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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개념의 성좌 2강 후기 (2)

장정아 2023.04.18 15:39 조회 수 : 89

앞에 2강 후기 써주신 분께서 이미 너무 잘 써주셔서, 저는 2강 내용 약간 보충하고, 추가로 양자역학 관련되는 (제가 너무 재밌게 읽은) 물리학 책 내용 조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고대 자연철학자들의 원리론:

탈레스: 만물은 물이다.
아낙시만드로스: 만물은 아페이론(apeiron)이다.
아낙시메네스: 만물은 공기다.
피타고라스: 만물은 수(數)다.
헤라클레이토스: 만물은 로고스(불)다.
엠페도클레스: 만물은 네 가지 리좀(rhizome)이다.
아낙사고라스: 만물은 정신(nous)의 운동이다.

몇몇 특이점들

아낙시만드로스: ‘아페이론이라는 추상적 원리를 상정함.
= 추상적인 요소지만 물질적이지 않은 것은 아님.

엠페도클레스: ‘4원소’(네 개의 뿌리)
= 서양철학사에서 최초로 ‘다원론(pluralist)’의 등장.
= 왜 굳이 ‘뿌리’일까. 이 원소들의 특이한 ‘운동방식’ 때문.
“네 뿌리들은 어느 때는 자라나 여럿에서 단지 하나로 되고, 다른 때는 다시 분리되어 하나에서 여럿으로 되기 때문이네. 가시적인 것들에게는 생겨남도 이중이요 떠나감도 이중이로되, 모든 것의 결합이 한 쪽을 낳고 없애지만, 또다시 분리되면 다른쪽이 길러지고 사라지기 때문이네.”
= 생명과 소멸의 ‘이중성’. 이 이중성은 ‘선후성을 포함한 동시성’.
이쪽에서 결합되면 다른 쪽이 불리되는 것이 뿌리들(rhizomata).
이것을 우주 전체로 확대하면 하나의 우주와 다른 우주는 ‘차례차례로 또한 동시에’ 생겨남
= 또 이 네 가지 뿌리는 멈추지 않고 인력(사랑)과 척력(미움)에 따라 분기하고 합쳐지는 과정을 통해 우주만물이 생겨난다는 역동적인 생성의 철학. (이후 고대 유물론자에게 영향)

아낙사고라스의 누스(nous, 정신)’
= “만물들 안에 만물이 깃들어 있다.” 모든 존재가 이미 그 안에 전체 존재자들을 포함한다.
= 단 이 ‘누스’는 물질과 대립하는 ‘정신’적 원리가 아님. 이런 식의 관점은 근대 이후의 멘탈리티임.

유물론자들

에피쿠르소: 클리나멘 개념.
“가장 두려운 악인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 오면 이미 우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음은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 모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산 사람에게는 아직 죽음이 오지 않았고, 죽은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4원리론.
= 질료인/ 형상인/ 운동인/ 목적인

4원인론 비판과 근대로의 진입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인론 중 특히 목적인이 근대인들에게 비판거리였음.
= 이것은 너무 관념적으로 보였음.
= 형상인은 목적인과 연결되는 점은 비판받았지만, 운동인과 엮이는 부분은 허용되었음.
= 근대 물리학에서 핵심은 ‘동역학’: 운동과 힘.
근대과학에서 말하는 운동과 힘의 ‘법칙’이 본질과 등치되면서 ‘형상인’은 절반은 허용됨.

자연은 스스로 가장 좋은 것을 찾아간다

∎ 근대에도 운동인 관련 형상인은 살아남는다: 수학.
∎ 라이프니츠가 “자연은 가장 짧은 길을 통해 작용한다”고 주장한 것은, 자연이 자신의 법칙을 선택하는 데 “모든 가능한 해결방식 중 가장 큰 확률을 선택한다”는 의미.
= 필연적의 원리가 아니라 적합성의 원리.
= 자연 스스로의 적합성이 인간의 지성을 벗어난 곳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아감.

원리나 원인은 중요하지 않아!

현대철학에서 원리나 원인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음. 대상에 대한 우리 파악은 감응(affect)’에 의해 이뤄짐. 감응은 과정임.
= 원인과 원리도 원래 존재하는 게 아니라 파생되는 질서고, 주체와 객체 구도 또한 마찬가지임.

