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자료 :: 강좌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신유물론, 이론의 새로운 전장] 1강 수강 후기

감자만쥬 2022.01.19 04:00 조회 수 : 106

   나름 열심히 수업을 듣고 필기했지만 여전히 머릿속이 우당탕탕의 상태이다. 그렇지만 이 혼란스러움과 이해 안 됨은 불쾌하기보다는 유쾌하고 즐거운 듯하다. msn040.gif 첫 수업이 끝난 후, 신유물론에 대해 천천히 오랜 시간 동안 공부해보고 싶다고 느꼈다. 긴 시간 동안 혼란스럽고 재미있을 것 같다. 수유너머라는 공동체에 접속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서 여러모로 설렌다.

 [신유물론, 이론의 새로운 전장]을 듣기로 결심한 이유는, 자기소개 시간에도 이야기했듯이 언어에 대한 감각을 전환하고 싶어서이다. 재작년부터 국어국문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문학 수업을 들을수록 언어가 조금씩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과장해서 하는 말이지만 입이 톱니바퀴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아마  재현불가능성을 전제하는 태도에서 윤리를 찾는 다정한 수업들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엄청 막연하게나마 이해하기로, 이처럼 재현불가능성을 전제하는 입장에서는 영원히 가닿을 수 없는 무엇으로 실재-타자-'사건'(오카 마리)을 두고 이 영원한 불가능성의 슬픔을 가능성을 향한 끊임없는 운동의 원동력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신형철 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처럼. 이때 실재에 가닿기위해 동원되는 언어나 이미지 등등은 실재와는 다른 속성의 무엇으로 여겨진다. (첫 수업 때 물질 일원론에 대해 들으면서 배웠듯이) 자연과 인간, 정신과 물질의 이분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비물질적으로 상상되는 언어를 통한 물질(?)의 재현은 필연적인 결락을 낳으며 이 결락을 드러내지 않을 때-완전한 재현을 가장할 때 언어는 무척 폭력적인 것이 된다.

 아무튼 재현불가능성에 대해 배운 이후로 나는 재현불가능성을 경유하는 윤리를 나름대로 실천해보고 싶었다. 가능성을 부정해서 가능성을 향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듯이, 가능하다고 믿는 나와 내가 쓰는 고착된 말들을 부정하고 심문해서 다른 존재들한테 조금이나마 가닿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됐다. 뭐랄까, '나'를 부정하면 나로부터 거리가 생기고 그 거리 끝에 타자가 있을 줄 알았는데 거리가 아닌 깊이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꼭 양쪽에 거울이 붙어있는 엘리베이터에 타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스로를 바라보듯이. 그리고 이런 느낌이 반복될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로는, 과거의/과거로 만들 '나'에 대한 고백과 미래의/미래로 만들 '나'에 대한 선언만이 남는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것이 '문화과학'의 신유물론 특집호이다. 로지 브라이도티를 소개해주신 현대비평론 수업의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에게  '문화과학' 신유물론 특집호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셨는데, 나는 호기롭게 책을 사서 딱 두번째 글까지만 줄을 엄청 치면서 읽었다. ㅎㅎ (신유물론 특집호 두번째 글이 바로 박준영 선생님의 '신유물론의 이론적 지형'이다.)  '신유물론의 이론적 지형'에 있는  "다시 말해 고대유물론에서 신유물론이 취하는 바는 그 존재론적인 태도, 즉 실재 자체에 대한 접근 가능성의 긍정이다.(75)" 라거나 "신유물론은 고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위/자연, 형상/물질, 인간/비인간을 가르던 이분법을 넘어서서 그것을 하나의 일의적 평면에 배치하면서 등장한다.(81)" 같은 문장은 재현불가능성에서 윤리를 찾을 때 생긴 개인적인 딜레마 를 해결해줄 수 있는 실마리가 될 듯 했다. 신유물론의 관점에서는 언어도 물질, 그것도 '교전하는 물질'일텐데 그렇다면 '언어와 실재 사이의 간극'같은 말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이 수업을 듣게 된 게  조금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

