추구하는 감각의 다른 방식과 시 속에 그들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 그리고 시대 속에서 그렇게 되어졌던 이유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현대성’으로 내가 의미하는 것은, 예술의 절반인 일시적인 것, 사라져가는 것, 우발적인 것과 나머지 절반인 영원한 것, 변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 생활의 화가’ 에 나오는 보들레르의 유명한 문장이다. 

‘상황이 지나면 사라지는 즐거움과는 다른, 더 일반적인 것을 목표로 삼는다….그가 찾는 것이 현대성인데….그는 유행이라는 역사에서 시를 추출하고, 일시적인 것에서 영원한 것을 증류하는 작업을 한다. ‘는 것이다.

 

말라르메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시를 쓴다.

자본주의와 신을 부정하는 근대적 사고에서 개인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감각의 극단화로 갔는데 보들레르와 말라르메 그리고 랭보는 그 감각의 극단화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보들레르는 자극을 멈추지 않고 극단으로 감각을 무감하게 심화시켜 공감각을 극대화해 우주와 하나가 되고자 했지만, 말라르메는 치밀하게 계산하여 감각을 제거함으로써 인간이 아닌 광물이 되고자 했다. 기하학적으로 엄밀하게 시를 쓰고 언어의 우연성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블랑쇼의 비인칭 개념은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랭보는 주관적인 시를 경멸하고 객관적인 시, 시를 쓰는 노동자. 시인은 투시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랭보는 끝없이 감각을 받아들이고 밀어붙여 현실을 초과해버린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감각이 되고자 할 때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랭보의 감각은 촉각과 시각 - 나의 존재가 뒤섞여 타인과 나의 구분이 사라지는 감각. 그럼으로써 미지에…타자에 도달하는 것이다. 문득. 어제 들뢰즈 ‘의미의 논리’에서 읽은 스토아주의자들이 뒤섞은 좋고 나쁨이 구분되지 않는 혼합물들의 세계와 랭보가 겹쳐 떠오른다. 그는 나의 관점에서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 사물이 되어 쓰는 시이다. ‘나는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를 받아쓴다. 나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되어진다.’

보이지 않는 것, 미지의 것을 써야 한다는 것. 이것이 현대시의 출발점이다. 감각의 착란을 통해 미지에 도달하는 것

현대시는 타자성을 가진다. 나라는 것은 하나의 타자라는 것이다. 나무가 바이올린이 되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가 가진 감각을 죽여야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타자이다. 나는 생각한다가 아니라 생각되어지고, 나는 쓴다가 아니라 쓰여지는 위치에 놓여 있는 것. 이름을 새롭게 정의하는 사전. 이름을 짓는 자.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전적인 인식이 먼저 있어야 한다. 이후 자신을 바꾸고 타자가 되는 존재. 이치있는 착란을 통해 투시자가 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

시는 자신이 아는 것을 망각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상투적인 것에서 벗어난 미지의 지점. 각자의 사전을 만들고, 이름을 발명하고, 이름을 붙이는 것. 

랭보를 읽지 않고 강의를 들은 첫날. 나는 랭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괜한 반항심이 생겼었다. 어떤 에너지, 속도감, 그 속도와 에너지에 취해 방향성 없이 감각만 존재하는 시, 어떤 객기, 자신을 불살라 재능을 소진해버리는 그런 객기. 그런것에 대한 반감이랄까. 수업시간에는 산문시 <일뤼미나시옹> 몇편을 읽었지만 집에 꽂혀 있는 랭보를, ‘나의 방랑’이라는 시집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집에는 1870~1872년까지의 운문시만 수록되어 있다. 읽어갈수록 시집 사이사이에 포스트잇을 끼워붙이는 장수가 많아졌다.다수의 좋은시들이 많지만 그 중 한편 옮겨보면.

 

“별은…..”

 

별은 네 귀 가운데에서 장밋빛으로 울었고,

무한은 네 목덜미에서 허리까지 흰빛으로 굴렀다

바다는 네 진홍빛 젖꼭지에서 다갈색 진주로 방울졌으며

인간은 네 무상의 옆구리에서 검게 피를 흘렸다.

 

별 하나의 단어. 별 하나로 상상되어 지는 이미지. 별 하나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나는 별 하나로 연상되는 것이 무엇일까 떠올려 본다. 이 단어에서 나올 수 있는 기억, 이미지, 온도, 소리, 냄새….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되어져야 한다는 것. 랭보는 별 하나에서 장밋빛 울음을, 목덜미에서 허리까지 구르는 흰빛을, 진홍빛 젖꼭지에서 다갈색 진주로 방울지는 바다를, 별의…별의 옆구리겠지? 무상의 옆구리에서 검게 피흘리는 인간을 상상한다. 빛나는 별이, 밤하늘의 별이. 어두움에 홀로 있는 별을 바라보던 언젠가 나도 막연하게 느꼈던 그 감정과 느낌을 랭보는 진정 별이 되어 별을 발명하고 그 별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는 사회를 조롱하고 비판하고, 자기안에 머물러 있지 않기 위해 시를 통해 끊임없이 선언한다. 이 선언은 밖을 향하는듯 하지만 자신을 검열하고 탐색하는, 자신을 향한 선언이다.

‘나의 방랑’을 반쯤 읽다가 강의시간에 올려주신 ‘랭보의 편지들’을 읽어보았다.

