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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에 대한 봉급, 이익 분배, 보상의 형태로 자기에게 일상적으로 부여하는 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자기에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한다면 '자기 자신을 이윤에 결부시키는 행위(Mercedem sibi referre)'를 중단해야 합니다."

- 미셸 푸코,『주체의 해석학』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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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를 만나면서 흉흉하고 눅눅했던 마음이 햇살같이 너그러운 글귀 덕분에 뽀송뽀송해졌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예술이론의 이데올로기 세번째 시간은 미셸 푸코입니다. ‘광기의 역사’와 ‘말과 사물’, ‘성의 역사’ 등으로 잘 알려진 푸코의 생애와 철학, 문학에 대한 생각들을 진석샘과 함께 날렵하게(?) 주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연대순으로 푸코의 저작과 당대의 사상적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지각하는 바람에 앞부분은 패스;;; 기억나시는 분이 있으면 댓글로 보완해주시면 감하겠습니다. ㅠㅠ) 제가 도착했을 때는 17세기 대감금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습니다. 사회와 국가가 정신병과 정신병자라는 규정을 통해 무고한 이들을 감금하는 것, 이 사회적 감금에 대해 푸코는 사회와 국가의 폭력성을 까발리고 있습니다. 당시는 막 근대국가가 태동하던 시기였는데, 국가에 대한 추상적인 개념이 실체적인 형식으로 나타난 사례가 바로 정신병과 대감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구분, 비정상인에 대한 규정, 인간성을 이탈하는 것, 동물이 되는 것, (데카르트가 주장한 이성에 근거한) 합리성을 벗어나는 것, 꿈과 몽상 같은 것들, 광인과 정신병이라는 규정은 근대적 합리성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의학, 철학, 과학 등 여러 학문의 근대성 수립 과정은 광인(비이성}을 규정하는 데 곧잘 이용되곤 했습니다.

1963년 발간한 ‘임상의학의 탄생’은 삶에 내재한 죽음에 대한 보다 선명한 시선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푸코 특유의 방법론인 고고학과 계보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근대 의학이 태동한 이후로 권력이 인간의 신체에 어떻게 작용했는지의 과정을 재구성하고, 임상의학과 국가와 제도, 사회와 담론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이와 비교되는 책이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인데, 이 책에서는 죽음 자체는 우리가 체험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중세인들에게는 돌림병과 전쟁으로 인해  흔한 것으로 여겨지고 삶과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었다고 역사적 과정을 추적합니다. 병자들이 감금되면서 우리의 일상 삶에서 제거되는 것과 같이 죽음도 우리 사회에서 제거되어, 죽음을 대상화 가능하고 사유 가능한 일종의 사물로 인식되게 합니다. 그래서 결국 죽음이 밀봉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잊혀지고 밀봉된 죽음에 대한 성찰은 우리에게 삶에서 죽음이 차지하는 의미,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망각하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볼 책은 1966년에 펴낸 ‘말과 사물’입니다. 이 책의 첫머리에는 보르헤스가 발췌한 중국 백과사전에서 동물을 분류하는 사례를 드는데, 이를 통해 분류체계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제시합니다. 이 분류법 예시와 같이 현재 우리가 명백하다고 인식하는 것이 다른 문화, 역사, 맥락에서는 맞지 않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케 하며, 지식은 일종의 배치의 산물이며 인식론적 장에 종속된다고 주장합니다.