 [신유물론, 이론의 새로운 전장] 첫 강의에서는 신유물론과 관련된 학자들을 개괄적으로 배웠다. 그리고 신유물론의 가장 큰 업적인 '물질적 전회' 이전에 있었던 두 가지 전회 -'인식론적 전회'와 '언어적 전회'가 모두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살폈다. 끝으로 신유물론에서 정의하는 물질이 능동성, 횡단성, 관계성, 우발성, 사건성이라는 다섯 가지 성격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하셨다.

 수업 내용 중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이분법에 대한 부분과 평면/표면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선 선생님께서는 횡단성에 대해 이야기하시면서, 이분법에 대한 신유물론의 대응방식은 이분법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n분하면서 n-1한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또 질의응답 시간에 이것은 긍정하면서 거리를 만들어 추방하는 급진적인 방식이라고도 설명하셨다. 부정하고 대립하는 방식이 지니는 한계는 이런 방식이 수직적인 깊이의 생성, 주름화 과정(?)과 이어지기 쉽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관계성 파트에서 수직적 차원과 수평적 차원이 한 평면에 있다고 말씀하신 것도 (이해는 잘 안가지만) 엄청 흥미로웠다. 한 평면 위에 있다는 말을 은유와 환유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지 아주 막연한 궁금증도 생겼다. 아직 첫번째 강의이고 여러 선생님들께서 공유해주신 자료들도 못 읽었지만, 그리고 내가 이해를 잘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지만, 벌써 다음 강의가 기대된다. msn040.gif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6 [문학, 새로운 감응들의 발명] 4강 후기-투르니에 『마왕』 이시스 2022.11.03 41
605 [문학, 새로운 감응들의 발명] 3강 후기 노랭이 2022.10.28 46
604 [나는 누구인가] 제2강 간단후기 오나의고양이 2022.10.19 95
603 문학, 새로운 감응들의 발명. 제 2강 후기 안영갑 2022.10.16 72
602 [문학, 새로운 감응들의 발명] 1강 후기 가온누리 2022.10.11 72
601 [위기의 지리학, 미래의 인류학] 1강 후기 hongmin 2022.10.11 59
600 [문학, 새로운 감응들의 발명] 제1강 올랜도 후기 [1] 라우승 2022.10.08 61
599 [화엄의 철학, 연기성의 존재론] 마지막 후기(6강) [4] 유택 2022.08.17 237
598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제 6강 후기 달타냥 2022.08.15 93
597 아무튼 짧은 영상 만들기 5강 후기 [1] 최승현 2022.08.12 105
596 [아무튼 짦은 영상 5강-강의 후기] [1] 옥뻥 2022.08.09 77
595 [화엄의 철학, 연기성의 존재론]5강 후기 [1] 고키 2022.08.05 126
594 [아무튼 짧은 영상만들기]4강 후기 [1] 이승희 2022.08.04 85
593 천개의 밤 뜻밖의 읽기 2강 후기 안호원 2022.08.02 58
592 여성의 목소리는...... 4강 후기 에이허브 2022.07.31 125
591 [천 개의 밤, 뜻밖의 읽기] 3강 후기 [1] Jae 2022.07.29 85
590 [천 개의 밤, 뜻밖의 읽기] 3강 후기 [1] file 생강 2022.07.29 68
589 [여성의 목소리는 어떻게 정치적 목소리를 갖게 되는가?] 4강 후기 바람돌이 2022.07.27 100
588 [영상워크숍] 아무튼 짧은 영상 만들기 :: 3강 후기 [1] 진선 2022.07.22 49
587 [영상워크숍] 아무튼 짧은 영상 만들기 :: 3강 후기 [1] 순두부 2022.07.22 7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