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1월 17일) 저녁에 진행된 정화스님의 강좌 후기 입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ㅎㅎ)
사실 내용들다 다 새롭고 양도 많고 용어들도 익숙하지 않아서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가 굉장히 자신없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이해하고 인상깊었던 부분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ㅎㅎ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의 1장인 '심리상태들의 강도에 관하여'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더 슬프다, 덜 즐겁다' 등의 용법으로 사용하며 '양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감정들이
사실 그렇게 다뤄져서는 안 될 '질적인' 것들이다! 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첫 강에서 다뤘던 '깊은'감정들(슬픔, 미적감정, 연민 등)에 이어서
이번 시간에는 더욱 양적으로 보이는 현상들, 예를 들어 근육의 힘쓰기, 주의의 기울임, 밝기 등이
왜 양적인 현상이 아닌 것 인지에 관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강의 때부터 이야기 되어온 부분이지만,
'공간적인 것'에 대한 베르그손의 생각과 정화스님의 생각은 어느 정도 차이를 보입니다.
베르그손은 시간과 공간을 분리시켜,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합니다.
따라서 그가 정의하는 시간개념들은 철저히 공간적 요소들을 배제하고 있는데요,
반면 정화스님은 시간과 공간이 서로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시간과 공간은 항상 결합된 형태로 존재하면서 영향을 미치며,
베르그손의 구분처럼 그것이 완전히 분리되거나,
혹은 완벽히 일치하는 '초월'과 같은 상태는 이것의 특수한 양상일뿐이라는 것이지요.
베르그손과 같이 시공간을 서로의 배제하는 개념으로 설정하는 것은
한 단어가 '오롯이 그것이어야 할' 언어의 특성,
즉 언어의 '명징성'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는 것이죠.
이런점에서 본다면 베르그손은 자신이 비판하고자 했던
'언어가 만들어내는 불연속성'을 자신의 사유 속에서 없애지 못하고 있었다고 볼수는 없을까...요?ㅎㅎ
(그뿐만 아니라 베르그손은 아이슈타인을 몰랐기에 이렇게 단호하게 시공간을 분리해버릴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ㅎㅎ)
따라서 양적인 해석에 대해서 베르그손의 '공간화시킨다'는 표현보다는,
우리의 언어적 분별성이 일으키는
'인식의 잘못된 양상'정도로 파악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 시간부터 전개될 시간성에 관한 정화스님의 설명이
공간이 배제된 '순수지속'으로서의 시간을 이야기한 베르그손과
어떻게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지 기대 됩니다.ㅎㅎ
강의 초반에 정화스님께서 예시로 드셨던 '이중슬릿' 실험은
물리학사에 있어서 아주 유명한 실험인데요, 아주 단순하고 아름답습니다.ㅎㅎ
저는 물리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요,
굉장히 재밌는 실험이었기에 간단히 이야기 해보고자합니다.
이 실험은 광자가 그저 입자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실험인데요, ('광자'는 쉽게 말해 '빛알갱이'입니다.)
일단 하나의 유리조각에 아주 작은 두 개의 틈(ll)을 뚫습니다.
그리고 그 유리조각을 향해서 광자를 하나씩 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유리판 뒤쪽에 조금 떨어진 위치에 스크린을 설치해서
빛이 어디에 도달하는지를 측정합니다.
광자가 입자라면,
스크린에 찍히는 모양은 이중슬릿의 모양처럼 긴 두 줄의 형태(ll)로 만들어져야겠죠.
하지만 놀랍게도 스크린에는 (11111)과 같은 형태가 찍히게 됩니다.
이것은 파동이 이중슬릿을 통과했을 때와 같은 형태 였습니다.
광자는 그저 입자라고 취급할 수만은 없는 대상이었던거죠. (기존의 고전물리학에서 파동과 입자는 상반된 개념이었습니다.)
입자성과 파동성을 모두 지니는 물질.
하지만 여기서 더 놀라운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과학자들은 이 놀라운 현상을 더욱 잘 파악해 보고자 이중슬릿 앞에 관측장비를 놓게 됩니다.
각각의 광자가 왼쪽으로 들어가는지, 오른쪽슬릿으로 들어가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던 것인데,
정말 이상하게도, 우리가 광자의 행방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순간,
광자는 파동성을 버리고 입자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다른 변수가 전혀 없음에도
그저 '관측자가 있느냐 없느냐' 여부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정말 신비한 일입니다. ㅎㅎㅎ (이것은 후에 불확정성의 원리등과 이어지며 양자역학의 세계를 열죠. 더욱 자세한 내용은 물리학 세미나로~! ^_^)
정화스님은 이런 실험의 예를 통해서
관측자와의 결합으로 광자의 성질이 결정되듯이,
어떤 언어를 써야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은
어떤 것과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자 하셨던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언어'라는 것의 개념을 조금 다르게 하고 넘어가야하는데요,
언어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핵에게 잡아먹혀
처음으로 공생관계를 형성할 때 발생합니다.
