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의를 들으면서 얼마 전에 읽은 브래디 미카코의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가 오버랩되었다. 그녀는 공감(empathy)이란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인식한 후 “타인의 시점을 취득하여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추측하는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타인과 내가 일체가 되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공감(Sympathy)과는 다른 능력이다. 공감(empathy)이 필요한 이유는 자신이 가진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사회구성원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 능력이기 때문이다. 공감(empathy)능력은 학습을 통해 성취 가능하다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에서 주인공 올랜도는 남자로서 살다가 여자로 뒤바뀐 삶을 산다. 그가 남자로서 삶을 살 때 그 시대가 원하는 전형적인 남자로서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여자가 되어 있었다. 이후 그의 행동은 스스로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자와 다르지 않다. 그가 여자가 되자 과거 자신이 여자를 이러이러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여성에 대한 편견의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삶에 애정을 느끼고 올곧이 그 시대가 원하는 여성으로서 살지 않는다. 셀머다인을 만나 사랑하고 아이를 낳지만 그와 결혼하지는 않는다. 여성을 보는 세상의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랜도는 타의에 의해 두 신발을 모두 신어보고서는 남성과 여성이 구속당하는 시대와 성의 관습과 규범에서 벗어나서 자기만의 의미를 찾는다.
올랜도에게 올랜도 되기는 타인과 자신의 다름 뿐만 아니라 자기 안의 다름들도 인정하고 기존의 관습이 정해놓은 길이 아닌 자신만의 의미있는 길을 찾아 나서기이다. 울프는 그 여정을 환타지같은 성뒤바뀜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다행히도 우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공감(empathy)능력은 학습을 통해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이름을 들으면 처음 떠오르는 느낌은 책이 어려워하는 약간의 거부감이다. 의식의 흐름을 쫓아 써내려간 소설들은 이해하기 난해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색다른 방식의 책읽기를 경험한다. 오래전에 신청해 놓고 잊고 있었던 탓에 책을 읽지 못했지만 선생님이 읽어준 『올랜도』보기는 울프의 책 앞에서 경험하는 장벽을 없애 준다.
공감이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 그리고 올랜드는 스스로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자였다...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