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원형 무대서 만나면 멀리서도
보인다
사월이 아니어도 명자꽃은 피고
살 섞지 않아도 냄새는
닮는다
죽은 듯 입 벌리니 모르는 노래 명치까지 들어오고
두 손 모으니 순식간 합창이
끝난다
귀룽나무 아래 인사를 나누며
그 밤 내내
우리는 다정하고 영원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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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영
심심하게 다정하고 곱씹고 싶도록 멋진 시에요:) 접힌 시 아래서 인사를 나눈다/ 그 밤 내내 우리는 다정하고 영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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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dls1000
시와 함께 살고 있다 싶다가 어느 순간, 시가 시들해질 때가 있습니다.
‘에이, 시 같은 거 이제 떠나보내자’하고, 마음을 놓아버리고 일상을 살기도 하지요.
하지만, 시에 매혹된 영혼은 쉽사리 시의 품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허수경의 시 ‘혼자 가는 먼 집’의 한 구절처럼
시는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이 되어버립니다.
시에게 다시 다가가면, 시는 입을 가리며 웃습니다.
킥킥 당신 이쁜 당신....
그러면서요.
다시, 연애하고 싶다는 제목을
시와 다시 사랑을 하고 싶다.
다시 시를 쓰고 싶다로
저는 바꿔 읽었습니다.
도발적인 아이디!
탄환샘! 시의 명치로 날아가 시를 쓰러트리고 더 세차게 끌어안길 바랍니다.
그 밤 참 좋게 읽었습니다.
연상되는 시편은 김광규의 밤눈이었고요.
밤 눈
김 광 규 (金光圭·1941∼)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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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영원한 봄밤의 순간...최고의 시 강좌 후기군요! 😍 (매번 최고의 후기가 갱신되긴 하겠지만..그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