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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1강후기] Anti-Humanism, 동물권의 출발 / 류재숙

 

동물권의 지도그리기는 '안티-휴머니즘'에서 출발하여, 인간-동물-식물-자연-사물에 이르는 모든 존재가 하나로 묶이는 '일관성의 평면'에 도달하는 것이겠지요. 그때서야 '동물권을 사유한다는 것'이 단순한 동정이나 연민을 넘어, 도래할 정치-소수적 정치의 문을 열게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니체와 스피노자의 작품 가운데, '휴머니즘에 대한 냉소'가 빛나는 텍스트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구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육지가 있다면 틀림없이 사람이 살고 있을 것이다’라는 콜럼버스의 추론을 떠올리게 된다. 태양이 그 어떤 것을 향해 빛을 비추는 것도 아니고, 별이 길 없는 바다와 사람 없는 육지를 속절없이 매일 밤 지켜보면서 자신을 낭비한다는 것이 있을 법한 일일까?" [아침놀], 니체

니체는 인간의 효용성을 근거로 위성들의 배치를 설명하려는 천문학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태양이나 별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있을 법이나 한 일인가! 하고요.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수단들(보기 위한 눈, 씹기 위한 이, 영양섭취를 위한 식물과 동물, 빛을 비춰주는 태양, 물고기를 길러내는 바다 같은 것)을 자신들의 안팎에서 발견하기 때문에, 모든 자연물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게 된다. …… 자연은 자신에게 지정되어 있는 아무런 목적도 없으며, 모든 목적원인은 인간의 허구에 불과하다." [에티카], 스피노자

스피노자 역시 식물, 동물, 태양, 물고기 같은 자연을 인간들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을 비판합니다. 인간을 자연의 목적으로 보는 것은 인간의 허구에 불과하다는 거지요.

 

"우리는 모든 면에서 더 겸손해졌다. 다른 존재자들(*동물, 자연, 사물)에 대해서 우리는 인간을 더이상 '정신'과 '신성'으로 소급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인간을 동물 가운데로 되돌려놓았다. 우리는 인간을 가장 교활하다는 이유 때문에 가장 강한 동물로 간주하는데, 인간의 정신성이 그 결과이다. 우리는 다시 소리를 내려고 하는 허영심에 저항한다. 마치 인간이 동물진화의 위대한 숨겨진 의도였다는 둣이 생각하는 허영심에. 인간은 결코 창조의 극치가 아니다. 모든 존재자는 인간과 나란히 있고 같은 단계에서 완전하다. ...... 인간은 상대적으로 보자면 모든 동물 중에서 최고의 실패작이다. 가장 병적이고 자신의 본능에서 가장 위험하게 벗어나 있는 동물이다. 물론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가장 흥미로운 동물이기는 하다!"  [안티 크리스트], 니체

니체는 인간이 '동물진화의 목적'이거나 '창조의 극치'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존재자는 인간과 나란히 있고 같은 단계에서 완전하다." 이 말은 너무 아름다워서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드러냅니다. 인간은 병적이고 자기 본능에서 위험하게 벗어나 있는 동물이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가장 흥미로운 동물이라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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