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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크샵> 마지막 시간 후기

진규 2017.08.18 13:17 조회 수 : 225

 

6주간의 영화 워크숍 수업이 끝났습니다!ㅎㅎ

워크숍 수업 날을 준비하다 보면 한 주 한 주가 정말 휙휙 지나갔습니다.

6주가 저에게 있어서는 정말 소중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ㅎㅎ

 

 

마지막 강의 후기 들어갑니다.

(주의 : 그동안 메모했던 것들 짜깁기가 많습니다 ㅋㅋ)

 

 

이야기 쓰고 풀어내는 걸 좋아해서 만화, 시, 소설, 수필, 시나리오(단편)를 써본 적은 있지만 막상 영화라는 장르에 직접 도전해볼 생각은 전혀 못 했습니다. 막연하게 저는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영화라고 하면 완전 딴 세계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강의 때 봤던 “카니발”이라는 영화가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펜스’너머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뒤통수만 비춘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나오는데 다들 뒤통수뿐이다. 작가들이 수첩을 몸에 지니고 다니듯 영화인들도 비슷한 걸까. 본래 이런 영화를 찍으려고 계획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 남부 니스에 여행을 갔다가 사람들이 철제 펜스 사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광경이 인상 깊어 카메라에 담았다고 한다. (원래는 펜스를 안 쳤다고 한다. 지금은 한정된 인원만 들어가 카니발을 즐길 수 있는 모양이다.)”-그때 메모해둔 것 中

 

(스틸컷을 간직하고 싶어서 그날 집에 가서 바로, 급조로 제가 그렸습니다ㅋㅋ)

이렇게도 영화가 만들어지는구나, 부끄럽지만 처음 알았습니다. 남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상황인데, 카메라를 든 사람은 그 속에서 놓치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본, 숨은 의미를 끌어낸 것 같았습니다.

 

 

 

 

둘째 주엔 이수정 감독님 “시 읽는 시간”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역시나 당시 영화보고 와서 급조한 스틸컷ㅋㅋㅋㅋㅋ 제가 제 기억력을 믿지 못해서 엇비슷하게라도 기록을 남겨놔야 나중에 다시 떠올릴 수 있답니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세상에 보장된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 … 그런 생각을 하니까 증상(공황장애)가 왔어요. 직장 동료들이랑 지방에 내려가고 있었는데… 차에 탈 수가 없는 거에요. 휴게소에서 내렸어요. 그리고 무작정 산을 향해 걸어갔어요. 가면서 제가 ‘아는’ 사람들 한 명 한 명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이런 감정을 덜기 위해. (내가 존재한다는 걸 확인이라도 받으려는 듯이)”-그때 메모해둔 것 中. 영화 속 김수덕님이 한 말을 머릿속에 기억해뒀다가 메모한 거라서 정확하지는 않아요.^^ (괄호 안의 것들은 제가 맥락을 잊지 않기 위해 설명을 덧붙인 거에요ㅎㅎ)

 

 

 

(이런 장면은 없었지만 인천 가정동 장면에서 인상 깊었던 요소들을 그림 안에 집합시켜봤습니다)

“폐허의 공간에서 누군가 시를 읽어주면 좋겠다. (낱장에 글자로 남아 있는 시가 아니라, 혼자만의 시가 아니라) 공간에 울려 퍼지는 시. 영화 속 등장하는 다섯 명의 인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시 같다. ‘전체 영화가 시집이고 사람들이 시’

시에 누를 끼치면 어쩌나… 걱정

‘대단한, 훌륭한 시를 쓰려고 하지 말고 내 언어로 시를 써보자’” - 그때 메모해둔 것 中. 상영 후 이수정 감독님과의 시간에서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이에요ㅎㅎ

 

가끔씩 ‘나는 시를 왜 쓰는 거지. 뭘 위해서?’ 이런 생각이 뒤통수를 치고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머릿속에 한 번 눌러앉으면 엄청난 무력감으로 저를 괴롭힙니다. 그 즈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보고 들은 시는 혼자 읽고, 덮은 시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저도 시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요새는 시집 읽을 때 입으로 소리 내 읽기도 합니다.)

