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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강 후기, 차라투스트라

조창호 2021.05.24 00:15 조회 수 : 128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차라투스트라'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다. 수첩에 적어 놓고 몇 번이나 들여다봤다. 그리고 떠오른 하나의 질문. 춤을 춰본지 얼마나 됐더라.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의 부름을 거부하지 못해 낙타가 되어 다른 낙타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선배 낙타들이 이어폰을 낀 채 맹수같이 몸을 뒤흔들며 나에게 물었다. "EDM 좋아하냐?"

시끄럽고 방방 뛰는 음악을 싫어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야 했지만, 주둥이에서는 "잘 모르지만 알고 싶습니다!"라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불쑥, 나의 귀에 이어폰이 꽂혔다. 그들은 설교를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들었고, 결국 사랑에 빠졌다. 사막같은 삶 속에서 자유를 찾는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자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 몇몇 중에서도 Y는 '차라투스트라'가 말한 위버멘쉬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는 비록 신분은 낙타였지만 춤을 출 때면 앞뒤 보지 않고 덤벼드는 사자였고 처음과 끝의 개념을 모르는 어린아이였다.

그는 언제나 기대 이상이었다. 그와 함께 춤을 추러 갈 때면, 수십 명이 들어찬 공간에서 그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원을 만들었고 특유의 춤사위로 분위기를 새롭게 물들였다. 어떤 사람과도 어떻게든 대화할 줄 아는 임시변통이었고, 필요하다면 같이 놀러 간 사람을 버릴 줄 아는 무뢰한이었다. (그럴때면 홀로 밤거리를 배회하며 그에게 저주를 퍼부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반동적 힘이자 부정의지라는 것을 안다.)

나도 그처럼 되고 싶었다. 나를 묶어두는 모든 제약을 벗어 던지고 신나게 놀고 싶었다. 춤을 출 때 나를 잊기 위해 노력했고 나만의 새로운 춤사위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와 그는 벗이 되어 여러 세상을 탐험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놀 수 있었다. 땀에 흠뻑 젖어 수없이 올려다 본 푸른 밤하늘의 광막함을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춤을 추는 날이 많아질수록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날도 많아졌고, 그것이 족쇄가 되어 나를 옥죄었기 때문이다. 춤에 집중하기 보단 무사히 집에 돌아가는 것에 집착했다. 자연스레 춤에서, 음악에서, 그러한 삶에서 멀어졌다. 반면 Y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과거를 웃어 넘겼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새로운 춤을 췄고 푸른 밤하늘을 올려다 봤다. 그는 계속 카오스였는데 어느새 나는 조용한 코스모스가 되어있었다.

언제부턴가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나도 모르게 "집에 가야겠다"고 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집에 가서 할 것도 없으면서. 이것이 나에게 주어질 수도 있었을 가능성을 제약하는 것임을 안다. 그래서 후회를 하지만, 결국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춤을 통해 배운 좋은 경험이 있음에도 쉽지가 않다.

그동안 '차라투스트라' 수업이 끝나고 뒤풀이를 할 때마다 집이 멀다는 핑계를 대며 도망쳤다. 지난 금요일,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헐레벌떡 경의선 숲길을 뛰어가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일찍 가서 뭐할건데? 땀에 젖은 내 모습이 예전과는 달리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제는 지난날의 나를 구제하고 싶다. 춤을 출 때 그랬듯이 다음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즐겁게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창조적 의지가 거기에다 '그러나 나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나 그렇게 되기를 원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할 때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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