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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강독]2/13 후기입니다

ㅍㄹ 2013.02.17 21:24 조회 수 : 5431

집안에 안좋은 일이 생겨 정신이 없었던 탓에 이제야 후기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13일에는 <정신현상학>의 '이성의 확신과 진리' 부분을 읽었지요.

항상 쓸데 없는 것에 과도하게 정신이 팔리는 저는

관상학이랑 두개골 설명하는 부분에서 "남자다운 기세로 뺨을 후려칠 것이다" 따위의 헤겔의 표현들이 뭔가 웃겨서 지하철에서 피식피식 웃었었습니다.

책읽고 기억나는 것은 이런 것 뿐..... 사실 계속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ㅜㅜ 아 급반성문쓰는 기분.....

그치만 최겔쌤의 강의를 들으며 아 저런 내용이구나~ 싶었던 것으로 후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최겔쌤 가라사대..... 

 

<정신현상학>에서 헤겔의 논의는 칸트에 대한 비판을 기저에 깔고 진행됩니다.

칸트는 "물자체"라는 것을 설정합니다.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일성의 지평 안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칸트는 사물의 본질 자체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즉 물자체를 제외한 이미지(표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는 것이 칸트의 주장이었는데요. 여기서 범주표에 따른 표상들의 분류가 진행되는 것이지요. ('범주'는 세계 속에 있는 대상들을 나누어 놓은 일종의 표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범주론>에서 범주를 열 개로 나누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생활에서 사물을 나누는 척도로서 기능합니다.)  

헤겔은 칸트의 범주표가 너무 형식적이며, 이러한 방식으로는 결코 세상을 알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헤겔의 눈에 칸트의 분류는 절대적 경험론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이죠. 헤겔이 보기에, 사물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며, 여기서 범주는 존재와 같아야 합니다.  그래서 헤겔은 물자체도 남겨놓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갑니다. 여기서 지젝 등 헤겔의 사유를 계승하는 학자들이 유용하게 끌어와 사용하고 있는 "정신은 뼈다"라는 말이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하여간 헤겔의 사유에서 '운동' 은 무엇보다 중요한 개념이지요. 그는 "관찰하는 이성"이 얻게 되는 세 가지 결론을 서술합니다. 

우선 '징표'는 무한한 대상을 담기 어렵고, '법칙'은 현상을 기술하려고 만들어 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태적이며, 제한된 조건 하에서만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헤겔의 의미에서의 "개념"은 전체를 포괄하는 무엇이어야 했기에 이것들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또, '유기체의 관찰' 부분에서 헤겔은 무기물이  '나'와 등가가 될 수 없고 '대상' 만이 될 수 있다는 한계때문에,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는 유기체에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무기물은 양적인 구별만을 갖기에 수로 귀결되는 반면, 유기적 생명체는 즉자대자적 측면을 가집니다.

헤겔은 이 과정에서 낮은 단계의 목적론과 자신의 주장(높은 단계의 목적론) 사이에 명확히 선을 긋습니다. 낮은 단계의 목적론은 유용성에 입각한 것으로, 눈 앞의 인과관계에 머물 뿐이니까요.

여기서 헤겔은 다시 칸트를 염두에 둔 비판을 지속합니다. 칸트가 염원하는 인간학의 목표는 동물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지우고 도덕적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즉, 인간이 자연의 왕국에서 자유의 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정을 마련하는 것- 그리하여 절대적 선의 명령에 따르는 것 말이죠.  칸트에게, 이 두 왕국은 결코 합치될 수 없는 영원한 이원성을 내재한 무엇으로 상정됩니다. 하지만 칸트의 이러한 주장은 우선 그것이 초인이 아니면 도저히 갈 수 없는 도정이라는 데 있다는 문제점과 함께, 이원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정합니다. 헤겔은 이 지점에서 자신의 학문적 향방을 확고히 합니다. 그에게 있어 자연의 왕국과 자유의 왕국은 합일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즉, 헤겔은 분열된 세계를 합하고자하는 인간을 그려나갑니다.

 

그 뒤에 나오는 내면과 외면에서는,  이 둘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됩니다. 내적인 무엇의 표증이 외화되는 것이지요. 여기서 생물학 책에 나올 법한 단어들이 여럿 나오지요. 근육은 그 자체로 있는 동시에 타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대자적 기관입니다. 한편, 내장은 그 자체로 있는 동시에 즉자대자적으로 존재하는 기관으로, 심장처럼 '알아서 뛰는' 기관을 말합니다. 즉자대자적으로 , 타자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구현하는 기관들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유기체의 내면과 외면은 온갖 특수한 성질을 해소시키면서 보편성을 일구어내는 단일한 힘이자 그런 해소의 운동 그 자체" 라네요.

 

개별적인 '나'와 (인류)유의 보편성 사이에서의 과정이 바로 헤겔이 말하는 역사입니다. "현실존재는 보편적인 유의 부정성이므로 그것은 존재하는 형태의 온갖 부분을 따라 경과하는 과정의 운동이 전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의 "부정"은 "구별"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있는 어떤 것은 보편적인 것의 부정인 것이죠. 예컨대, '인류' 라는 전체를 부정하면 '나' 가 나오는 것처럼요.      

 

지금까지의 내용이 '관찰하는 이성' 부분의 1) 자연의 관찰 이었다면, 

이제는 자기의식의 관찰에서 2)논리학적 법칙과 심리학적 법칙이 다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형식논리학은 동일률, 모순률, 그리고 대중률로 분류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중률은 동일률과 모순률이 동시에 성립할 수 없음을 뜻하는데요.

헤겔은 동일률과 모순률이 동시에 성립하는 논리- 즉 배중률을 깨는 논리-를 내세우는, 이것이 바로 변증법적 논리입니다.

'심리학적 법칙'은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주의적 심리학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헤겔시대의 18세기 심리학은 막연한 환경론에 가까웠기에 실험적인 부분보다는 가설적인 면이 두드러졌습니다. 헤겔에게, 이러한 심리학적 법칙은 내적주관의 논리로만 세상을 볼 수 밖에 없게되므로 실정적 가치를 갖을 수 없습니다.

 

이제 3)자기의식과 신체의 관계 관찰 에서는 제가 재밌어했던 관상학과 두개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앞서 언급했듯, 헤겔에게 내면은 곧 외면과 맞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내면이 외화된다는 측면에서 관상학을 보자면, 관상학은 운동하지 않는 것을 통해 운동하는 것을 보려고 하는 얼토당토 않는 학문입니다. 무관한 조각들을 이어붙여 말을 만들어내는 것뿐이라는 것이지요. 두개골은 좀 더 복잡합니다. 여기서 두개골은 정신에 대한 '대립'(정과 반의 대립)으로서 정의됩니다. 추상화시키는 동시에 보편화되는..흠 어렵네요. 유기물로서의 정신이 무기물로서의 뼈를 통찰하는 것, 그렇기에 두개는 의식의 전적 대립을 보여누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던 "정신은 뼈다" 라는 말은 무한판단에 속하는 말로, 여기서 배중률은 깨집니다. 변증법적 논리학은 제 3항으로서의 배중률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무한판단을 넣습니다. 무한판단은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이게 만드는 판단입니다.

 

 

 

아아. 다음 시간이면 정신현상학 1권이 끝나네요!  그때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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