이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자기 아픔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픔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그때 메모해둔 것 中. 영화 속 하마무님이 한 말을 머릿속에 기억해뒀다가 메모한 거라서 정확하지는 않아요.^^

(아 참 고등학교 친구랑 같이 영화를 보러 갔었습니다. 친구랑 저랑 집에 가면서 동시에 한 말이 “하마무님 시 갠소(개인 소장)하고 싶다”였답니다ㅎㅎ 시집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서로 그랬어요ㅎㅎ)

 

 

둘째 주에 제가 쓴 시 “데칼코마니”를 11씬 짜리 시나리오로 재구성해 썼습니다. 토요일까지 시나리오를 가져가야 하는데 도무지 발상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 뜯다가, 옛날에 썼던 시들을 뒤적이게 되었습니다. ㅋㅋ

 

 

 

 

(안소라 선생님 발표를 듣고, 밭에서 소라 선생님이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을 상상해 그려봤습니다. 저 화면이 보이는 가운데 대화가 오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걸 상상했습니다.ㅎㅎ)

 

 

시나리오는 둘째 주에 완성했지만 용기가 안 나서 셋째 주에 발표했습니다. 사실 셋째 주 즈음엔 영화를 만드는 걸 포기했습니다. ‘배우는 어떡하지? 장소는 어떡하지? 촬영은 어떡하지? 편집은 어떡하지?’ 아무리 고민해 봐도 제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제 발표를 듣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게 찾아온 기회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헛되지 않게 잘 만들고 싶었습니다.

 

 

 

 

 

 

 

 

 

촬영은 이틀 동안 몰아서 모두 찍을 수 있었습니다. 날도 많이 덥고 모두들 힘들었지만 함께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림은 머릿속에 있는 구도대로 종이 위에 그리면 됐는데, 영상은 그 구도대로 잡기 위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손이 엄청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화면 잡다가 뭘 찍어야했는지 까먹기도 했다. 하 정말로 콘티를 꼼꼼히 그려두길 잘했다.” - 그때 메모해 둔 것 中

 

 

 

 

 

고등학생 땐 언제나 제 작품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타인이 재고 따져주길 순순히 기다렸습니다. 합평 때 (저희가 쓰던 말로) ‘까이지’ 않으면 불안하기까지 했습니다. 까여야만 고칠 수 있고, 그렇게 고쳐야만 실력이 늘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쩌면 비난 받는 것에 너무 길들여져 있었던 것 아닐까.” 저 혼자 쓴 작품은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항상 불안했습니다. 제 눈을 믿을 수 없어서 친구나 선생님이나 가족들이나, 남에게 한 번 이상은 보여주고 평을 들으려 했습니다. “평을 듣지 않으면 불안하고, 막상 남에게 평을 들고나면 내 시에 대한 애정이, 자신감이 떨어지고, 내 실력을 믿지 못하게 되고, 결국 또 다시 남에게 시평을 물을 수밖에 없는… 헤어 나올 수 없는 번뇌의 고리였다.”- 그때 쓴 메모 中

한동안 빠져 있던 자기검열의 늪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모든 걸 제가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지는 ‘자유’를 꿈꾼다고 말해왔지만, 막상 고삐가 풀리니 ‘맞게’ 가고 있는 것인지 한 발짝 떼기가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번 워크숍을 하면서 어설픈 주장을 해도 저는 비난 받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제 작품이 존중받는 경험을 정말 오랜만에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왠지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그게 왜 낯설게 느껴지는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강의 땐 함께 워크숍 참가한 분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6주 동안 한 분 한 분이 정성 들여 만든 작품들을 봤습니다. 정말 인상 깊은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색감이 없던 어떤 작품은 머릿속에 판화로 찍은 듯 이미지가 선명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 영화의 감독님이 그 안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해주셨을 때, 색감이 빠진 깔끔한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더욱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어떤 작품은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웃음을 줬고, 또 어떤 작품은 주제가 짧고 굵게 와 닿아서 감탄했습니다. 어떤 작품은 방황하는 어린 마음이 느껴져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말을 보지 못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상영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자꾸자꾸 꺼내보고 싶은 이미지들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혀 다른 여러 색깔의 영화들을 보면서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다음날 가족여행이 있던 지라 뒤풀이에 참여하지 못해서 정말 아쉬웠습니다. 영화 ‘데칼코마니’에 대한 조언을 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요ㅠㅠ

함께 워크숍 했던 분들의 작품을 보고나니, 왠지 이대로 헤어지기 아쉽다는 마음만 자꾸 들었습니다. 함께 대화해보고 함께 생각을 나눌 기회가 더 많이 있었더라면 더더욱 소중한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프로이트 강의 끝나고, 영화 워크숍 첫날에 낯익은 분들을 마주쳤을 때 괜스레 정말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강의에서 다시 한 번 그런 반가움을 느낄 수 있길 바라요. 정말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ㅎㅎ

 

(문단 사이사이에 사진 넣고 싶었는데ㅠㅠㅠ 한참을 용쓰다가 결국 포기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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