결정론의 종언과 불확실성의 시대

현대 사유에서, 원인과 원리에 대한 맹신의 제거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원리적인 과학인 물리학에서 시작되었음. 양자역학.

∎ 하이젠베르크. 안개상자실험. 불확정성의 원리(미결정성의 원리).
= 위치를 정확히 드러내려 하면 운동량이 정확해지지 않으며, 운동량을 정확히 드러내려 하면 위치가 정확해지지 않는다.
= 인간과 자연도 분리되어있지 않다.

∎ ‘불확정성의 원리’에서 이 ‘원리’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원리가 아님.
= 인간과 자연이 서로 갈마드는, 새로운 세계관과 존재론이 가능해짐: 생태철학 또는 신유물론.

 ★★★★★★★★★★★★★★★★★★★★★★★★

요약은 여기까지입니다. 짧게 요약하려다가 혹시 왜곡할까봐 조금 길어졌습니다.
저는 지역연구를 하면서 중국과 홍콩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며, 타자, 존재, 부분과 전체, 특이성, 다수성 등 여러 개념을 통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강좌들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물질은 행위성 없는 객체가 아니고 행위성이 있는 사물이라고 보는 신유물론과 연결되는 지점을 앞으로도 계속 듣고 싶습니다.

아래에는 제가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 『모든 순간의 물리학』의 구절을 몇 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도움이 되실까 싶어서 『다세계』라는 책도 조금 소개해드립니다. (다만 아직 제가 별로 읽지 못했고 너무 어려워서^^;; 요약도 어려워서, 아주 조금만 소개해드립니다)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2016, 김현주 옮김, 쌤앤파커스.

∎ <입자들은 공간을 채우고는 있지만 자갈 같은 물체가 아니라 기본적인 ‘장’에 상응하는 ‘양자’인 것입니다. 이들은 흐름이 있는 작은 파동입니다. (p.64) 
이 묘한 양자역학의 법칙 속에 존재하는 것들은 절대 안정적일 수 없습니다. 여기서는 하나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면 또 다른 상호작용으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공간 중에서 원자가 없는 빈 영역을 관찰해보면 이러한 입자들이 무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짜 빈 공간, 완벽하게 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주 잔잔한 바다를 가까이에서 보면 파도가 거의 멈춘 듯 가볍게 치고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을 형성하고 있는 입자들의 장도 작은 층을 이루며 떠다닙니다. 상상해보자면 이 세상의 기본 입자들은 모두 하루살이 같은 짧은 삶을 불안해하며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또 파괴되고 있는 셈이지요.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과 입자이론에서 설명하는 세상입니다. (p.65)
이제는 뉴턴이나 라플라스의 역학이 말하는 세상에서처럼, 미세한 크기의 차가운 자갈 같은 입자들이 불변의 기하학적 공간에서 길고 정확한 궤도를 따라 영원히 떠도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양자역학과 입자이론을 통해 우리는 세상에 불안정하지만 끊임없이 나타나는 물질들이 떼를 지어 있는 곳, 하나가 나타나면 다른 것은 사라지는 일이 꾸준히 반복되는 곳임을 배웠습니다. 1960년대 히피들의 세상처럼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세상, 사물이 주인인 세상이 아니라 그러한 것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로 인해 좌우되는 세상인 것입니다. (p.66)>

∎ <우리 물리학계 지식의 중심에서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20세기는 우리에게 앞에서 말한 두 가지 보석,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남겨주었습니다. (p.76) 그러나 이 두 가지 이론은 적어도 현재의 형태로는 서로 모순되기 때문에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오전에는 일반상대성이론 강의를, 오후에는 양자역학 강의를 듣는 대학생이 있다고 해봅시다. 오전에는 모든 것이 연속적인 곡선 공간이었던 이 세상이, 오후에는 에너지 양자들이 불연속적으로 점프하는 평평한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p.77) 그런데 묘하게도 두 이론 모두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아떨어집니다. (중략) (p.78)
현재 한 이론 물리학자 단체는 이 둘 사이의 모순을 해결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분야를 ‘양자중력’이라고 하는데, 이 학문의 목적은 여러 방정식의 총체이자, 특히 이 세상에 대한 관점이 일관된 이론, 이를테면 정신분열증까지 해결될 수 있는 이론을 찾는 것입니다. (중략) 물리학자는 성공적인 이론들 사이의 모순을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p.79)

