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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새로운 감응들의 발명. 제 2강 후기

안영갑 2022.10.16 22:40 조회 수 : 72

- 미하엘 콜하스, 법적형식에서 새로운 구원을 발견하려는 자.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개인(부르조아)들의 재산이 축적됨에 따라 재산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많이 발생했을 것같다. 콜하스는 중세 귀족의 불법적인 재산권 침탈에 대해 법적인 소송으로 재산권 분쟁을 해결하려 한다.

정당한 법적 소송이 귀족들의 무시로 좌절될 때 콜하스는 법적 소송과정이 원만하게 재개되도록 하기위해 봉기를 일으킨다. 봉기를 통해 정당한 법적 소송을 무시한 귀족들을 고발함과 동시에 더 높은 귀족인 선제후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폭력적으로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터목사가 콜하스에겐 타인들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는 봉기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에 콜하스는 수긍한다. 콜하스는 자신의 정당한 소송권리만 인정받는 다면 언제든지 봉기를 그만 둘 용의가 있다면서 루터목사가 중재를 잘 해줄 것을 부탁한다. 함께 봉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잘 설득해서 집으로 돌아갈 것을 부탁한다.

우여곡절을 겪은 소송의 결과로 콜하스는 자신이 당한 재산권 침해를 보상받는 판결을 받아내고 자신을 무시했던 귀족에게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하지만 자신도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공공의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죄명으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콜하스는 자신에 대한 사형선고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원래 법의 원칙이 그렇게 작동해야 한다는 듯이 자신 또한 법적인 원칙으로 부터 피해갈 수 없다고 믿는 듯하다. 이런 측면에서 콜하스는 자신이 세운 원칙에 스스로 복종하려는 칸트를 닮아있다.

콜하스는 법적 형식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자로서 계속해서 법이 시민의 "재산과 평화"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하는 아이러니스트이다. 법의 더 완전한 실현을 위해 질문을 던지고 그 형식의 완성을 추구한다.

 - 카프카의 소송, 법속에 숨어있는 소송에 대한 도착적인 욕망을 보다.

카프카도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미하엘 콜하스가 법적 형식에서 구원을 발견했다면 카프카는 법의 형식에서 소송에 숨어있는 법적 형식의 도착적인 욕망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소송은 어떤 정의도 구현하려 하지 않는다. 갑자기 덮쳐오는 법의 소송제기에 어떤 외설적인 욕망이 숨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법은 언제든 당신을 불시에 소송에 끌어들일 수 있다. 끝없는 소송의 과정이 어쩌면 현대인의 삶이자 운명일수 있다고 하는 듯하다.

 미하엘 콜하스가 법에서 구원을 찾는 자라면 카프카는 정반대로 법적인 형식에선 어떤 구원도 찾을 수 없다고 본다. 

 

- 피츠제럴드의 헤드 앤 숄더, 의미의 경계를 허무는 유머주의자.

주인공 호레이스는 어린나이에 학문적 탐구에 재능을 드러내는 천재이다. 그런 총망받던 천재가 연상의 마샤라는 댄서를 만나고 학문적 탐구의 길을 포기한다. 대신 공중그네를 타는 육체적인 숄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정신적이고 우아한 학문탐구의 길 대신 천해보이고 볼품없어 보이는 육체적인 일을 하는 인생으로 추락하는 듯하다.

코네티컷의 황무지에 우연히 코메디를 운영하기 위해 세웠던 극장이 예일대학으로 변모하는 것처럼 호레이스는 마샤가 어느 저녁에 두드린 작은 노크소리에 이끌려 새로운 삶으로 빠져들어 간다.

그 작은 노크소리에 유혹되어 "마치 토요일 오후 할인 매장에 내걸린 아일랜드풍 레이스 원단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채고 옮기고 늘리고 죽 펼쳐 놓는 그런 삶"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마샤와 호레이스는 헤드와 숄더의 역할을 바꾸면서 둘 다 이분법으로는 식별불가능한 지대로 진입한다. 학문적 탐구에 열정적이었던 공중그네 곡예사라는 호레이스, 어깨 춤을 잘 추었던 댄서에서 뛰어난 뉴리얼리즘을 드러내는 작가로 변모하는 마샤. 그 둘은 정신과 육체라는 이분법과 위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무의미의 새로운 지대를 드러낸다.

"작은 노크소리를 조심하세요" 라는 호레이스의 마지막 대화는 식별불가능한 지대로의 여행에 빨려들어 가는 지점에 대한 표시이자 그때 어떤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추락할 지 모르니 안전밸트를 제대로 착용하라는 경고음처럼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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