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개강한 류재숙 선생님의 강의 '다시, 자본을 읽자' 1강 후기입니다.
"물에 사는 물고기는 물에 사는지 모른다"라는 강의 초반 선생님의 말씀을 적어 둔 노트가 보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해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2가지 관점(자본주의는 영원하다:영원의 관점 / 자본주의는 역사의 한 부분이다:이행의 관점)을 간단히 짚어보면서 우리는 이행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이행(혁명)의 방식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고, 코뮨의 의미 역시 변화해왔음을 보여 주셨는데요, 수유너머 공동체의 예를 들어 주셔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본주의는 원하든 원하지않든 항상 숨 쉴수 있는 모든 곳에 박혀있는 것 같지만 이런 이행의 공동체, 특히 혁명이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멀리 있는 것 같았거든요. (마치 마르크스의 '자본'을 집기까지의 시간과 용기의 거리처럼.) 또한, 2000년대 이후 전략인 '맹거의 스펀지'가 인상깊었습니다. 2000년대 이전 폭력혁명의 방식이 외부의 적(권력, 자본)을 겨냥한다면, 오늘 날은 내부의 적(나, 공동체)을 겨냥하는 방식을 지향하는 것인데요, 이런 스펀지의 시각화는 '아래'로부터가 아닌 '안'으로부터의 이행을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다음으로 자본의 1장 상품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가치Wert의 개념은 마치 '의식'이나 '마음'처럼 알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모르겠는(!) 어려운 개념이었습니다. 앞으로 차차 이해해 나갈 수 있겠지요!
저는 예전 동독체제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동베를린에 살고 있는데요, 제가 살고 있는 동네 건물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Menschlicher Wille kann alles versetzen 인간의 의지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Dieses Haus stand früher in einem anderen Land 이 집은 이전에 다른 땅(국가,지역)에 있었다
이 글귀의 의도는 알려지지 않았고 따라서 해석도 열려있는데요. 이 곳은 예전에 무정부주의자들이 점거해 공동체를 이룬 동네였고 지금은 (어디나 그렇듯) 스타트업 회사와 상점들이 가득 들어서 있는 곳임을 생각하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장들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자본주의의 숨을 쉬다가도 이 문장을 읽고 잠시나마 변화의 가능성을 상상하기도 하기에 공유해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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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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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Wert 개념은 [자본]을 제대로 읽으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게 되는 난관입니다. 이렇게 어떤 개념이 잘 잡히지 않을 때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묻기보다, 그것이 어떻게 활용되는가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실천적입니다. 그것의 용법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다음시간에 다룰 물신주의 역시 가치형태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가치에 대해 좀더 공부할 예정입니다. 다만 가치 개념에 대해 약간 추가하면요.... ^^
가치는 결코 감각적인 몸, 거친 몸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몸을 빌려 나타날 때조차, 가치는 만지거나 감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가치로서의 상품에는 자연소재로서 단 한개의 원자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품에서 이런 감각적인 것들, 자연소재를 제거했을 때 남는 것이 '가치'입니다. 물리적 속성(색깔ㆍ질감ㆍ냄새 등)처럼 감각할 수 있는 속성을 제거했을 때, 상품에 남겨진 유령적 대상성이, 바로 가치입니다.
남대문시장에서 파는 가방과 백화점명품관에 전시된 명품백을 비교해볼까요? 일단 남대문시장에서는 많은 상품들 가운데서 이 상품의 가성비(가격대비 효능)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을 것입니다. 우리도 유용성과 효용을 중심으로 가방을 살펴볼 것입니다. 하지만 백화점명품관에서는 오직 하나의 상품에 핀조명을 때려서 상품의 신비로운 아우라를 강조합니다. 이 상품의 아우라가 '가치' 개념에 근접하는 거 같습니다. 우리도 여기서는 상품의 유용성이 아니라, 다른 것을 봅니다.
비싼 상품일수록 그것의 유용성이나 효용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용성과 효용'을 물러서게 하고 '가치'를 내세우는데, 이런 방식을 '가치마케팅'이라고 하지요. 명품은 가치의 이미지를 극단화시킨 사례인데, 가치는 명품뿐 아니라 모든 상품에 내재하는 속성입니다. 노동생산물이 가치를 가질 때 상품이 됩니다. 어떤 물건이든 그것이 상품이 되었을 때는, 단지 물건일 때와는 다른 어떤 것이 추가됩니다. '가치'라는 것이.
발터 벤야민은 만질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가치(사용가치와는 다른 교환가치)를 가르치는 장소가 만국박람회(*요즘의 상품전시회)라고 말합니다. “만국박람회는 상품의 교환가치를 비춘다. 그리고 사용가치를 뒤로 물러서게 하는 틀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사람들이 넋을 놓고 즐기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는 판타스마고리아[환등기상]를 열어놓는다. ... 만국박람회는 소비로부터 밀려난 대중이 교환가치를 배우는 고등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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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옛 동독에 속하는 곳에 살고 계시는 선생님께 '자본'은 한국에 사는 저희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네요! 특히 '이 집은 이전에 다른 땅(국가,지역)에 있었다'는 문구는 우리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장소의 역사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