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좌에서 제대로 감응된 차라투스트라의 말들을 적어본다.
-모든 현자에게 지혜란 꿈 한 번 꾸지 않는 그런 잠이다...여기 잠이 막 쏟아지고 있는 자들에게 복이 있을지어다. 곧 꾸벅꾸벅 졸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도약, 죽음의 도약으로 끝은 내려는 피로감, 그 어떤 것도 더이상 바라지 못하는 저 가련하고 무지한 피로감. 그것이 온갖 신을 그리고 저편의 또다른 세계라는 것을 꾸며낸 것이다.
-신체는 커다란 이성이며, 하나의 의미를 지닌 다양성이고, 전쟁이자 평화, 가축 떼이자 목자이다.
차라투스트라...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삶과 신체에 대한 긍정이.
고등학교 시절까지 일요일이면 어떤 일이 있어도 교회에 나가는 것이 생활의 일과였던 내가 은연중에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던
여러가지 강박들, 어린아이가 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삶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들이 아직도 나의 무의식 속에 남아 있음을 알겠다.
이제는
무엇보다
'꿈 한번 꾸지 않는 그런 잠'의 축복을 누릴 것이다.
그리고 두번의 금요일 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함께 했던 모두가 현자가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금요일 밤은 '꿈한번 꾸지 않은 잠'과 지혜, 그리고 신체에 유익한 음식을 맛보며 니체의 철학을 체화하는
시간일 것 같다^^
댓글 2
-
반장이 좋은 댓글을 달아서, 저는 약간의 사족입니다 ^0^
현자가 말하는 '덕의 강좌'는 요약하면 이렇지요.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깨어있어야 한다!”
현자의 말은 덕이 잠의 주인이 아니라, 잠이 덕의 주인이지요. 잠이 덕의 수단이 아니라, 덕은 단잠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
덕(능력.활동)의 결과로서 단잠(평안.휴식)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단잠을 위해 덕을 쌓아야 한다는 것!
니체는 이것이야말로, '생에 아무 의미가 없어서 무의미라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덕'이라고 비판합니다.
‘잠을 잘 자는 것이 목적’인 삶 혹은 덕이란, 대체 어떤 삶일까요?
그러한 삶은 무엇을 열정적(능동적)으로 하는 힘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으려는 반동적 삶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은 대체로 좋은 것을 긍정하는 삶이 아니라, 나쁜 것을 부정하는 삶일 것입니다.
니체는 이런 방식의 삶을 약자적이라고 비판합니다!
'꿈 한번 꾸지 않는 잠'을 잔적이 언제인가? 불면증이 일상화된 요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꿈 한번 꾸지 않는 잠'도 2가지 종류가 있을 것입니다!
먼저, 현자가 하는 '덕의 강좌'처럼, 밤에 단잠을 자기 위해 낮에 단잠을 방해하는 것들을 피하고, 다른 사람과 싸움을 피하고 화해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좋은 평판을 쌓는 거지요.
한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능동적인 에너지와 긍정의 의지로 충만한 하루를 보낸 자연스런 결과로서 '꿀잠', 충만한 또다른 내일을 위해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한 '꿀잠'이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니체적 강자라면, 자신의 넘치는 열정으로 밤을 낮처럼 하얗게 밝히기도 할 것입니다. ㅎㅎ
유정쌤의 감응의 굴곡을 따라서 걸어봅니다.
니체의 철학을 공부하면서, 무엇보다도 삶 그리고 신체를 긍정하는 것에 있어서 저도 또한 놀랐었습니다. 더더욱이 살아가면서 저를 옥죄었던 신체, 신체를 긍정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육체로서의 신체만해도 내가 바라던 육체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꿀잠을 자는 것, 신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일겁니다. ;) 니체도 그래서 현자에게 잠만은 이해하고 있구나라고 한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 지 처음 읽은 때는 저도 긍정적인 뉘앙스로 들렸었습니다.
그러나 현자가 원하는 "꿈 한번 꾸지 않는 잠"에 대한 해석이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덕에 대하여"에서 핵심은 밤에 잠을 잘 자기 위해서, 낮에 덕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뭔가 저는 읽으면서, 그렇게 잠을 잘 자는 것을 설파하는 사람이, "그렇게 되면 나는 여기 이 강좌처럼 멍하니 서 있게 된다."라고 하는가 였습니다.
밤에 잘 잔 사람이라면 낮에 또렷하고 명징하게 사물이 보여야 할 것입니다. 마치 니체의 정오에 사물이 들끓듯이요. 그러나 이 현자의 꿀잠(ㅎ)은 강좌 시간에도 멍하니 조는 것으로 봐서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가 스스로 말한 잠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 의해, 잠을 되려 못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덕은 "오래 서있지 못하고 이내 누워버리는" 양귀비 같은 덕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