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이진경 선생님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던 문제의 건축양식 "고딕"과 그에 앞서 나타났던 "로마네스크"에 대해 공부해봤습니다.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건축양식과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대응해서 외우고 넘어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습니다. 샤르트르, 파리, 랭스 - 고딕 이런 식으로요...
예전엔 아치형 지붕에 두터운 벽으로 싸인 로마네스크 양식과 뾰족한 첨탑에 스테인드 글라스로 싸인 고딕 양식은 (대표적 사례들만을 보고) 서로 단절된 것들이라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사실 정확하게 공부해본 적도 없지만요...
그런데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고딕 양식의 특성이 어느 정도 로마네스크에 잠재되어있었고 고딕은 그 특성들을 극대화시켰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리고 로마네스크가 기본적으로 시골의 수도자들이 은거하는 공간이었던 반면, 고딕은 중세도시의 주교가 대중들을 설득하고 일상과 축제가 이루어지게 한 공간이었다는 대조가 흥미로웠습니다. 서양 중세의 변화상을 건축양식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발상이 신선합니다! 로마네스크 수도원교회와 고딕 성당을 각각 중세의 시골과 도시에 대한 환유로 본다면 지나친 도식화일까요??
수도원교회말고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떠나는 순례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야곱의 무덤을 보기 위해 프랑스의 생 드니 지방에서부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뭔가 아득하면서도(당시엔 엄청 긴 거리였을테니)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났을 것 같아 이거 정말 좋은 소설거리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콩포스텔르의 이름으로>라는 소설이 있더군요. 순례자들은 교회에 들어가면 측랑을 따라 트란셉트, 주보랑으로 다닌다고 하는데 예배 중에 그렇게 돌아다니면 네이브에 있는 신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이런 엉뚱한 생각도 드네요. 허허... 상상력을 발휘해서, 중세의 험한 벌판을 헤매다가 저 멀리 솟아있는 클뤼니 수도원의 첨탑을 발견하고 두터운 건물 벽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안도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하고 절대자에게 순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절대자에 대한 순종심을 극대화하도록 더욱 철저하게 구성된 고딕 성당의 외관은 정말 화려하다못해 기괴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건물만 보고 있어도 와글와글 소리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더 이상 채울 곳이 없을 만큼 온갖 조각들로 가득찬 모습은 후기 고딕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그야말로 '벽이 없는' 건물이지요. 벽이 있어야할 자리에 온갖 장식들과 커다란 스테인드 글라스가 들어서있죠. 그리고 이 알록달록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빛, 이 '비자연적인 빛'이 성당 안으로 들어와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성도들에게 말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사람들은 Subjectum인 절대자의 objectum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랑 비슷한 맥락일까요?? 사랑하기가 아닌 사랑받기...) 아무튼 이 빛의 배치를 처음으로 실현한 생 드니 성당의 쉬제는 그 업적을 인정받지요. 실제로 벽을 쌓고 창을 설치한 장인들은 잊혀졌지만...
고딕 건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성이 바로 수직성! 그야말로 위로 쭉쭉 뻗었다는 것이죠. 건물 내부에서도 인간들의 시점이 수직선을 따라서 정점에 도달하게 되고 그곳에 멈춰설 수 밖에 없게 되지요. 그리고 천장에서 시작된 그 아득한 거리감은 인간에게 수직적인 압박을 가해 무릎을 꿇게 만든다고 합니다. 저도 한번 고딕 성당에 들어가 체험해보고 싶네요.... 프라그마타에 의해 프락시스가 형성되는 경험.
고딕 양식이 정점에 달할 때에는 여기저기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높이 쌓기 경쟁이 벌어져서 급기야 성당이 무너지는 일까지 발생했다네요. 창세기에서 바벨탑을 쌓으려고 애를 썼던 인간들의 노력이 실패한 이후에도 인간들은 더 높이 쌓으려는 욕심을 포기하지 못했군요. 어쨌든 고딕은 이전 양식인 로마네스크에 비해 유연성이 강화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첨두아치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고딕 양식이 다양하게 변형되고 다른 양식이 생겨나는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서 들을 수 있겠지요?
선생님께선 준비하신 내용이 더 많은 것 같은데 물리적인 시간에 다 담을 수 없던 게 아쉬웠습니다. 왠지 다음 시간에도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ㅋ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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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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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강의도 강의지만 강의안을 보면 선생님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시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열공해야겠어요. ㅋㅋ
고딕성당에서 건물 표면의 수직성에 갇혀있다가 점점 튀어나오는? 수많은 조각들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뭔가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다가 그 높은 곳까지 어떻게 일일이 조각했을까하는 생각도 들면서 신기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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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가 강의보다 더 인상적이네요.^^; 감사 감사...
강의 준비를 열쉬미 하다보니
강의에 너무 진지해져서, 고지식한 강의를 하게 되는 듯 해요.
해야할 말들은 너무 많은데, 시간은 너무 짧고...
다음 시간도 걱정입니다. 계획은 투시법에 대한 것과 건축에 대한 걸 다 한다..지만
원래 계획에서 두 번 강의로 계획된 것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능하면 철학 얘기도 같이 하면 좋을텐데...
강의안 만든 뒤에 사진자료 준비하는 게 쫓기는데
강의는 사진 자료를 따라가며 하다보니
지난번 강의는 재미없게 된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하네요.^^;;
다음엔 잘 해야쥐...^^
도입부 설명하시다가 본론은 시작도 못하신 느낌이...ㅠㅠ 학부의 서양건축사를 떠올리게하는 시간이여서 엄청 졸았지만, 역쉬 강의안에는 반짝이는 이진경 선생님의 분석과 문장이 가득.... 강의안 읽다보니 색색의 형광펜으로 밑줄 가득 쳤네요... 이런 내용들로 이야기 나누지 못한것이 아쉽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