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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지은 선생님이 ‘배봉기’에 대해 말할 때, ‘할머니’라는 호칭의 어색함에 대해서 말했는데, 나도 <빨간 기와집>을 읽었을 때 그랬다. 번역된 책에서 가와다 후미코는 ‘봉기씨’라고 부르지만, 일본어로는 ‘봉기상’이었을 것이다. 봉기상, 봉기상, 봉기상.... 울림소리가 많이 들어가서 너무 예쁘게 들리는 이름이었다. <빨간 기와집>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입으로 되뇌었던 것 같다. 봉기상, 봉기상...

<빨간 기와집>에는 고통스러워하는 배봉기의 모습으로 마무리되지만, 배봉기 할머니를 지원했던 선생님들은 그 이후의 할머니의 모습에 대해 전해주셨다. 내가 전해 받았으니까, 나도 이지은 선생님께 전해드려야지... 오키나와 현청에서 적지만 지원금이 나오면 즐겁게 주변의 사람들과 한잔 하시기도 하시고, 통일된 나라에 가겠다고도 하시고, 만나지는 못했지만 돌아가시기 직전 1991년에 김학순 할머니랑 통화도 하셨다고 한다.

나는 <빨간 기와집>의 마지막에 나오는 배봉기의 ‘지금이 제일 고통스럽다’는 말과, <나의 마음은지지 않았다> 제일 마지막에 송신도의 ‘지금이 제일 행복해’라는 말이 늘 겹쳐져 생각이 난다.

 

2.

이지은 선생님이 소개해준 증언집의 머리말에 있는 정진성 선생님의 글을 다시 보니 소오름~이 끼쳤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해야하고 그 기록이 문서로 된 증거를 찾아낼 수 있게 할 것이라는 내용. 문옥주의 증언을 듣고 그 증거를 찾아모았던 모리카와 선생님의 작업이 그러하고, 지금 서울대에서 증언을 근거로 찾아내고 있는 미군들의 자료들도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일테다. 선생님들 존경합니다...

 

3.

<한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계속 별로 어렵지도 않은 단어에 주가 붙어 있어서(그때까지 후주를 안보고 읽고 있었음), 도대체 이렇게 쉬운 단어에 왜 각주를 붙여놓은거야? 라며 뒤에 붙은 주를 보고 울컥했었다. 우씨... 한국 문학이 언제 이렇게 그녀들의 ‘말’을 소중히 배려하며 다뤄준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난주에 우리가 각자의 목소리와 몸으로 문옥주의 말을 다시 했던것처럼, 김숨도 그렇게 하는 작업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을 가지고, 글을 가진 소설가가 스스로 이야기와 말을 압도하고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빚진 말과 글들을 각주 하나하나를 달아가는 수고를 통해 밝혀주는 것이 말의 권력을 가진 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도 들었다.

옛날에 <그림자의 섬> GV에 갔을 때, 관객들 중 한명이 이거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유투브 같은데 풀어야되는거 아니냐고 했었는데, 감독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꼭 이 영화가 영화관에서 정식으로 상영되어서,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도 영화관에 와서 보고, ‘영화’로서 존중받는 형식을 갖추어서 관객도,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도 보게되면 기쁠 것 같다는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당사자의 증언들이 엘리트의 글과 말에 압도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각주가 붙어 문학 속에 다시 살아난 문장이 되는 일은 왠지... 멋진 일인 것 같다.(우와 감탄만 하고 있으므로... 논문을 못씀 ㅠㅠ) 할머니들도 기뻐하시지 않았을까? 내 말은 어딨지? 하고 찾기도 하고.(만구 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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