 

<랭보의 편지들>

‘랭보의 편지들’은 스승인 테오도르 드 방빌로 시작해서 조르주 이장바르, 폴 드메니, 친구인 에르네스트 들라에, 폴 베를렌, 그리고 어머니와 누이동생 이사벨에게 보내는 편지로 마무리된다. 이상적인 미에 경도된 시인들과 낭만주의자들을 경애하며 스스로 바보같지 않냐고 묻는 천진함. 

16살인 랭보가 그의 스승인 조르주 이장바르에게 보내는 편지 (1870년)는 당당하게 뻔뻔스럽고 건방지다. 

이장바르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미친듯이 자유를 갈망한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랭보에게 자유는 무엇이었을까. 왠지 진부하게 느껴지는 이 자유에 대한 질문. 그렇게 본인을 불태워버리고 모든것을 소진시켜버리는 자유. 도대체 그 자유가 랭보에겐 무엇일까 생각하며 읽어가는 이장바르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은 조금 유치하게 느껴졌다. 편지를 끝까지 다 읽기 전까지는. 

"지금 저는 가능한 한 방탕하게 살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시인이 되고 싶기 때문이죠. 그리고 견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방탕하게 사는 것이 과연 시인인지. 그것이 자신을 한계로 밀고 가는 것인지. 무슨말을 하는지는 알겠으나, 시를 위해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다른 삶은 가능한 것인가’ 과연 랭보 당신에게 ‘다른 삶은 가능한 것이냐고’ 묻고 싶어지며 편지를 읽어나갔다. 

하지만 모든 감각들의 착란을 통해서 미지에 이르기위해, <나>라는 타인. 시를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걸겠다고 하는 랭보의 편지는 뒤로 이어질수록 이게 열여섯 일곱살의 사유인가 싶을 정도로 두터웠다.

랭보는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완전한 인식과 함께, 자신의 영혼을 탐색하고 검열하고 깨달아 그것을 가꾸어야함에 대해 편지를 통해 전달한다. 모든 감각의 이론적인 착란에 의해 견자가 되며 사랑과 고통, 광기의 모든 형태들을 스스로 탐색하고 그 고통속에서 시인은 <미지>에 도달해야한다고 말하며 유물론적인 미래와 함께 예속이 무너지는 여성의 시대, 미지를 발견하고 펼칠 그녀들의 사유의 세계를 예언한다. 

‘프랑스 적인것. 파리 식이 아니라 프랑스 적인것’ 에나멜을 입힌 그림과 요지부동의 시라 칭한 프랑스적인 것. 프랑스적이고, 수프에 적신 식빵같은, 선술집에서 학교의 책상까지 어슬렁대던 아름다운 시체. 

랭보는 제2기 낭만파 시인들인 테오필 고티에, 르콩트 드 릴, 테오도르 드 방빌 등을 대단한 견자들이라며 추켜세우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살펴보고 여태 들어보지 못한 것을 듣는 일은 죽은 사물들의 정신을 포착하는 것과는 다른 경우라며 선을 긋는다. 보들레르는 너무나 예술적인 환경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 그렇게 칭송되던 형식도 실은 보잘 것 없는 것이고, 미지의 발견은 새로운 형식을 요청한다고 적는다. 

친구인 에르네스트 들라에 에게 보내는 편지와 폴 베를렌에게 보내는 편지엔 랭보의 순수함과 솔직함이 절절한데, 

편지를 읽어나가며… 읽어나갈수록 눈물이 났다. 새벽에 랭보시와 편지를 읽으며 훌쩍훌쩍..과연 삶이란 치기어린 감정으로 자신을 그렇게 쉽게 내던질 수 있는 것일까. 시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예술이 뭐가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다리가 잘려나가도록 자신을 버려가며 써야하는 것인지 욕을 해주고 싶지만, 그 시에 매혹되는 나같은 사람들. 그의 나이 37세. 1891년 11월 10일 오전 10시 숨을 거둔다. 

 

랭보의 ‘나의 방랑’ 속에는 운문시만 있는데 강의때 들은 산문시집 <일뤼미나시옹>. 이시집은 혁명에 관한 시, 현실을 보며 현실 너머를 바라보는 현대시의 비밀이 이 ‘일뤼미나시옹’에 있다고 한다. 자기시에서 자유시를 쓴 사람은 랭보가 처음이라는데 다른 시들을 아직 읽지 않아 선뜻 이해가 쉽지는 않다. 조금 읽다만 말라르메 시집(문학과 지성사)을 펼치니 연필로 줄을 그은 자국들이 있다. 그 줄들을 따라가 보니 시대의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한 가운데 불행하고 곡절 많은 삶을 살았던 보들레르, 로트레아몽, 메를렌, 랭보와 달리 말라르메의 생애는 주목할 사건이 없다는 것. 그가 남긴 시는 많지도 않았고 이해를 얻지도 못했으며 “그는 시간 밖에서 시를 썼다”(시트롱, 130), 완벽하고 절대적인 작품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었고, 이 세상의 삶을 비루하고 비천한 것으로 판단하고 거기서 탈출하기를 꿈꾸나 늘 실패에 이를 뿐인 인간의 처지를 읊는다. ….이참에 말라르메의 시집을 찾아 읽다보니 불교와 그리고 철학적으로 빠져들고 있어 우선 지금 졸려 덮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샀는지 모를 이책에 줄이 빼곡하게 그어있고 많은 별표와 멋있다는 말까지 적어놓은걸 보면 말라르메에 대한 관심이 예전 나의 작업방식과 어느부분 닿아있어 말라르메에 관심을 가졌던 듯 한데 읽다만 말라르메를 다시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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