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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에 던지는 '다른' 질문들] 3강 후기

wings240 2017.07.30 16:27 조회 수 : 156

1.

작년 대구 일본군‘위안부’ 역사관에서 있었던 고문옥주 20주기 추모전은 ‘우리가 기억하는 당신#1’이라는 큰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 문옥주를 기억하는 친구, 활동가, 연구자, 영화감독 등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던 전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전시의 제목이 ‘옥주씨,’였던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소녀’ 혹은 ‘할머니’가 아니라 성인 여성 주체로 불리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 모리카와 마츠코의 강연과 쿠로텐트의 키리타니 마츠코의 공연은 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문옥주’를 들려주고 만나는 시간이었다. 역사관에서 발간한 전시 도록도 그런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키리타니 마츠코의 낭독극은 그녀의 몸에 문옥주가 들어와서 하는 말처럼 들렸다. 문옥주의 증언을 갈무리해서 1인칭으로 낭독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공연을 하는 곳은 작은 강연장이었는데, 조명을 어둡게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낭독극이 끝나고 나서, 낭독 중간에 눈물을 닦았던 키리타니씨에게 ‘나는 만난 적 없는 문옥주의 이야기를 전해주어서 감사하다’고 얘기하니까, ‘낭독극을 하는 도중에 강연장 어딘가 예전에 만났던 그녀가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얘기해주었다.

언젠가 당사자들이 다 돌아가시면, 증언자도 사라지게 되고, 이 운동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의 만남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살아서 증언을 했던 문옥주를 만난 사람들을 통해, 문옥주가 있었음을 증언하는 사람들을 통해, 그들을 위해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일본군‘위안부’를 만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2.

키리타니 마츠코의 낭독용 원고가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증언을 기록한 책의 발췌려니 생각했었다. 이번 강의 중에 번역된 원고를 함께 낭독하는 퍼포먼스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강의에 참가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몸으로 문옥주의 삶과 목소리를 읽을 수 있는 퍼포먼스였다는 생각이 든다. 문옥주가 일본어로 증언했던 것을 모리카와가 받아적고, 그것을 다시 번역해서 우리가 읽을 수 있게 된 낭독용 원고는 증언집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아마도 이 원고가 읽혀질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재현될 것이다. 소녀상도 매 수요집회에 모이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매번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현이 텍스트 그 자체가 아니라 상황적 맥락과 함께 해석되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3. <조촐한 추모>

이 작업은 수요집회에서 받았던 수많은 추모의 말들을 ‘옥주씨,’에게 전하는 작업이었다. 추모의 말들을 전하고나면 영상 중반 이후에 대답하는 것처럼 옥주씨의 육성이 들린다.

 

오키나와의 배봉기는 75년에 일본군‘위안부’였다고 밝혀졌다. 72년까지 오키나와에는 미군정이 있었다. 일본 사람들도, 오키나와에 갈 때에는 여권이 필요했다. 72년에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되고 나자, 3년 동안 외국인 등록을 하게 했는데, 배봉기는 그 3년동안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해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추방령이 내려지게 되자, 배봉기가 일본군‘위안부’로 강제로 일본에 오게 되었음을 밝히게 되어서 오키나와 현이 오키나와에서 계속 사는 것을 특별히 허가해주었다고 한다. 75년 고치 신문에 난 배봉기의 사진은 얼굴을 보이지 않는 뒷모습이다. 오키나와의 일본 반환과 일본의 외국인등록령이 배봉기에게 자신의 삶과 고통을 스스로 증명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그것 말고, 다른 것, 또 다른 것을 말하세요! 당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증명하세요!라는 장면을 보게 될 때도 있다. 이것은 듣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말을 침묵시키고 삭제시키는 것은 아닐까...

 

쓰다보니... 중구난방.... 죄송합니다. 급마무리... 강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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