∎ <루프양자중력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루프양자중력이론의 개념은 간단합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공간이 생기없는 딱딱한 상자가 아니라 무언가 역동적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 공간이 유동성있는 거대한 연체동물과 같아서, 압축이 될 수도, 비틀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양자역학은 모든 종류의 장이 ‘양자로 이루어지고’ 미세한 과립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물리적 공간 역시 ‘양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p.81)
루프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은,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무한하게 나누어지지도 않지만 알갱이로, 즉 ‘공간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중략) ‘루프’ 즉 고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모든 원자가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비슷한 것들과 ‘고리로 연결’되어 공간의 흐름을 이어주는 관계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공간 양자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어느 부분에도 없습니다. 양자들은 그 자체가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 속에 있지 않습니다. 공간은 각각의 양자들을 통합하여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다시 한번 세상이 단순한 물체가 아닌 어떠한 관계처럼 보이게 됩니다. (p.82)
하지만 이 이론의 두 번째 결과는 매우 극단적으로 나옵니다. 사물을 수용하는 연속적인 공간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자, 사물과는 별개로 흐르는 기본적, 기초적인 ‘시간’에 대한 개념도 사라졌습니다. 공간과 물질의 입자를 설명하는 방정식들이 더 이상 ‘시간’의 변화를 수용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움직이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반대로, 변화가 편재하지만 그 기본적인 과정들이 평범한 시간(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될 수는 없습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공간 양자들 속에서 자연은 단 한 명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단 하나의 시간의 흐름에 맞춰 리듬을 타 춤을 추지는 않는 것입니다. 모든 자연의 춤은 이웃해 있는 것들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리듬에 따라 진행됩니다. 시간의 흐름은 세상 안에 있고, 그 세상 안에서 그리고 양자들 간의 관계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이 양자들간에 발생하는 사건들이 곧 이 세상이고 그 자체가 시간의 원천이지요. (p.83)
양자중력이론에서 설명하는 세상은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세상을 수용하는 공간도 없고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긴 시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공간 양자와 물질이 계속 서로 상호작용하는 기본적인 과정만 있습니다. (p.84) 우리 주위를 계속 맴도는 공간과 시간의 환영은 이 기본적인 과정들이 무더기로 발생할 때의 희미한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고산지대의 어느 조용하고 맑은 호수는 사실 무수히 많은 아주 작은 물 분자들이 빠른 속도로 춤을 추어 만들어진 것입니다.>(p.85)

숀 캐럴, 다세계』(양자역학은 왜 평행우주에 수많은 내가 존재한다고 말할까), 2021, 김영태 옮김, 프쉬케의숲. pp.49-50

∎ <‘관찰자’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략) 측정이 일어나기 전엔 하나의 전자와 하나의 관찰자(또는 카메라)가 있었다. 하지만 상호작용한 후, 하나의 관찰자가 ‘가능한 상태들의 중첩’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하는 대신, 가능한 다중 관찰자들(multiple possible observers)’로 진화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측정 후의 대상을 기술하는 올바른 방법은, 전자가 여러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관찰자 입장이 아닌, ‘다중 세계(multiple worlds)’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 <모든 실체가 사실 중첩되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중첩 상태에 있는 각 항을 하나의 분리된 ‘세계’로 취급하는 게 자연스럽다.>

∎ <아직 답하지 않은 많은 질문이 남아 있다. 정확히 언제 파동함수가 여러 세계로 갈라질까? 이 세계들을 서로 분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얼마나 많은 세계가 존재할까? 다른 세계는 ‘진짜’ 세계일까? 다른 세계를 관찰할 수 없다면, 이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세계를 관찰할 수 있을까) 이것이 어떻게 다른 세계가 아닌 이 세계에서 우리가 결국 처하게 될 확률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 문제들에 답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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