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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자본_후기] 1강 가치와 물신주의

이재훈 2023.01.12 23:08 조회 수 : 73

지난 1강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대립하는 두 가지 퍼스펙티브에 대해 다루었다. 부르주아 경제학(현대 주류경제학)이 자본주의가 영원불변할 것이라는 퍼스펙티브 위에 서있다면, 맑스의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를 영원히 지속되는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단계로 이해한다. 내가 보기에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이러한 퍼스펙티브의 차이가 각각의 퍼스펙티브에 기초한 서로 다른 이론의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현대 주류경제학은 ‘균형’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이는 자본주의 경제를 탈역사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심사는 시장이 어떻게 ‘자연히’ 균형에 도달해 생산물이나 생산수단의 과잉상태 혹은 과소상태가 해소되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반면 맑스주의 경제학에서는 자본주의의 원만한 팽창이라는 일종의 정상상태로부터의 이탈이야말로 오히려 ‘정상’이라는 입장이기에, 자본주의가 어떻게 위기에 빠지는가(위기론) 혹은 위기를 통해 어떻게 붕괴하는가(붕괴론)가 논쟁거리이다. 이렇게 퍼스펙티브의 차이는 개념의 차이와 쟁점의 차이로 이어지 것이다.

강의에서 선생님께서 지적하셨듯이, 우리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주류경제학을 잘 모르는, 심지어는 너무 수학적이라고 싫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조차도 사실은 주류경제학과 기본적인 관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관점을 이론적으로 극대화시켜놓은 것이 주류경제학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테다). 그 결과 주류경제학의 언어가 경제와 관련된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고, 미디어를 통해 이는 강력하게 확장된다.

우리가 『자본』을 공부한다는 것은 맑스의 경제학에 접속하여 주류경제학의 것과는 다른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프롤레타리아트의 편에서 사유하고 실천한 맑스는 그들의 퍼스펙티브를 『자본』으로 대표되는 자신의 경제학으로 이론화해놓았기에, 우리는 그것과의 만남을 통해 자본주의를 프롤레타리아트적으로 이해하는 법을 익힐 수 있으리라. 이렇게 경제를 이해하는 다른 개념과 다른 문법을 학습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자본주의를 넘어설 이행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강의는 이제 막 시작되었고 우리가 공부해야 할 내용은 결코 적지도 않고, 쉽지도 않을 테다. 하지만 뭐든 처음 배우는 것치고 어렵지 않은 것이 있겠나. 영어 같은 정말 ‘다른 언어’를 처음 시작할 때를 생각해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그래도 조금 익숙해져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영어로 한 마디씩 말할 수 있게 되면 뿌듯함과 신기함이 다가오는 것처럼, 『자본』을 통해 나의 퍼스펙티브를 표현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과정에는 어려움만큼이나 뿌듯함이 기다리고 있을 테다. 앞으로의 강의를 통해 다가올 그런 뿌듯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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