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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의에서는 <김씨열행록>에 등장하는 탈영토화의 도구인 남장으로의 변복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숙영낭자전>에서 숙영을 수장하는 연못,

즉 근본 없는 숙영이 땅에 매장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수장을 선택하는 것을 영토화에 대한 거부라고 보셨죠.

<장화홍련전>은 정신분석학의 타자 이론을 가지고 눈 먼 타자눈 뜬 타자로 나누어 설명해 주셨습니다.

모두 재미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전 이번에 <장화홍련전>을 다시 읽으면서 장화가 죽으러 가기 전 홍련과 옷을 바꿔 입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예감한 자매는 왜 옷을 바꿔 입었을까요?

그리고 장화가 빠져 죽은 연못에 홍련마저 빠져 죽고, 그 둘은 원한에 찬 귀신이 되어 돌아옵니다.

원한이 풀린 후 이 둘은 쌍둥이로 다시 태어나죠.

그래서 전 이 작품에서 장화와 홍련이 을 바꿔 입는 행위와 죽음이 중첩되는 연못이라는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신분석에 대해 잘 모릅니다만 이 소설을 정신분석적 방법으로 분석해도 재미날 것 같습니다.


.. 요약을 더 할까 했으나 그냥 딴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이번 주로 <고전소설의 철학적 실험> 4강이 끝났습니다.

예상보다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런데 이 강의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고전소설이 가지고 있는 행복한 결말에 대한 문제 제기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고전소설의 보편적 주제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고 배웁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선과 악이 시대에 따라 구성되는 것임을 배운 적은 없습니다.

그러니 고전소설 속에서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명제는 절대성을 지니게 되지요.


선생님께서는 반인륜적 독해를 표방하시고 강의를 진행하셨기 때문에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행복한 결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경우가 많으셨죠.

특히 영토화’, ‘탈영토화’, ‘재영토화의 관점에서 작품을 분석하면

행복한 결말이란 기존의 제도와 질서 속으로 회수되는 재영토화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반면에 비극적 결말은 비록 실패로 끝나더라도 휘말림으로 인한 탈주를 시도하는 탈영토화의 측면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작중인물의 고난비극을 너무 미화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고전소설들이 창작되었던 조선시대의 사람들에게 탈주휘말림죽음에 준하는 경험을 초래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육체와 정신을 아우르는 이 유사-죽음의 영역을 심연이라고 표현하셨던 것 같은데요,

심연에 자진해서 뛰어들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 것이며, 이 심연을 감당할 수 있는 자는 또 얼마나 될까요?

심연을 경험한 후에 존재론적 변이를 일으킨다는 분석은 타당하지만

그 심연의 본질은 회생보다는 죽음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탈영토화의 도구로 신발과 옷을 얻었음에도 콩쥐는 집으로 돌아와 죽음을 맞이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해 비판적이셨는데요, 신발과 옷이 있다고 해도 콩쥐가 갈 수 있는 곳은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후손이 없는 상황에서 자식을 낳지 못한 정실부인들이 들이기를 권한 이유 역시 당대의 가치를 답습하는 부덕을 지키기 위함만은 아닐 거예요.

중층적인 처접제도가 존재하던 당대의 여성들에게 자식을 생산하는 문제는 오히려 생존의 영역이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탈주선을 그리고, 탈영토화의 벡터를 만들어내는 고전소설에 힘을 실어 주시는 선생님의 독해는

당대의 가치와 윤리를 답습하는 초월적 독해에서는 벗어난 것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대 철학의 관점에서 고전소설에 담긴 시대성을 도외시하고 작품을 재단할 우려가 있습니다.

고전소설 속에 등장하는 비극의 원인은 개인의 성격적 결함인 경우보다는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데도 말입니다.


하여 문학의 당대적 맥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초월적 독해를 일삼는 저는 이런 생각들을 해보았습니다.

하하하.. 뭔가 억지스럽긴 하네요. 그래도 뭐 할 수 없죠. ^^;

오늘의 후기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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