즉 언어란, 이질적인 대상들이 만나서 (살기위해!)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이때의 정보란 지난 시간에 배웠던 '업'이겠죠.
의식 또한 이와 다름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수월한 정보교환을 위해서 언어는 필연적으로
명징성, 분별성을 띄게 될 것입니다.
DNA의 이중나선의 정보저장 형태만 살펴봐도
시공간을 분절해 '양화'된 형태로 저장된 기억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지요.
즉 이런 '분별성'은 생명체의, 의식의 필연적인 특성이라는 것입니다.
뇌 또한 이런 의식의 '드러남'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뇌 소화시키는 물고기 예!)
따라서 우리의 몸은 물질이라기 보다는
세포가 기억의 덩어리들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의식이라는 네트워크 라는 것입니다.
종자 생 종자(정보가 대를 물려 전달되는 것 - 이때의 변이가 진화를 낳음)
종자 생 현행(엄마의 뱃속에서 태아가 정보를 습득하는 것)
현행 훈 종자 (현생의 정보를 세포의 기억에 기록하는 것 :역전사 RNA- 외부의 정보를 내부화해서 다음찰나에 영향을 주게됨)
은 의식의 다양한 양태들을 보여주는 불교용어 입니다.
결국 생명이 가진 언어는 기본적으로 분별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가 세상을 분별성을 가지고 양화시켜 파악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감정과 시간등은 분명히 '질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현실을 온전히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어적 습관에서 벗어나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아...어렵네요! ^_^;;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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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정화스님 강의를 못 듣는 1인이라 더욱 반가운 후기네요. 의횬님 고맙습니다.
후기를 읽으며 드는 의문,
생체반응(호르몬 분자운동)이라는 측면에서 감정이 공간적 양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렇기에 그렇게 표현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또 어떤 경우, 뇌의 영역들의 크기가 감정의 산출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므로
양적으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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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자탑
저도 정화스님 강의를 못 듣는 데 꼼꼼한 후기 고마워요ㅋ 강의를 듣지 않았지만 왠지 중요한 맥을 다 짚은 듯한 후기네요^^
저는 특히 질적 차이를 갖는 것들을 양적으로 말하는 버릇들과
한 단어가 '오롯이 그것이어야만' 한다는 사고에서 비롯된 시간과 공간을 분리된 것으로 상정하는 게
흥미로운데요.
어떤 것을 사고하고 철학을 하는 데 있어 미리 전제된 언어관(觀)이란 것이
사고의 기틀과 딛고 선 지평을 이룬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게 되네요.ㅋㅋ
아무튼 뭔가 여러모로 촉발 받게 되는 좋은 후기 쓴 의횬 복받을 거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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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등록을 놓쳐 아쉬웠는데,,, 후기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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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
가닥을 잡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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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들여 쓴 후기...^^
역쉬 의횬 답네요.
아, <...시론>을 쓸 당시에는 상대성이론, 특수상대성이론조차 없었기에
베르그손이 그걸 모른 것은 당연해요.
그런데 1905년에, 그리고 1915년 경에 상대성이론이 발표되었고
베르그손은 과학에 대한 관심이 컸기에 그걸 알았어요.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개념에 대해 비판하는 책을 쓰기도 했어요(<지속과 동시성>인가...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나중에 그 책을 포기하지요.(그래도 구하려면 구할 순 있어요. 출판되었던 것이니).
한편 이질적인 것의 공존을 시간에만 연결시키는 베르그손을 비판하면서
바슐라르는 공간 역시 그렇다고 주장해요.
<공간의 시학>이 그 책이지요.
물론 이는 그가 원래 전공이던 과학철학을 접고 시학으로 가면서 쓴 책이지만...
과학철학자였기에,
베르그손의 연속성과 대비되는 '단절'과 불연속이 그에게는 중요하지요.
이런 비판 때문이든 아니든, 베르그손 뒤에 프랑스 철학계를 주도하게 되지요.
그 뒤에 생물학과 의학을 기반으로 한 과학사, 과학철학을 공부한 캉길렘이 뒤를 잇지요.
알튀세르는 바슐라르 제자였고('인식론적 단절'이란 개념이 그에게서 얻은 것이지요)
푸코는 캉길렘의 제자였죠(박사논문인 광기의 역사...)
그래서인지 푸코는 베르그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반면 들뢰즈는 이런 조류들의 '다음'에 베르그손의 사유를 다시 살려내지요.(<베르그손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