‘말과 사물’은 푸코의 대표적 저작인데 푸코를 이해하는 데는 이 책 만한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많이 회자되는 챕터는 1장 시녀들인데, 벨라스케스가 궁정 내부를 그린 그림 ‘시녀들’에 대한 푸코의 장황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이 그림은 서양화 역사에서 화가 본인이 등장하는 첫번째 그림으로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정작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캔버스는 뒷면만 보여주고 있어서 감취진 시선이 있음을 암시해줍니다. 이 그림에서 특징적인 것은 바로 이부분인데요, 화가가 그리는 대상(궁왕부부)이 화폭에 중심적으로 담겨있지 않고, 그 대신 대상의 시선이 펼쳐져 있다는 점입니다. 국왕부부는 그림 가운데 위치한 거울에 반사된 모습으로 은밀하게 재현되어 있을 뿐입니다. 더구나 이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이 국왕부부의 자리에 위치하게 되고, 국왕부부의 시선을 체험할 수 있게끔 재현해놓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고전주의 시대 ‘재현’의 전형이라고 푸코가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푸다세’(푸코 다 읽기 세미나,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서 이 그림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따져보며 공부했는데 관련 내용이 나오니 반갑기도 하고, 그새 다 까먹었구나 하는 안타까움도 느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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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샘 강의에서는 시녀들이라는 제목이 주는 틈에 주목하셨는데요, 국왕부부나 화가 자신이 제목에 드러나지 않고, 주변인인 시녀들이 그림의 타이틀을 차지한 점, 난장이와 늙은 개, 화폭에서 막 사라지려는 사람까지 수고롭게 그려넣은 이 그림에서 중심인물만이 시선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통념에 반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니체는 (푸코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 가운데 한 명) 어떤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진리를 이야기하는지가 중요하고 말했는데, 푸코는 여기서 더 나아가 화자가 어떤 공간에서 이야기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한 셈이기도 합니다. 즉, 담론이 어떤 공간에 배치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며, 그런 점에서 언어(언표행위)는 권력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과 사물’의 부제는 ‘인간과학의 고고학’인데, 그런 점에서 푸코는 이 책에서 중세 이후 인류의 지식체계에는 누적적이고 연속된 역사의 흐름속에서 발전했다는 가정을 깨뜨리고, 두 번의 큰 불연속 점에 의해 세 시기로 나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각 시대의 인식론적 장 또는 인식의 무의식적 체계를 에피스테메라고 명명합니다.

  1. 16세기 르네상스 유사성(닮음)의 시대,
  2. 17~18세기 고전주의 시대, 재현의 시대
  3. 19세기 이후 인간학 인간중심사상의 탄생,

16세기 르네상스 유사성(닮음)의 시대에는 부합, 경합, 유비, 감응 이라는 네 가지 유사성에 의해 지식체계가 조직되고 확장된다고 설명합니다. 이제는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을 믿는 현대인이 없지만, 당시에는 유사성의 체계 안에서 당연한 지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유사성의 체계 안에서는 각각의 지식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 연쇄적인 지식체계를 조직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괴물로 착각하고, 포도주를 피로 오인하고,  둘시네 공주에 대한 허상 등이 유사성의 체계와 관계에 대한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르반테스는 풍차를 괴물이라고 생각하며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통해 유사성의 중세가 끝나고 합리성의 근대가 시작할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7~18세기 고전주의 시대는 ‘재현’의 시대라고도 하는데, 복원된 고대, Representation, 표상, 재현으로 대표적인 키워드로 표현됩니다. 이 시대에는 지식을 표(격자) 속에 넣으려는 열망이 있었는데, 사물과 기호는 1대1의 매칭관계와 같이 격자 하나에 이름 하나를 채워넣는 과정을 통해 세계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정념, 감정, 욕구와 같은 개념을 재현할 기호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입니다.

19세기는 인간중심사상의 탄생기입니다. 놀랍게도 휴머니즘이라고 불리는 사상은 19세기에서야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문학이라는 말도 사실 최근의 것인데, 일종의 고전주의 시대의 명명법입니다. 문학이라는 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 기존 장르의 문법을 넘어선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렇게 사물과 일대일로 대응되지 않는 기호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감흥이 예술이 갖는 효과 중의 하나입니다. 고전주의 표(격자)에 속하지 않는 무엇, 그 무엇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광기어린이라는 수식어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이 문학일 것입니다. 타자성이란 질서와 규칙 밖의 존재라 할 수 있는데, 질서를 벗어난 존재, 내가 아니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 국가와 사회는 비정상적이고 이질적인 것을 밀쳐낼 때마다 타자, 광기, 정신병을 이용하곤 합니다. 우리의 무의식적인 앎의 체계를 넘어선 것 - 그것은 광기, 팩트로 가득 찬 우리 내부를 넘어서는 것, 그래서 리얼을 추구하는 것, 위반의 상상을 통해 보여주는 세계, 그것이 문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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