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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4강 후기

compost 2020.06.11 11:39 조회 수 : 222

지난 시간에 박준영 선생이 메이야수의 원-화석을 강의하실 때 제가 불쑥 아인슈타인이 이야기 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그것에 대해 제가 잘못 이해한 바가 있어서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과학자들에게 자연을 바라보는 (거칠게 나누면)두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실재론입니다. 현상너머에 어떤 이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막스 플랑크, 아인슈타인등의 이론 물리학자들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현상 너머에 어떤 거대한 체계(혹은 이야기)가 있다고 여기고, 자신들의 작업은 그것에 다가가는 것이라고 여기지요.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은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그는 자신의 비망록에서 뉴턴에게 (정확한 문장은 찾아봐야 하지만 대략) 이렇게 말합니다. 위대한 뉴턴이시여 당신의 만류인력 상수는 아직 부족합니다. 이 우주가 특정한 수로 정해져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만류인력 상수가 어떻게 나오는지 그 거대한 체계를 알아내려고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과학은 이야기를 거부하고 오직 현상만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마흐(Mach)의 접근법입니다. 마흐는 뉴턴의 절대시간 절대공간을 비판합니다. 마흐는 실재론자들이 일종의 패티쉬즘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런 견해는 영국의 보일과 같은 실험과학자들로 이어지고, 영국에서 보일은 형이상학적인 그림을 그리는 홉스와의 대결에서 실험실천으로 헤게모니를 거머쥡니다. 실험과학에서 중시 되는 것은 개연성입니다.

 

 

그런데 이 두 접근법 모두 과학의 특권적인 주장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것처럼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추구합니다. 예전에는 형이상학자들이 가졌던 세계에 대한 설명을 과학자들이 가지게 됩니다. 실재론에 대한 마흐의 비판은 이 지점에 있습니다. 관찰 이외에는 어떤 것도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흐의 접근은 사실(관찰)을 이야기와 대립시키고 사실에 특권성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이야기와 분리된 순수한 사실은 없습니다. 이야기의 분리된 사실이라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는 시선 (신적인 시선이겠지요)을 말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특정한 권력의 시선이었지요. 사회구성주의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이 드러낸 것은 바로 이 날조된 시선이었습니다.

 

 

메이아수의 원-화석은 전자에 가깝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환원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실재가 아닌 실재성’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과학이 자연의 실재는 이런 것이야 라고 말하자마자, 그것의 실재성을 잃어버리는 규정 불가성이 메이아수의 실재인 것 같습니다. 메이아수의 기획은 실재에 대한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환원되는 것을 막으면서 n개의 이야기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것은 필시 사변적(speculative)일 것이고 그가 SF를 말하는 이유로 보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아직은 진실이라고 알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될’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겠지요.

 

덧: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것은 과학이 말했던 SF가 상상을 했던 실재에 관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을 실재라고 말하는 순간

실재가 아닌 것이 되니까 말입니다.  그것들도 모두 부분적인 진실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상관주의를 말할때, 그것을 인간과의 관계만으로 생각하고, 관계성을 기각하는 것은 좀 이상하게 보입니다.

가령 화석에서 탄소동위원소 기법으로 그것의 연대를 알게 되었다고 칩시다.

그것은 그 화석을 탄소 동위원소 분석기가 부분적으로 번역한 것이지요. 관계를 가지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고, 인식을 하는 것도 사람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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